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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세종도서관 ‘문화아이콘’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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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세종도서관 ‘문화아이콘’ 되다
  • 김재중 기자
  • 승인 2014.03.10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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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탐방기 | 자연을 품은 오롯한 매력을 만나다

‘호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놀이터에서 한참 동안 미끄럼을 타고 놀던 아이가 총총걸음으로 뛰어 들어온다. 엄마는 아이의 등을 한번 어루만진 뒤 동화책을 읽어주기 시작한다. 엄마의 팔에 안겨 상상의 나래를 펴던 아이는 얼마 뒤 새근새근 잠에 빠진다.’

지난해 12월 12일 개관한 국립세종도서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다. 지난 5일 도서관 어린이자료실에서 만난 첫마을아파트 주민 이모(38·여)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시설이 깨끗하고 훌륭할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읽어줄 수 있는 책이 다양하고 무엇보다 집처럼 편안하게 쉬다 갈수 있어 좋다"며 "문화공간이 부족한 세종시에서 거의 유일하게 만족할 만한 공간"이라고 이야기했다.

엄마와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정책도서관 역할을 하고 있는 세종도서관은 이제 막 세종시로 이주해 온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도 유용한 장소다. 도서관측에 따르면 이미 4000명에 가까운 공무원들이 정책고객으로 등록해 각종 정책 자료를 열람·활용하고 있다.

조영주 국립세종도서관장은 "국회도서관과 법원도서관이 각각 입법부와 사법부에 대한 전문적 지원을 하고 있듯, 세종도서관은 국내 최초로 행정부에 대한 정책지원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딘지 모를 자부심이 묻어난다.

물론 세종도서관은 지역사회 안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공공도서관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볼거리와 즐길 거리 등 문화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조 관장은 "아름다운 건축물을 구경하려는 내방객은 물론이고 건축분야 전문가, 도서관 시스템을 배우려는 도서관 종사자, 체험학습을 하려는 학생 등 방문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개관 후 2개월 동안 무려 12만 6200여 명이 다녀갔고 도서대출도 8만 3200건이나 이뤄졌다. 대출회원도 1만 3000명에 이른다. 도서관 본연의 기능으로 보나, 지역의 문화공간이란 폭넓은 개념으로 보나 상당히 성공적 출발을 알린 셈이다.

열성 이용객도 많다. 방문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일주일에 5일 이상 이곳을 찾는다. 이쯤 되면 국립세종도서관을 ‘세종시민의 문화아이콘’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세계가 주목한 '이모션 라이브러리'

국립세종도서관은 설계단계부터 상당한 주목을 끌었다.

‘이모션 라이브러리(Emotion Library)’, 즉 감성도서관이란 인간중심적 사고가 설계에 반영됐다. 책을 펼쳐놓은 듯 곡선미를 살린 특이한 외관은 이미 한바탕 유명세를 치렀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본사를 둔 디자인 웹진 ‘디자인 붐’이 지난해 ‘세계 10대 도서관’으로 선정했을 정도다.

세종도서관의 내부공간은 크게 대여섯 개 정도로 나뉘어 있다. 1층 로비로 들어서면 1, 2층 공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두개 층 모두 일반자료실이지만 1층엔 철학, 종교, 문학 등 일반자료와 청소년 및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자료가 비치돼 있다. 2층은 사회과학과 정책자료 등이 많고 연속간행물, 신문, 멀티미디어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지하1층은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말이 지하층이지 주출입구 반대편인 호수공원 쪽에서 보면 이곳이 1층이다. 채광과 환기 등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의미다. 3층은 도서관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공간과 이용객들이 강연과 세미나를 할 수 있는 회의공간이 마련돼 있고 4층엔 2개의 식당이 운영 중이다.

에그체어’ 자리쟁탈전?

지상2층 에그체어

도서관 직원이 귀띔해 준 팁 하나. 세종도서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좌석은 어디일까. 이용객이 많은 주말이면 2층 신문자료실 옆 ‘에그체어’를 차지하기 위해 소리 없는 자리쟁탈전이 벌어진다. 각 좌석이 독립적으로 나뉘어 있는데다 안락함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 무엇보다 호수공원을 한 눈에 내려 볼 수 있는 조망이 압권이다.

3층 대회의실 옆을 지나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야외 테라스도 숨은 명소다. 책을 읽다 눈이 피로해지면 시원한 공기도 마실 겸 이곳을 찾아보길 권한다. 멀리 원수산과 전월산, 호수공원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탁 트인 광경을 만날 수 있다. 독서에 지친 눈이 금세 시원해진다.

인공건축물인 세종도서관은 이처럼 자연을 품고 있는 오롯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공간적 개념의 건물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자재활용 측면에서도 친환경적이다. 도서관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33% 이상을 태양열과 지열로 부터 얻는다. 빗물조차 헛되게 버리지 않고 모아 청소에 활용한다. 자료실에 있는 책상과 책장도 자작나무로 마감한 친환경자재를 사용했다.

1층 도서무인 반납기

소음 잡는 ‘사운드마스킹’

‘옥의 티’라고 표현해야 할까. 지역 인터넷커뮤니티를 통해 세종도서관이 안고 있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내부소음에 관한 지적이다. 도서관이 층별로 분리된 구조가 아니기에 어린이자료실에서 아이들이 내는 소리, 커피숍과 로비를 이용하는 이용객들의 대화소리가 거슬린다는 불만이 잇따랐다.

휴대전화 이용을 위한 부스

그러나 세종도서관에 소음을 제어할 수 있는 ‘사운드마스킹’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백색소음’이라고도 불리는 이 시스템은 인위적 공명음을 활용해 소음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도서관 홍보담당인 김민정씨는 "이용객이 많은 주말에 사운드마스킹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며 "불편사항이 제기된 만큼, 이 시스템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미를 살린 열람실

누군가에게 일상이 된 공간

4층 식당도 어느덧 입소문을 탔다. 햇살이 잘 드는 서측은 ‘햇살마루’, 호수공원이 조망되는 동측은 ‘호수마루’란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영주 도서관장이 직접 착안한 이름이라고 한다. 점심시간인 정오 무렵이면 도서관 이용자들과 인근에 근무하고 있는 중앙부처 공무원들로 식당이 북적거린다. 일부 이용객들이 "맛이 없다"는 불만을 토로하곤 하지만, 음식 맛이란 게 어디까지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맛을 평하기까지는 좀 그렇고, 깔끔하게는 나오는 것 같아요. 점심 먹고 2층 열람실에서 신문이나 잡지 등을 보거나 날씨가 좋으면 커피 한잔 들고 호수공원을 거닐다 사무실로 돌아가곤 합니다."

도서관 로비에서 만난 중앙부처 공무원 서 모 씨의 이야기다. 세종도서관은 누군가에게 큰 맘 먹고 찾아와 둘러보는 ‘투어코스’일지 모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일상으로 가깝게 다가와 있었다.

글.사진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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