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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죽만 울리다 끝날 ‘논란 아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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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죽만 울리다 끝날 ‘논란 아닌 논란’
  • 이충건 기자
  • 승인 2014.01.13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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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방식 개선 | 러닝메이트? 혹은 임명제?

러닝메이트, ‘교육의 정치적 중립’ 헌법 훼손
임명제, 6월 선거까지 합의안 마련 어려워
역사교과서가 촉발한 보·혁 갈등 불똥 분석
비리 탈출구로 만든 직선제 포기할 이유 없어

#1. 오제직 전 충남교육감,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 나근형 인천교육감, 임혜경 부산교육감, 고영진 경남교육감, 김종성 충남교육감…. 2007년 부산에서 교육감 직접선거가 실시된 이후 재판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전·현직 교육감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검찰로부터 무혐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시민사회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겼다.

세종교육청 출범 전 연기교육청의 상급기관인 충남교육청은 강복환·오제직·김종성교육감이 모두 비리(혐의)로 교육감 직을 상실했거나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교육 소통령’으로 불리는 교육감의 막강한 권한을 바르지 못하게 쓴 까닭이다.

#2. 교육감선거는 정당 추천 없이 추첨에 의해 번호가 결정된다. 번호만 잘 뽑으면 당선이라는, 이른바 ‘로또 선거’라는 빈축을 사는 이유다.

실제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16개 시·도 교육감 당선자 가운데 기호 1번이 6명으로 가장 많았다. 기호 2번 4명, 기호 3번 5명 등의 순이다. 기호 4번 이상의 후보들 중에는 서울에서 기호 6번으로 당선된 곽노현 전 교육감이 유일하다. 여·야 지지층이 뚜렷한 지역에서는 1·2번 쏠림현상도 나타났다. 대구·경북에서는 기호 1번의 평균 득표율이 46.2%에 달했고, 광주·전남에서는 기호 2번이 평균 득표율 32.1%를 기록했다.


전·현직 교육감들의 잇단 비리(혐의)와 ‘로또 선거’라는 오명은 교육감 선거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논란으로 비화됐다. 새누리당이 최근 광역단체장 후보와 교육감 후보가 짝을 이루는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예 직선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로 가자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민주당은 직선제를 유지하되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감들의 비위나 ‘로또 선거’가 교육감 선거방식을 개선하자는 논의의 핵심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러닝메이트제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 제31조에 위반돼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고, 임명제도 6·4 지방선거까지 합의안 마련이 쉽지 않다. 이는 정치권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결국 교육감 선거방식 개선 논란은 ‘변죽’에 불과하다. 왜 변죽을 울릴까? ‘이슈 제기→논란 확산’은 예부터 내려온 정쟁의 스테레오타입(정형)이다. 이슈는 ‘변죽’이고 논란의 목표는 반대파 숙청. 최근 논란의 중심에는 역사교과서가 있다. 여야 정치권 모두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말하면서도 언제나 논쟁은 ‘교육을 누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느냐’로 귀결되고 있다.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일선 고교 채택이 거의 무산되면서 벌어진 여야 대립이 ‘교육의 정치화→교육감 선거방식 개선’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러닝메이트제든 임명제든 현재의 논란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발상이다. 2005년 4월3일 김진표 당시 교육부총리는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이 정치로부터 자주성과 중립성을 지키면서 지방자치와 연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2007년 2월 14일 부산에서 첫 직선 교육감이 선출됐다. 2010년부터는 동시지방선거로 치러지고 있다.

교육감의 잇단 비리사건은 직선의 폐해라고만 단정할 수 없다. 실제 대통령 임명제에서 교육위원→학교운영위원·교원단체→학교운영위원 등으로 선출방식이 바뀌었지만 부정이 끊이지 않았다. 최열곤 전 서울교육감(임명제), 염규윤 전 전북교육감(교육위원 선출)에 이어 강복환 전 충남교육감(학교운영위원 선출)까지. 직선제와 비리의 상관관계가 명확치 않다는 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강 전 충남교육감이 구속되면서 직선제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직선제는 잘못된 제도의 탈출구였던 셈이다. ‘로또 선거’의 문제는 보완하면 그만이다.

일찍이 교육감 직선제를 도입한 선진국 어디에서도 그 폐해로 교육이 잘못됐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오히려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더 확대하는 추세다. 교육감 선거는 각 후보들이 현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드러내고, 더 나은 내일의 교육에 대한 비전을 내놓는 장이다. 유권자인 부모에게 내 아이의 미래를 맡길 사람을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나. 선택할 수 없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1988년 구속(임명제 선출). 한겨레
1988년 구속(임명제 선출). 한겨레

 1996년 구속(교육위원 선출). 한겨레
1996년 구속(교육위원 선출). 한겨레

2003년 구속(학교운영위원 선출). 충청투데이
2003년 구속(학교운영위원 선출). 충청투데이

잇단 직선 교육감 비리사건이 교육감 선거방식 개선의 이유 중 하나로 제기되고 있지만 직선제 이전에도 드러난 부정이 적지 않았다. 오히려 직선제 이전 교육감들의 잇단 구속이 '잘못된 제도의 탈출구'로 교육감직선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한 계기가 됐다.

이충건 기자 yibido@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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