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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식객 ‘운암정’이 여기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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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식객 ‘운암정’이 여기 있었네
  • 이충건 기자
  • 승인 2013.11.29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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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사 출신 주인장과 30년 베테랑 한식조리사 의기투합

참숯 직접 만들어 굽고 끓이고, 명품 한정식전문점 탄생

매화상차림(1만6000원)
매화상차림(1만6000원)

대기업 출신 영양사의 ‘음식철학’과 경력 30년의 베테랑 한식조리사가 만난다면? 그야말로 ‘드림팀’이다. 이들이 의기투합해 세종시에 ‘명품 한정식집’을 냈다. 소식을 듣고 단걸음에 찾아가봤다. 첫마을 금강 건너편에 자리 잡은 ‘세종골’이다.

세종골의 주인장은 올 초 영곡리에 전원주택을 짓고 남편과 함께 이주해 온 조정애 씨다. 조 씨는 모 기업에서 영양사로 근무하다 정년퇴직했다. 한 때 일산에서 경양식(돈가스전문점)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세종시에 손님을 모실만한 마땅한 한정식집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짰다.

조 씨가 먼저 한 일은 조리장 영입. 수소문 끝에 찾아낸 인물이 이정환 씨다. 이 씨는 한정식조리사협회 중앙회총무(대전시회장)를 맡고 있다. 대전에서는 이미 ‘손맛의 고수’ ‘한정식 명장’으로 통한다. 이 씨가 가세하면서 세종골은 식당구조부터 분업화된 조리체계까지 ‘드림팀’다운 면모를 갖췄다.

당초 개업일자보다 늦춰진 것은 화목보일러 설치 때문이다. 참나무를 때 만든 열을 이용해 건물 전체의 난방을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얻어진 참숯으로 생선과 고기를 노릇노릇 구워낸다. 대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참숯향이 그윽한 구이는 그래서 감탄을 자아낸다. 구이의 등급을 논하자면 ‘가스<연탄<숯’일 텐데 그 중에서도 자연산 참숯이 단연 으뜸이다. 숯 제조와 구이는 조 씨의 남편 몫이다.

보일러실(참숯제조실 겸 구이실) 옆에는 가마솥단지 세 개와 스테인리스 솥단지 두 개가 놓인 화덕이 설치돼 있다. 참나무를 때 곰탕을 끓이고 가마솥 밥을 지어내는 곳이다.

사골, 소머리, 양지를 3일간 피를 뺀 뒤 3일간 가마솥에 끓여 낸 곰탐(8000원)
사골, 소머리, 양지를 3일간 피를 뺀 뒤 3일간 가마솥에 끓여 낸 곰탐(8000원)

곰탕도 장인정신의 산물이다. 사골과 소머리, 양지를 3일간 핏물을 뺀 뒤 가마솥에 넣고 장작불에 뽀얀 육수가 우러날 때까지 3일을 끓여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육수는 스테인리스 솥단지로 옮겨져 보온상태를 유지한다. 가스불로 우려낸 국물과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조리장 이 씨가 곰탕과 한정식 상차림을 책임진다.

주인장 조 씨는 밑반찬 담당이다. 지난 봄 산에서 채취하거나 농사지은 가시오가피, 민들레, 두릅, 고추 등으로 장아찌를 스무 종류나 준비해 놨다. 계절에 맞춰 두 가지씩을 손님상에 올리는데 갓 지어낸 따끈따끈한 가마솥 밥을 한 술 떠 그 위에 올려놓고 입으로 가져가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한국인으로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께 사뭇 감사드리게 되는’ 그런 맛이다. 호박, 가지 등 여름 내내 말린 나물 열다섯 가지도 그때그때 손님상에 내놓는다.

유럽축구연맹 회장인 프랑스의 축구영웅 미셸 플라티니가 대표팀 감독시절 "축구는 구조주의"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음식은 구조주의"라는 표현이 세종골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음식 하나하나가 대충대충인 맛이 없어서다. 요리, 밑반찬, 구이 이렇게 짜임새를 갖춘 분업체계는 허영만의 만화 <식객>의 ‘운암정’을 연상시킨다.

갈비찜, 잡채, 홍어무침, 수육보쌈, 해파리냉채, 버섯탕수 등 흔히 접해본 한국음식들인데 맛 자체에 깊이가 있다. 기품이 있다. 심지어는 김치, 깍두기까지 차원이 다르다.

조 대표와 이 조리장은 "터가 넓고 한적해서 개념 있는 한정식전문점을 설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에 진심이 느껴진다.

가마솥곰탕 8000원, 세종골정식 1만원, 매화상차림 1만6000원, 난초상차림 3만원, 국화상차림 5만원, 세종골 스페셜정식 7만원.

세종시 금남면 영곡리 18-1(남세종농협에서 성덕리방향 3분)
(044)868-4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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