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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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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싫어요’
  • 정성훈(을지대 정신건강의학과)
  • 승인 2016.05.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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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거부증, 업무 스트레스·대인관계 불안 등 원인

직장인 최 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기 싫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출근하려고하면 땀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출근거부증은 정식 질환은 아니지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증상이다.

출근거부증은 가벼운 상태에서 심각한 상태까지 여러 단계가 있는데 간혹 지각을 한다거나 이유 없이 병가를 자주 내는 경우는 있지만, 어린아이들의 등교거부증과는 달리 실제로 출근을 하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출근거부증의 원인으로는 과다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업무에 대한 두 가지 불안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는 수행불안으로 ‘과연 내가 업무를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다. 현대의 직장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고정적인 일을 반복하는 곳이 드물며,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를 요구 받는다. 최근 과업을 중심으로 팀(team)제로 구성되는 조직 구조는 이전 과업이 끝이고 새 과업이 떨어지면 해체와 재조직의 단계를 밟는다. 따라서 익숙한 업무와 익숙한 동료에 안주해서는 발전이나 생존을 보장하기 힘들다.

둘째는 일종의 사회공포증인 대인관계 불안이다. 많은 직장인들은 업무 스트레스보다 더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로 직장 동료 간의 갈등을 꼽는다. 상사건 부하직원이건 항상 부당하다는 느낌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특정한 동료만 보면 이유 없이 화가 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왕따현상 역시 학창생활에서만 경험하는 것이 아니며, 적지 않은 직장인들은 실제이건 아니면 혼자만의 상상이건 자신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믿는다.

수행불안에 대해서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애써 노력해 실력을 쌓고 준비를 완벽히 갖추었다고 해도 예상하지 못한 업무를 맡게 되면 여전히 초보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는데 열려있는 유연한 지성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완벽주의가 불안의 씨앗이 된다는 것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

대인관계 불안은 결국 사람으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다. 사람으로 풀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가 매우 경쟁적이고 지뢰밭이라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역으로 동료나 선후배간의 인간관계가 없다면 어느 누구도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직장인이 아침 출근 시의 부담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현관문을 나서는 것은 업무의 강도나 월급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목표를 지향하고, 동일한 문화를 공유하며, 매번 얼굴을 맞대는 직장 동료들은 현대 사회에서 가족 다음으로 마음을 열고 지내게 되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어려운 업무라 할지라도물어볼 사람이 있고, 또한 그 업무를 성취했을 때 수고했다고 인정해줄 사람이 있다면 어떤 업무를 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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