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정밀하게 보고 더 귀담아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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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정밀하게 보고 더 귀담아 들어야
  • 김유혁(단국대 종신명예교수)
  • 승인 2014.08.06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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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이야기 | 명목달청(明目達聽)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Le Premier Consul franchissant les Alpes au col du Grand Saint-Bernard)’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 Louis David), 1801~1805, 캔버스에 유채, 261×221㎝, 프랑스 말메종 성(Chateau de Malmaison) 국립박물관 소장. 나폴레옹이 실제 알프스를 넘을 때 날씨는 맑았고 지리를 잘 아는 현지인이 끄는 노새를 타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림은 기록화가 아닌 정치적 프로파간다(선전) 역할을 하기 위해 미화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쟁영웅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Le Premier Consul franchissant les Alpes au col du Grand Saint-Bernard)’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 Louis David), 1801~1805, 캔버스에 유채, 261×221㎝, 프랑스 말메종 성(Chateau de Malmaison) 국립박물관 소장. 나폴레옹이 실제 알프스를 넘을 때 날씨는 맑았고 지리를 잘 아는 현지인이 끄는 노새를 타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림은 기록화가 아닌 정치적 프로파간다(선전) 역할을 하기 위해 미화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쟁영웅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천리마의 해’, 유달리 ‘말 예찬론’ 풍성
‘주마간산’ ‘마이동풍’ 청마의 해 안 어울려
경륜에서 우러난 충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김유혁
김유혁

임금님의 눈은 토끼의 눈처럼 청명하여 천리목(千里目)이어야 하고 임금님의 귀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천청이(天聽耳)이어야 하며 임금님의 발 빠름은 기(冀)땅에서 나오는 준마(駿馬)처럼 천리마(千里馬)이어야 한다. 이는 고금을 통해 백성들이 한 결 같이 바래왔고 또 바라고 있는 일이다.

용보다 더 위엄성을 갖춘 영물이 없다하지만 용의 눈은 토끼 눈을 닮았다하여 안사토목(眼似兎目)이라 한다. 그리고 토끼는 다른 동물처럼 자기방어수단이 될 만한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뿔도 없고 송곳이도 없으며 발톱도 없다. 밝은 눈과 큰 귀와 상대적으로 긴 뒷다리뿐이다. 뒷다리가 길기 때문에 산 비탈길을 타고 높은 곳을 잘 오른다. 귀가 크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자기 안전을 위협하는 동물들의 접근 정보를 재빨리 판단하여 그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지혜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말은 빨리 달릴 수 있을 뿐이다. 때문에 군마(軍馬)로서 전쟁터에서 중요히 쓰인다. 특히 말은 담이 없다(馬無膽). 때문에 포화가 쏟아지는 전쟁터를 누비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쟁과 장군에 얽힌 이야기 중에 말에 관한 사연이 많은 것이다. 말은 빨리 달릴 수 있기 때문에 말을 타고 달리며 산하경치를 구경하는 것을 주마간산(走馬看山)이라 한다. 말은 역풍을 좋아하기 때문에 동풍에는 관심이 없다하여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 한다.

2014년을 가리켜 푸른 말(靑馬)의 해라고 한다. 그리고 청마는 천리마라고 하며, 천리마는 일기당천(一騎當千)하는 준마(駿馬)라고 말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왜 그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이도 많다. 나라의 임금이 타는 말은 거의가 백마이며, 전쟁영웅들이 타는 말도 예외 없이 거의가 백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마의 해(庚午年)에는 말에 관한 예찬이 청마의 경우처럼 시끄럽지 않다. 그 이유를 짚어보고 가는 것이 좋을 듯싶다.

갑오년의 갑(甲)은 으뜸이라는 뜻이며 방위개념으로는 동쪽에 해당한다. 그리고 동쪽은 오색(五色)에 있어서 푸른색(靑)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준마가 많이 나는 지역은 중국에서는 옛날 기국(冀國)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국은 동쪽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 연유에서 갑오년은 청마의 해요, 천리마의 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말 예찬론에 관하여 달리 음미할 줄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주마간산은 풍류의 멋이 있어서 좋다. 그러나 달리면서 산하경관을 관람한다는 것은 사물을 상세히 살핀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즉 청찰(精察)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마이동풍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뜻이다. 현대사회의 경쟁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가치판단의 우열성 문제다. 왜냐하면 판단력의 우열성은 곧 경쟁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펴야할 것은 보다 정밀하게 관찰하자는 뜻에서 밝은 눈으로 살피자는 명목(明目)이 요구되는 것이며, 정보는 보다 체계 있게 취사선택하기 위하여 귀담아 듣자는 뜻에서 달청(達聽)이 요구된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말띠 해인 금년의 세훈(歲訓)은 명목달청(明目達聽)이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그 밖에 마언(馬諺)을 통해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늙은 말이 길을 잘 찾아간다는 노마식도(老馬識道)의 훈구(訓句)다. 그것은 춘추시대 제환공이 고죽국(孤竹國)을 정벌하고 회군하면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을 때 당시 재상이었던 관중(管仲)이 늙은 말을 앞세워 귀로(歸路)를 찾게 되었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가 처해있는 난국을 보다 슬기롭게 풀어가기 위해서는 국민적 지혜의 통합이라는 차원에서 경험과 경륜을 지닌 인사들의 조언과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소통의 풍토가 더 성숙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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