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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진 건 대통령의 피부와 패션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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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진 건 대통령의 피부와 패션 뿐
  • 박권일 시사칼럼니스트
  • 승인 2016.05.2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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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 박근혜 정부 1년

윤창중 성추문은 서막에 불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현재진행형
경제민주화·복지공약 줄줄이 허공으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되었다. 대통령에게는 1년이 하루처럼 금방 지나갔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많은 국민에게 지난 1년은 10년처럼 피로했다. 출발부터 심상치 않았다. 야심차게 추진된 대통령의 첫 방미 때 대형사고가 터졌다.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미국 국적의 인턴에게 성추행을 저지른 것이다. 죄질이 나빴다. 세계 언론이 일제히 주목한 희대의 ‘국치(國恥)’이자 ‘외교참사’였다. 윤창중 씨가 대변인으로 임명될 때 "어처구니없는 인선"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언론인으로서의 지적 품위와 균형감각보다는 감정적인 인신공격성 발언과 특정 정치세력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선동적 문장으로 유명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저 ‘박근혜 1년’의 서막에 불과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은 이명박 정권 때인 2012년 12월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가정보원 직원 김하영 씨가 서울 역삼동 모 오피스텔에서 대선관련 댓글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 수사팀과 민주통합당이 문제의 오피스텔로 찾아갔다. 김 씨는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근 채 40시간 넘게 대치한다. 훗날 수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녀는 농성하며 혐의를 부정하는 와중에도 자신이 활동한 증거를 광범위하게 은폐하고 있었다.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국정원 게이트’라 불러 마땅한 규모의 국가적 스캔들로 비화했다. "국정원 4개팀이 외부 인력까지 동원해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검찰과 경찰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인 결과, 국정원이 '오유(오늘의 유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트위터 등 대형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수십 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최소 수백만 건 이상의 댓글 공작을 벌였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2013년 10월에는 국정원 뿐 아니라 국군사이버사령부도 댓글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국정원과 공조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분노한 시민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일각에서는 대선불복운동도 벌어졌다. 국가기관의 불법선거운동이 밝혀졌으니 대선결과도 무효라는 주장이었다. 종교계를 비롯 각계각층의 저항이 거세지자 경찰 및 검찰 수사팀에 대한 석연찮은 압력과 인신공격성 정보들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정권은 소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한다. 노동탄압도 본격화됐다. 철도노조의 파업이 시작되자마자 코레일은 어떤 협상의 제스처도 없이 참가자 7800여 명을 직위해제했다. 경찰은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한다면서 민주노총 건물에 수색영장도 없이 침입해 건물을 초토화한다. 민주노총 출범 이래 첫 경찰 침탈이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 신분으로 대전의 한 대학을 방문했을 때의 박근혜 대통령. 자료사진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 신분으로 대전의 한 대학을 방문했을 때의 박근혜 대통령. 자료사진

박근혜 정부의 1년은 공약 백지화의 1년이기도 했다. 기초노령연금 공약, 4대 중증질환 진료비 국가 전액부담, 0~5세 무상 보육, 고교 무상교육, 반값 대학등록금 등 주요 복지공약이 줄줄이 허공으로 날아가거나 기약 없이 연기되었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이제 입에 발린 소리로도 듣기 힘들어졌다. 가계부채라는 ‘뇌관’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이고 비정규·불안정 노동으로 인한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도 임계점에 달한 상황이다.

그럼 외교·안보 분야는 잘했을까. 동북아시아는 일촉즉발의 살얼음판인데 대한민국 외교라인은 존재감조차 없다. 최근 남수단에 파견된 국군 한빛부대가 작전 중 실탄이 없어 일본군에게 실탄 1만발을 빌려야 했던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당연히 비난이 폭주했다. 그런데 국방장관 등 정부와 군 지휘부의 대응은 이랬다. "탄약을 빌린 건 현지 책임자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빛부대장이 최초 실탄 지원을 요청할 때 국방부나 외교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즉, 모든 책임을 현장 하급 지휘관에게 전가했던 것이다<정문태, ‘총알타령은 왜 한심한가’, 한겨레, 2014년 1월 3일>. 이게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의 현실이다.

1월 6일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을 했다. ‘연두 교시’라 해도 될 정도로 일방통행의 연설이었다. 경제민주화, 복지공약 후퇴에 대한 사과는커녕 언급조차 없었다. 박근혜 정부의 1년은 단언컨대 퇴행, 백지화, 국제망신으로 점철됐다. 딱 두 가지 괄목상대하게 진보한 분야가 있다. 바로 대통령의 피부, 그리고 패션. 이 두 가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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