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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덕구덕 말린 민어구이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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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덕구덕 말린 민어구이가 ‘그만’
  • 박숙연
  • 승인 2013.12.15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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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 송하한정식

솔밭 한옥집서 조천 바라보며 사대부가 된 느낌으로



"큰 것은 길이가 4, 5자다. 몸은 약간 둥글며 빛깔은 황백색이고 등은 청흑색이다. 비늘이 크고 입이 크다. 맛은 담담하고 좋다." 정약전이 <자산어보>에 기술한 바닷물고기 면어(魚) 얘기다. 그 속명은 우리가 흔히 그렇게 부르는 민어(民魚)다.

민어는 ‘백성 민’자가 붙을 정도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지만 고급 대접을 받아온 생선이기도 하다. 음력 7월15일 조상과 선망(先亡) 부모·형제들의 왕생극락을 기원하는 ‘우란분재(盂蘭盆齋)’에는 제수용품으로 챙겨야 할 정도다.

<자산어보>에서는 민어 중에서도 마른 민어를 최고로 쳤는데 이를 ‘건정 민어’라고 했다. 해풍에 말린 오리지널 건정 민어는 아니지만 자연 건조시킨 민어를 구워 내놓는 이색적인 한정식집이 세종시에 있다. 첫마을에서 1번 국도를 타고 홍익대 세종캠퍼스를 지나 우회전하면 고풍스런 한옥이 솔밭사이에 숨겨져 있다. ‘송하한정식’이다. 뒤로는 조천이 흘러 운치가 그만이다.


오늘 맛집은 소문만 듣고 찾았다. 인터넷상에서는 세종시 맛집으로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집이다. 주인장과 사전 상의도 없었다. 전날 예약을 하고 정해 준 자리에 앉으니 정갈한 밑반찬들이 하나 둘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그리고 성인 팔뚝만한 민어가 통째로 구워 나왔다. 말리고 구운 게 이 정도 크기니 보통 대형어종이 아니다.

식당 안은 방까지 손님들로 가득했는데 이 정도 크기의 민어를 어떻게 다량으로 공급받는지 궁금했다. 주인장은 "대서양 원양어선에서 잡힌 민어를 부산항을 통해 받는다"고 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양새부터 입맛을 돋웠다. 주인장은 정성껏 민어를 찢어 손님 상 위에 펼쳐 놨다. 한 젓가락 뜯어 맛을 봤더니 소금 간을 해 구덕구덕해질 때까지 자연 건조시킨 게 ‘건정 민어’ 못지않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데다 짭조름 달달한 게 꿀을 살짝 바른 게 분명했다. 마치 기름에 튀긴 듯 껍질까지 바삭하다. 기름을 자작하게 붓고 튀긴 듯 구운 듯 조리했다.

사실 이런 민어구이는 처음이다. 모름지기 생선으로 조림, 찜, 탕, 구이 등을 할 때는 생물보다 말린 것을 더 친다. 이런 경우 어떻게 말리느냐가 중요할 텐데 너무 뻣뻣하지 않아야 한다. 살이 한층 단단해질 정도가 딱 좋다. 내장을 제거한 뒤 이뤄지는 소금 간도 중요하다. 너무 짜지 않고 싱겁지도 않아야 한다. 안동고등어의 생명도 소금 간 아니던가. 주방 한편에서 물고기 손질하는 이가 이 집 주인장이라는 데 단언컨대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다.

한정식이란 이름을 내건 만큼 ‘메인요리’인 민어구이 외에 여러 반찬이 제공됐다. 이날은 두릅·고추·송이 장아찌 세 가지, 호박·표고·브로콜리 나물 세 가지, 어리굴젓, 냉이튀김, 갓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호박부침개, 멸치볶음, 파래무침, 섬초무침, 감자전, 그리고 김칫국이 나왔다.

안주인으로 보이는 이는 "여덟 가지 장아찌를 담가 세 가지씩 상에 올리고, 제철 식재료를 쓰다 보니 그때그때 반찬종류가 달라진다"고 했다. "시아버지 고향이 경남 진주인데 제삿상에 올리던 그 방식대로 민어를 손질해 굽는다"고 설명했다. 복숭아 농사를 지어 생산한 복숭아와 딸기를 섞어 만들었다는 셔벗은 입가심으로 딱 이었다. 후식으로는 송편이 함께 서비스됐다. 맛·청결·친절 모두 만족스럽다.

이충건 기자 yibido@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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