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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말 못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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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말 못하는 사회
  • 김우영(소설가)
  • 승인 2014.03.01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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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 개구리논쟁

어느 날 하늘에 뜬 밝은 해를 보고 개구리들이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저것은 하늘의 별이다." "아니다, 저것은 달이라는 것이다."

이웃에 사는 개구리 선생님이 모습을 보이자 싸우던 개구리들은 정확한 해답을 듣기로 했다. "저렇게 밝은 것은 하늘의 별 입니까? 아니면 달입니까?"

개구리 선생님은 둘 다 틀린 것을 알고도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를 몰라 매우 난처해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 난 이 마을에 이사 온지가 얼마 안 되어 잘 모르겠는데요." 틀린 것을 알면서도 어느 편에도 눈총을 받지 않기 위해 개구리 선생님은 해를 해라고 말하지 못한 것이다.

세상을 알 만큼 알고 말할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보신주의(保身主義), 또는 진실하지 못한 사람의 말의 성찬을 비아냥거리는 우화이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누구 말 잘하고 경우 밝은 사람, 내 말 좀 듣고 얘기해줘요!"

누구누구가 싸움을 벌였는데 서로 ‘너 때문’이라며 자기 편리한대로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진부한 대립관계, 자극적이고 아전인수 격의 말들이 홍수를 이루는 세태를 우리는 자주 겪고 본다. 지극히 지엽적인 문제로 서로 한 발 아니, 반발만 뒤로 물러서면 아무 탈이 없을 것을 자기 우위 확보를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말의 성찬을 이루며 산다.

가정안에서도 부부간이나 가족 간에 언쟁의 밀도가 높아지면 자기에 기준을 맞춰 언성을 높인다. 분명 자신의 논리가 맞는 것 같은데 상대는 자신이 옳다고 우겨댄다. "누구 말 잘하고 경우 밝은 사람, 내 말 좀 듣고 판단 좀 해줘요!" 답답해지면 방바닥을 치며 이렇게 하소연을 한다.

세상은 따로 중심이 없다. 오로지 인간만이 자기에 기준을 맞추고 천리사방을 내다본다. 참 이기적이다.

물론 옳은 말, 진실의 말을 하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더러 있다. 단지 그런 사람들이 적을 뿐이다. 올바르고 그릇된 일을 보고 흑백을 가릴 줄 알면서도 보신(保身) 때문에 말 못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은 분명 사회적 문제다.

자신의 논리를 세우는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 자신의 가장 위대한 스승은 자신이고, 대화의 파트너도 자신 안에 있음을 알아야한다. 반발쯤 뒤로 물러서서 조용하고 겸손히 자문을 구해보자. 이기와 기만의 장막이 자신의 가슴 속에서 ‘별’이나 ‘달’이 아닌 ‘해’라는 답을 덮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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