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숯 직접 만들어 굽고 끓이고, 명품 한정식전문점 탄생
매화상차림(1만6000원) |
대기업 출신 영양사의 ‘음식철학’과 경력 30년의 베테랑 한식조리사가 만난다면? 그야말로 ‘드림팀’이다. 이들이 의기투합해 세종시에 ‘명품 한정식집’을 냈다. 소식을 듣고 단걸음에 찾아가봤다. 첫마을 금강 건너편에 자리 잡은 ‘세종골’이다.
세종골의 주인장은 올 초 영곡리에 전원주택을 짓고 남편과 함께 이주해 온 조정애 씨다. 조 씨는 모 기업에서 영양사로 근무하다 정년퇴직했다. 한 때 일산에서 경양식(돈가스전문점)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세종시에 손님을 모실만한 마땅한 한정식집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짰다.
조 씨가 먼저 한 일은 조리장 영입. 수소문 끝에 찾아낸 인물이 이정환 씨다. 이 씨는 한정식조리사협회 중앙회총무(대전시회장)를 맡고 있다. 대전에서는 이미 ‘손맛의 고수’ ‘한정식 명장’으로 통한다. 이 씨가 가세하면서 세종골은 식당구조부터 분업화된 조리체계까지 ‘드림팀’다운 면모를 갖췄다.
당초 개업일자보다 늦춰진 것은 화목보일러 설치 때문이다. 참나무를 때 만든 열을 이용해 건물 전체의 난방을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얻어진 참숯으로 생선과 고기를 노릇노릇 구워낸다. 대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참숯향이 그윽한 구이는 그래서 감탄을 자아낸다. 구이의 등급을 논하자면 ‘가스<연탄<숯’일 텐데 그 중에서도 자연산 참숯이 단연 으뜸이다. 숯 제조와 구이는 조 씨의 남편 몫이다.
보일러실(참숯제조실 겸 구이실) 옆에는 가마솥단지 세 개와 스테인리스 솥단지 두 개가 놓인 화덕이 설치돼 있다. 참나무를 때 곰탕을 끓이고 가마솥 밥을 지어내는 곳이다.
사골, 소머리, 양지를 3일간 피를 뺀 뒤 3일간 가마솥에 끓여 낸 곰탐(8000원) |
곰탕도 장인정신의 산물이다. 사골과 소머리, 양지를 3일간 핏물을 뺀 뒤 가마솥에 넣고 장작불에 뽀얀 육수가 우러날 때까지 3일을 끓여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육수는 스테인리스 솥단지로 옮겨져 보온상태를 유지한다. 가스불로 우려낸 국물과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조리장 이 씨가 곰탕과 한정식 상차림을 책임진다.
주인장 조 씨는 밑반찬 담당이다. 지난 봄 산에서 채취하거나 농사지은 가시오가피, 민들레, 두릅, 고추 등으로 장아찌를 스무 종류나 준비해 놨다. 계절에 맞춰 두 가지씩을 손님상에 올리는데 갓 지어낸 따끈따끈한 가마솥 밥을 한 술 떠 그 위에 올려놓고 입으로 가져가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한국인으로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께 사뭇 감사드리게 되는’ 그런 맛이다. 호박, 가지 등 여름 내내 말린 나물 열다섯 가지도 그때그때 손님상에 내놓는다.
유럽축구연맹 회장인 프랑스의 축구영웅 미셸 플라티니가 대표팀 감독시절 "축구는 구조주의"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음식은 구조주의"라는 표현이 세종골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음식 하나하나가 대충대충인 맛이 없어서다. 요리, 밑반찬, 구이 이렇게 짜임새를 갖춘 분업체계는 허영만의 만화 <식객>의 ‘운암정’을 연상시킨다.
갈비찜, 잡채, 홍어무침, 수육보쌈, 해파리냉채, 버섯탕수 등 흔히 접해본 한국음식들인데 맛 자체에 깊이가 있다. 기품이 있다. 심지어는 김치, 깍두기까지 차원이 다르다.
조 대표와 이 조리장은 "터가 넓고 한적해서 개념 있는 한정식전문점을 설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에 진심이 느껴진다.
가마솥곰탕 8000원, 세종골정식 1만원, 매화상차림 1만6000원, 난초상차림 3만원, 국화상차림 5만원, 세종골 스페셜정식 7만원.
세종시 금남면 영곡리 18-1(남세종농협에서 성덕리방향 3분)
(044)868-4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