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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석짜리 아트센터, 차라리 짓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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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석짜리 아트센터, 차라리 짓지 말라
  • 이충건
  • 승인 2017.03.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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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알파 | 갈 길 먼 문화예술도시 세종

행복청, 대극장 1200·소극장 450석 규모 키워 재협상
도시 위상 맞게 박근혜정부 문화예술정책 철학 담아야

‘행복도시 위상에 걸 맞는 규모의 공연시설이 적합하다’ 지난 6~9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서울의 한 컨설팅회사에 용역을 맡겨 얻은 결론이다. 세종시 아트센터 얘기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세종시 아트센터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아직 공식적인 문서로 전달된 단계는 아니지만 ‘타이밍’을 보고 있다. 내년 실시설계 예산 17억 2500만원이 국회에서 확정되면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설계에 반영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세종시 아트센터는 대공연장 700석, 소공연장 300석 규모. 대공연장 규모로만 따지면 870석의 세종문화예술회관(옛 연기문예회관)보다 작다.

 

구 연기문예회관보다 작아

 

행복도시 아트센터의 최초 계획은 2006년 수립됐다. ‘품격 높은 문화 인프라 구축 및 도시문화 조성 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서다. 당시 대공연장 1500석, 중공연장 800석, 소공연장 300석 규모였다.
다시 2007년 ‘행정중심복합도시 문화체육시설 설치 기본방안 연구’에서도 같은 규모에 국립중앙극장이 운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2009년 ‘복합도시극장 건립 기본방안 수립 및 타당성 검토’에서는 대공연장 1000석, 소공연장 300석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다 2010년 기재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대공연장 700석, 소공연장 300석으로 규모가 크게 줄었다. 경제성 확보 기준에 미치지 못했지만 세계적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대표적 문화시설 건립의 필요성이란 명분에 따라 국비지원을 확정했다는 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설명이었다.

행복도시건설청이 아트센터의 규모를 원안보다 축소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세종시 여론이 들끓었다. 세종시민들이 참여하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를 비난하는 글들로 채워졌다.

세종시도 그제 서야 사실을 인지했다. 행복도시건설청이 아트센터의 운영주체 문제를 두고 세종시와 소통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세종시는 "개관 시점을 1~2년 늦추더라도 제대로 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공연시설은 한 번 지어놓으면 증축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철학의 부재가 더 큰 문제

 

문제는 현재 기본설계 중인 아트센터가 세종시의 위상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연 좀 봤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아트센터는 ‘겉만 번지르르한 반쪽짜리 공연시설’에 불과하다. 실제 1000석 미만의 공연시설은 운영 실적이나 작품 수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양하고 수준 높은 공연의 제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1000석 이상의 시설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이나 국가를 이끌어가는 집권세력의 문화예술에 대한 철학의 부재다. 작금의 행태는 경제성 확보에 미치는 수준에서, 혹은 경제성은 없지만 도시 구성 상 필요해서 그냥 짓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럴 거면 차라리 조금 불편해도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가까우니 그 시설을 이용하라고 말하는 게 더 솔직한 자세다. 지금 계획대로 아트센터를 짓는 게 바로 예산낭비다.

세종시도 내심 국가예산으로 지을 때 제대로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운영도 지자체가 아닌 국립중앙극장이 맡는 게 도시의 위상에 부합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공감했지만 돈줄과 사람 줄을 쥔 기재부와 안전행정부가 반대해 결국 세종시가 운영주제가 됐다.

 

늦추더라도 제대로 지어야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행복도시건설청이 자체 용역결과를 토대로 기재부를 설득하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대극장 1200석, 소극장 450석으로 규모를 키우고, 영상관을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과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 수용을 위한 시설로 변경하는 게 용역 결과의 골자다.

이렇게 되면 총 공사비가 약 954억 원에서 최대 1431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개관했거나 개관예정인 국내 공연시설을 놓고 따져보면 경주예술의전당 1200억 원, 송도 FEZ아트센터 1192억 원, 부산오페라하우스 1431억 원 정도다.

용역을 수행한 컨설팅회사 관계자는 "대극장은 오페라까지 수용이 가능한 무대 공간·시설로, 소극장도 작지만 필요한 무대공간과 설비가 모두 갖춰진 공연장이 적정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공연기획자는 "10억 원 이상의 연간 운영비를 가진 공연시설이나 기획공연 비율은 충청권이 가장 낮은 반면 충청권의 예술행사 관람률은 수도권 다음으로 높다"며 "인구수만을 놓고 탁상행정 식으로 따질 게 아니라 세종시의 위상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아트센터의 건립방향을 원점에서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세종시에 짓는 아트센터인 만큼 현 정부가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스스로의 철학을 담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충건 기자 yibido@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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