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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철학과 비전, 고민의 흔적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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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철학과 비전, 고민의 흔적은 있나
  • 이준건(행정학 박사)
  • 승인 2014.02.2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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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의 홍수

지방선거 탓에 출판기념회가 부쩍 늘었다. 정치인과 인연을 맺은 사람은 일주일에 두세 번은 포로가 된다. 길흉사 수준의 봉투를 준비해야 하기에 경제적 부담도 적지 않다. 출판기념회는 정치 후원금을 걷는 합법적인 행사이기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끌어들인다. 특히 중앙과 지역의 정치인, 명망인사를 한자리에 초대해 입지를 세울 수 있는 세리머니 성격이 강해 선량이 되겠다는 사람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특히 출판기념회는 정치인으로 데뷔하는 공식 무대로 애용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급조하는 사례가 많다. 인원 동원의 규모를 보고 정치적 역량을 평가하기도 하며, 경쟁 후보의 기세를 사전에 제압하는 기 싸움의 장이 되기도 한다.

정치인 출판기념회의 역기능이 만만치 않다. 어느 현직 단체장의 출판기념회에서는 간부공무원이 줄서기라도 하듯 동원되어 방문객을 안내하며 행사장을 분주히 오가며 인사를 한다. 선거법상 저촉되지 않는다하더라도 공직자의 신분으로 보면 도덕성을 넘어선 행동이다. 누구를 위해 지방자치가 부활한 것인지 눈을 의심케 한다. 지방자치의 본질이 왜곡됐다. 선량이 주민을 받들어야 하는 지방자치의 근본을 생각하면 자신의 입지를 위해 공직자와 주민을 동원하는 역린(逆鱗)현상이다.

출판기념회 행사에 비해 책의 내용을 보면 아쉬움이 들 때가 많다. 천편일률(千篇一律)적으로 자신의 치적만 담고 있다. 백화점식 열거만 있을 뿐 심도의 흔적이 없다. 철학은 고사하고 이곳저곳에서 자주 본 글도 눈에 띤다. 서울에서 하는 축제나 지방에서 열리는 축제나 차이가 없는 것과 매한가지다. 수도권의 기획사가 전국의 지방축제를 독식하면서 기획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내는 책들을 보면 직접 집필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대필가가 쓰다 보니 정치나 정책을 추진하면서 아쉬운 점, 개선해야 할 문제, 현장의 문제 등 공감할만한 내용이 눈에 띠지 않는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정치인이 그 많은 분량의 글을 쓸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책은 독자에게 양식이다. 그러니 새로움을 담아야 한다.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익혀야 한다. 물론 지역발전을 고민하고 연구한 성과를 현실에 접목하려는 흔적이 역력한 그런 책으로 출판기념회를 하는 정치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도 글을 쓰는 일을 하지만 한 장의 원고를 완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고민한다. 주제를 찾는데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책을 내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셰익스피어도 한권의 책을 완성하기 까지 많은 사람의 조언과 의견을 수렴했다고 한다. 글 쓰는 달인은 없다. 그러한 글을 공장에서 상품을 찍어내듯 하는 것을 보면 정치는 삼류, 책 내는 데는 일류라는 말이 어울릴 듯하다.

3선 연임 제한, 잇따른 불출마선언 등으로 올 6·4지방선거는 변수도 많고 앞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보니 그 어느 때보다 출판기념회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현역 정치인의 프리미엄으로 서울과 지방에서 출판기념회를 연이어 개최하는가 하면 서점가에 내놓을 수준도 안 되는 책을 강매하듯 하기 일쑤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라면 적어도 철학과 비전을 담고 나라와 지역발전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라도 남겨야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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