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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로 막으면 불만 비정상적으로 분출
  • 맹수석(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4.01.28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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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산책 | ‘안녕’과 ‘소통’

‘안녕대자보’ 자체만으로 우리사회 희망의 빛
다양한 표현 정치선동 몰면 민주주의 무너져
사실·논리 부족해도 청년들 외침 포용해야

맹수석
맹수석

요즈음 우리사회의 화두는 ‘안녕’과 ‘소통’인 것 같다. 예로부터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은 아침 인사는 물론, 초면의 상대방에 대한 인사말로도 흔히 써왔다. 이 말은 또한 소통을 위한 단초(端初)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우리는 매일 서로의 안녕을 묻고 있고, 이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 대학생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이른바 ‘안녕 대자보’를 학내 게시판에 붙인 후 이를 필두로 고등학교, 지하철역 등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안녕하지 못하다’는 대자보가 게시됐고, 이 내용이 다시 SNS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된 바 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은 물론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노조파업이나 국가정보기관의 대선개입 등의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견해를 활발히 밝힌 것이다. 심지어는 정부기관까지 철도노조파업과 관련하여 ‘우리 국민들은 불법 파업으로 안녕하지 못하다’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안녕’이라는 것에 대해 반문하고 그 의미를 생각해보려는 시도 자체가 신선한 충격으로 느껴졌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상 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물론,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요체다. 헌법에서 말하는 인간상(人間像)은 사회와 고립된 주관적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공동체의 상호연관 속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인격체를 의미한다. 이와 같이 헌법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유기적 연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권력의 근원이 국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국가는 젊은이들이 들불같이 관심을 표시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그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비정상의 파행 현상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역사학자 카(E. H. Carr)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는데, 역사를 직시할 때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도 예측할 수 있다. 기성세대가, 특히 그들을 대변하는 제도권 언론이 있는 사실 그대로 말하는 것에 주저하거나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면 제대로 된 민주주의는 기대할 수 없다. 더 이상 올곧은 소리를 내는 것을 꺼리거나 불안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서는 안 된다.

인체의 혈관이 막히게 되면 피가 제대로 순환되지 않아 질환이 생기거나 목숨을 잃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게 되면 건전한 사회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불만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분출될 수 있다. 국가 사회의 언로가 막히는 것은 노폐물로 인하여 혈관이 막히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일부 학교에서 대자보 철거 등 소통의 장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면서 이성에 기초한 분석적 비판능력을 키울 것을 주문해 왔다. 그런데 학교가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없도록 옥죄고 차단한다면, 이는 우리 교육제도의 허구성을 자인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대자보가 눈에 거슬린다고 해서 곧장 철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이분법적 사고에 매몰되어, 이 사회의 다양한 표현에 대해 단지 정치적 선동으로만 치부해서야 어찌 대한민국을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젊은이들의 주장이 때로는 완벽한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그들의 주장에 논리 정연함이 결여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그들이 듣고 배웠던 것에 비추어 부조리와 불의라고 판단되는 것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비록 그들의 경험이 짧고 불완전하다고 해서 침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비정상의 사회적 현상에 대한 그들의 주장이 외로운 외침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다. ‘안녕 대자보’는 그러한 점에서 우리를 뒤돌아보게 할 뿐만 아니라, 다시금 ‘우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나만이 옳다고 우길 때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할 때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대망의 2014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이성을 일깨우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의 이곳저곳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것을 보면서, 내일은 오늘과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그리고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요체다. 다양한 의견 표출을 막으면 여러 불만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분출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그리고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요체다. 다양한 의견 표출을 막으면 여러 불만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분출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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