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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은 ‘세 끼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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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은 ‘세 끼 식사’
  • 김기남(대전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승인 2014.07.22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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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이야기 | 마음의 양식, 아니 두뇌의 영양분?
김기남
김기남

사교육은 간식, 지나치면 건강헤쳐
반찬 맛있게 만들어야 밥 잘 먹어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13종의 비타민, 17종의 무기질로, 우리 몸에서는 합성되지 않거나 부족해서 반드시 섭취해야한다. 영양학을 전공하고, ‘임신부의 엽산 영양과 출생 후 아동의 성장 발달’로 박사학위를 받으며, ‘아동영양과 성장발달’이라는 과목을 맡아 강의하던 즈음에 아이를 낳았다. 아는 게 그것뿐이라 내 아이의 영양상태 만큼은 잘 챙겨주고 싶었다. 모유수유를 충분 기간 해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영양소들이라는 게 한 가지 식품에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이것도 먹여야할 것 같고, 저것도 먹여야 할 것 같고, 이것도 부족해 보이고, 저것도 부족해 보였다.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었고, 게다가 과잉 섭취도 주의해야 했다. 마음만 급하고 이것저것 준비했다 버리는 일만 많았다.

엄마의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튼튼한 아이로 자라준 아이가 벌써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13년 전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이번엔 마음의 양식을, 아니 두뇌의 영양분을 채워주기 위해 중학교 영어문법도 시켜야 할 것 같고, 수학선행도 시켜야 할 것 같고, 책도 많이 읽혀야 할 것 같고, 체력을 쌓기 위해 운동도 시켜야 할 것 같고, 수행평가를 위해 미술도 시켜야 할 것 같다. 아이가 소화하기엔 한계가 있고, 자칫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들 녀석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을까 주의해야 한다. 마음만 초조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시간만 보낸다.

과잉의 영양섭취가 비만을 부르고, 비만이 건강을 위협하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과도한 경쟁 속에서 병들어 가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얼마 전 초등학생이 성적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나, 성적문제로 엄마를 살해한 고등학생의 소식 등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OECD 국가 평균의 3배에 가깝고,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고의적 자해, 즉 자살이라고 한다. 또 다른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3~19세 청소년의 10.1%가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고, 그 중 53.4%가 성적이나 진학문제로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했다. 더 문제인 것은 청소년 자살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그 증가율이 OECD 국가 중 2위라는 것이다. 이 쯤 되면 ‘건강하게만 자라다오~’가 나와야 할 시점인 듯하다.

간식을 많이 먹는 아이들은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영양불균형에 빠지기 쉽다. 식사를 제대로 챙겨먹지 않은 아이들은 간식이라도 챙겨 먹이게 된다. 세 끼 식사인 공교육이 정상화되면 사교육 의존도가 좀 낮아질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사교육을 조금 줄인다면 아이들이 학교 수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청소년의 69.4%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 평균 사교육 시간은 주당 6시간, 사교육비 총액은 약 19조원으로 보고되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사교육 시간이 늘어날수록 우울증상이 많이 나타났고, 하루 4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을 경우 우울증 위험이 더 증가한다고 했다. 맹모는 세 번을 이사했다고 했던가? ‘대전족(대치동 전세족)’이라는 신조어도 전세대란 속에서 무색해졌다. 오래된 평수 작은 아파트도 월세 아니고서는 들어가기 쉽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유명 학원들이 몰리면 학군이 좋아진다고 하고, 아이가 아프면 학교결석하고 쉬게 한 뒤 오후에 학원은 보낸다고 한다. 식사 보다 간식양이 더 많아진 격이다.

성적을 올리기 위한 많은 학원들은 어쩌면 당질 덩어리 간식인지도 모른다. 칼로리만 높고 정작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정성스레 준비된 식사를 방해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간식비를 대기 위해 허덕인다. 빚을 진 채로 무리한 사교육을 시키는 에듀푸어(교육빈곤층)라는 말도 생겼다. 물가상승과 경기불안에도 유일하게 줄지 않는 지출항목이라고 한다. 정부는 공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명목으로 공교육 정상화 쪽으로 대입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에 대하여 지원을 하겠다는 정책까지 내 놨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세 끼 식사를 제대로 하게 하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맛있게 만들어야지, 간식 그만 먹으라고 다그칠 수는 없다. 사실 공교육이 내실화되고 사교육의 필요성이 스스로 줄어들지 않는 이상,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배경을 달아주고 싶은 엄마, 아빠들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을 듯하다. 그저 아이에게 독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억지로 떠먹이는 밥이 아니라, 씹을 시간도 주고 소화시킬 시간도 주어야 소화불량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야 먹은 밥이 살이 되고 피가 된다.
혹 체할까 애써 불안한 마음 누르며 스스로 하길 바라는 마음에 던져놓은 우리 집 예비 중학생을 보면 ‘난 지금 쟤를 굶기고 있는 거야~’란 생각에 방학이 다 끝나가는 이 마당에 새삼 후회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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