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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자산의 가치 먼저 살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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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자산의 가치 먼저 살펴봐야
  • 김교년(박사, 행복도시건설청 학예연구관)
  • 승인 2013.11.11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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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자산이야기 | ‘문화융성’ 성공하려면

정주여건 충족되면 문화가 도시선택 기준
세종시 건설 성공, 문화 인프라 의존도 커
박물관·미술관 등 자부심 심어주면 절반 성공

세계적인 문화도시들은 도심에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시설을 집중 건립해 자족기능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은 국립미술관, 국립자연사박물관, 국립미국사박물관, 국립미국인디언박물관, 국립항공우주박물관 등이 밀집돼 있는 미국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캠퍼스 Smithsonian Institution
세계적인 문화도시들은 도심에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시설을 집중 건립해 자족기능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은 국립미술관, 국립자연사박물관, 국립미국사박물관, 국립미국인디언박물관, 국립항공우주박물관 등이 밀집돼 있는 미국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캠퍼스 Smithsonian Institution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듣고 또 듣는 얘기가 ‘문화’다. 이젠 ‘문화융성’시대라고 한다. 물론 앞으로 만들자는 게지 지금이 그렇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쉽게 말하고 누구나 한 마디씩 거들 수 있다 싶고 내가 나서면 잘 될 듯한 게 또한 ‘문화’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듯하면서 바로 성과는 없고, 해도 해도 끝이 없다가도 갑자기 이거다 하고 나타나는 것 역시 문화의 특징이다.

문화는 어느 한 해 마음 다잡고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건물이 아니고 도로와 다르다. 그래서 고달프면서 더욱 매력적이다. 만리장성이라 할지라도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아 올려야 완성되듯이 ‘문화만리장성’도 시간이 필요하고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21세기가 도시경쟁시대이고 문화경쟁시대라고들 한다. 우리의 문화유산이 우리의 자랑이자 자부심이 된 것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의 총력을 들여 시대정신을 담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명품도시도, 세종시도 그 이름값에 걸 맞는 답을 내야 한다.

한 도시의 운명이 100년이 될지, 1000년이 될지는 도시계획을 수립한 사람에게 80%이상의 책임이 있을지 모른다. 잘못되었다고 모든 것을 헐고 다시 세우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계획변경은 도시를 다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보완하거나 수정하는데 그칠 뿐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짓던, 공기업이 짓던, 잘 만들든 못 만들든 간에 건물 하나에도, 도로 한 귀퉁이에도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정신이 담겨 있다. 수익성만을 지나치게 따져 도시를 만들어도, 외관에 치중하여 내부가 부실해도, 그래서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 어떤 문화를 창조하든 간에 모두가 오늘의 우리 자화상이며 후세에 냉정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우리도시에는 다양한 물질문화자산이 있다.

그 첫째는 땅속에 있는 문화재다. 이제 90%이상 조사가 완료되어, 멀지 않아 자료가 정리되면 내가 살고 있는 대지의 과거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둘째는 지상에 있는 문화재다. 서원, 향교, 정자, 분묘, 정려 등으로 지금까지 우리 곁을 지켜오며 생사고락을 같이한 선조들의 자취들이다.

셋째는 우리가 짓고 있는 문화시설이다. 대통령기록관, 아트센터, 도서관 등 굵직굵직한 건물도 있고, 마을마다 운영되는 문화의 집, 작은 도서관 등도 있다.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이만한 문화자산들은 있기 마련이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이 있듯이 이 자산들을 어떻게 운용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고 도시의 명운이 갈릴 수 있다.

지금은 도시의 호불호를 판단하거나 거주지를 선택할 때 교육여건을 우선하고, 의료기관 접근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이들 조건이 충족되고 나면 도시문화가 한 도시에서 오래 사는 기준이 될 것이다. 도시에는 수많은 공동체문화가 존재한다. 마을문화니, 교통문화니 심지어는 가족문화에 이르기까지 도시에서 형성될 수 있는 모든 성격의 문화들은 그 도시만이 보유하는 ‘문화향(文化香)’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리도시만이 뿜어낼 수 있는 문화에너지, 문화향기가 무엇이 될지는 지금 우리가 가진 비전과 그에 따라 건설하는 문화 인프라에 의지하는 바가 클 것이다.

‘문화융성’이 성공하려면 도시자산의 가치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문화재는 도시와 지역에 든든한 뿌리를 내려 문화의 깊이가 될 것이고, 우리가 짓는 건축물은 그 뿌리에서 자라나는 가지와 잎이 되어 문화의 넓이가 될 것이다. 멀지 않아 우리도시를 꽉 메울 고층건물들 속에서 반짝 빛을 낼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시설로부터 도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가 목표로 한 문화도시 건설은 반 이상 성취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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