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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유혹, 당신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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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유혹, 당신이라면?
  • 송길룡(영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6.05.26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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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노트 | ‘프라미스드 랜드’

올바른 방법으로 떼돈을 벌기 어려운 세상이니만큼 부자를 대하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돈이 많은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너도 나도 ‘새해 부자 되세요’라는 덕담 아닌 덕담을 나누며 해맑게 웃는 표정으로 새해 인사를 하니 말이다.

돈에 관한 중요한 착각 하나. 다른 이들은 사기를 칠지 몰라도 자신만큼은 가장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세상 모든 것들이 제각각 인간적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무한의 가치를 지닌 것들일진대 어찌 그 모든 것들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화폐로 단순히 환산될 수 있겠는가. 눈앞의 것들을 돈과 바꿀 수 있다는 애초의 발상에서부터 인간 스스로 서로 속고 속이는 ‘사기’는 시작된 것인지 모른다. 거기서 누구도 순결하게 빠져나가지는 못한다.

2012년 미국에서 제작됐지만 한국에서는 2013년 12월이나 돼서야 개봉한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구스 반 산트 연출)는 지하에 양질의 천연가스가 엄청나게 매장돼있다는 발견 이후 벼락부자가 될 것만 같은 꿈에 젖은 곤궁한 한 오지 마을을 무대로 삼는다. ‘글로벌’이라는 역시 엄청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 잡음을 최소화하며 채굴권을 따내려고 그동안 임대협상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 온 직원을 급파한다.


아무리 도시권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촌구석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하여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의 값어치에 대해 둔감하지는 않을 터. 글로벌의 영민한 직원들은 동네사람들이 이용하는 잡화점에서 동네사람들이 사 입을 만한 옷을 사 입고 동네사람처럼 편안하게 접근하면서 채굴협상에 대한 저항감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이런 직원들을 영화 속에서는 ‘컨설턴트’라고 부르는데 모든 마을사람들이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 순간까지 어떤 방해와 반대에 대해서도 설득과 회유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어찌 보면 이해관계가 맞는 대로 계약을 하면 그만일 텐데 왜 천연가스회사는 찾아가기도 힘든 오지마을에 굳이 컨설턴트라는 계약협상전문가를 보내는 신중함을 보인 것일까? 그 해답은 마을회의에서 드러난다. 부귀영화의 환상에 사로잡힌 분위기속에서 마을에 사는 과학교사가 벌떡 일어나 지적한다. 천연가스 자체는 매우 깨끗한 자원이지만 채굴과정은 아주 지저분해서 자칫 땅과 물을 오염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 어쩌면 황폐해진 마을을 남기고 모두가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바로 그런 점을 들어 마을의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설득과 회유의 수단이 필요했던 것이다.

글로벌의 컨설턴트들은 마을사람들이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큰돈의 혜택을 유혹의 수단으로 삼는다. "뼈 빠지게 일을 하지 않아도 슬슬 소일하며 돈이 쌓여가는 행운을 얻게 될 것이다." 이런 말보다 "당신의 자녀가 충분한 대학 학자금을 가진다면 육체노동자로 썩다 죽을 인생에서 벗어날 것이다." 이런 말에 마을사람들은 마음이 더 기운다. 코앞의 절실한 경제문제 앞에 마을사람들은 돌아올 미래의 피해를 생각하지 못하고 하나둘 글로벌이라는 대기업이 내놓는 장밋빛 선의와 긍정만을 믿고 싶은 대로 믿게 된다.

그것이 대세일까? 천연가스 채굴의 복잡한 문제가 돈에 의해 단순화되고 꼼꼼한 검토의견이 무력화되는 것을 염려하면서 물리학 박사인 그 노회한 과학교사 프랭크가 던진 말이 인상 깊다. 돈 때문에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잘못된 결정을 너무 성급하게 내리는 것은 아닌가.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는 세상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아름다운 산간벽지가 그야말로 돈 때문에 삶의 터전으로서의 의미를 잃어가는 위기상황을 비교적 차분하고 정감 있게 그려낸 탄탄한 연출력의 작품이다. 연초부터 돈의 부정성을 들어 이야기하니 좀 껄끄러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처럼 한번쯤 돈 문제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맞았으면 좋겠다. 돈 때문에 당신은 깜빡 본연의 멋진 모습을 잃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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