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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면 ‘꼴사납고 추하고 야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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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면 ‘꼴사납고 추하고 야수적’
  • 장수찬(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4.03.04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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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찬의 폴리스이야기 | 김연아 은메달에 대한 정치사회적 해석

소치 동계올림픽 두고 벌어지는 정치사회학
한민족 멤버십, 올림픽 전사 승리 통해 충족
패권적 민족주의, 일본 오류 따라하면 곤란

피겨 스케이팅 한국 국가대표 김연아가 지난 2월 21일(한국시각)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치고 환호하는 관중에 답례하고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 공식홈페이지
피겨 스케이팅 한국 국가대표 김연아가 지난 2월 21일(한국시각)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치고 환호하는 관중에 답례하고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 공식홈페이지
장수찬(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의 완벽한 영웅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은 ‘아디오스 노니노’ 탱고와 함께 환상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김연아의 소치 올림픽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한국의 네티즌들은 세계적인 인권회복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에서 정식 항의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서명자만 벌써 20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일부 한국 언론도 대중적 분노에 편승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미국인의 92%가 이번 경기의 승자는 김연아였다’는 미국매체들의 보도들을 인용하여 대중을 부추기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한국 네티즌들의댓글로 가득 차 있다. 물론 ‘가짜 금메달리스트, 부끄러운 줄 알아라’란 댓글부터 ‘F○○K YOU’란 원색적인 욕설도 보였다. 소트니코바를 애니메이션 주인공 ‘슈렉’과 우스꽝스럽게 합성한 사진이 반복적으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인들은 김연아의 은메달에 만족했다. 신문 사설들은 네티즌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김연아처럼 ‘메달이 더욱 필요한 사람에게 메달이 갔으니…’하고 의연한 자세를 요구한다. 대한빙상연맹은 공식적으로 불만이나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러시아로 귀화하여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안현수에 대해서도 ‘안현수의 조국은 아이스링크’라는 점을 인정해 주었다. 러시아의 국민적 영웅이 된 빅토르 안에 대해서도 비아냥거림보다는 격려와 축하가 많았다. 확실히 한국사회가 동계 올림픽과 같은 부족(夫族) 간 쟁투의 결과를 소화하는 사회적 균형감을 찾아가고 있다.

소치 동계 올림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사회학’은 무엇인가? 한국인들 누구나 한민족 멤버십과 한민족 우수성에 대한 욕구를 갖는다. 모든 한국인의 이러한 욕구는 빙상 올림픽 전사들의 승리를 통해 충족된다. 올림픽은 원시 부족들의 전쟁터를 가장 근대화된 양식으로 표현한 최상의 행사이다. 개별국가들은 국가마크, 유니폼, 상징, 배너 등을 통하여 부족들을 단결시키고 팬들을 광분시킨다. 태극기가 올라갈 때 국가적 정체성이 강화됨과 동시에 개인적 자긍심이 고양된다. 즉 국가적 동질성이 개인적 정체성에 다양한 양태로 순기능을 한다.

부족에 대한 강한 사회적 정체성은 순기능도 하지만 역기능도 한다. 사회적 정체성은 내부자와 외부자를 강하게 구분하고, 외부자를 정당하지 않으며 신뢰할 수 없으며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게 만든다. 외부그룹에 대한 편견은 조건적이기 보다 본능적이다. 이것은 보다 더 큰 사회적 범주에서 보면 걸림돌이고 죄악이다. 동계 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올림픽은 부족 간의 전쟁터이기 때문에 경쟁적 부족의식은 축제에 필수불가결하고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지나치면 꼴사납고 추하고 야수적으로 보인다. 즉 올림픽이 표방하는 세계 시민주의에 대한 반칙이 된다.

한국은 근현대 과정에서 주변 강국으로부터 많은 모멸과 수모를 받았다. 그러나 서방 산업국가들이 300년 동안 이루었던 산업화를 30년 만에 성취하는데 성공하였다. 한국은 후발 자본주의 국가로 급속한 산업화에 성공하면서 다소 극단적인 민족주의 상승을 경험하였다. 한국처럼 압축 산업화의 성공신화가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민족주의적 무드는 가파르게 일어난다. 20세기 초반의 일본과 독일이 그랬다. 그리고 사무엘 헌팅턴의 주장처럼, 근대화(modernization)의 성공은 서구화(westernization)를 동반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문명에 대한 우수성에 대한 주장(reclaim)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건강한 편이다. 저항적 민족주의 요소가 많고 패권적 민족주의 요소가 아직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하계올림픽, 월드컵, 그리고 동계올림픽 경기를 주최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선진국이다. 저항적 민족주의는 약자일 때 그리고 피해자일 때 정당성을 갖는다. 민족주의가 세계 속에 어떻게 비취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일본처럼 선진국이면서 패권주의만을 고집하거나 국수주의적 도발(독도영유권 주장 등)을 계속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이제 현재의 자신감와 성취를 타인종과 문화에 대한 관용과 배려로 승화시켜 세계국가들 속에서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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