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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 여행의 불청객 ‘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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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 여행의 불청객 ‘멀미’
  • 오건세(을지대 신경과 교수)
  • 승인 2016.05.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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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불일치에 의해 일어나는 병 아닌 병

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이다. 멋진 장관을 구경하기 위해 가까운 공원 나들이와 산행을 준비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주말마다 넘쳐나는 여행객들로 전국의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게 마련.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차멀미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로 아이들이 더 심하게 멀미를 하지만 어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의학용어로는 그럴듯하게 ‘가속도병’ ‘동요병’이라고 한다.

보행을 배울 때 근육의 움직임에 대한 눈·귀 등의 감각기관계의 반응이 머릿속에 기억되는데, 나중에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생기면 기억된 정보를 가지고 감각기관들이 미리 예측을 해 준비하고 반응한다. 그러나 차를 탄 상태에서는 이동에 따른 근육의 움직임이 없거나, 기존의 기억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므로 감각의 불일치가 일어난다. 배를 오래 타던 사람이 육지에 내렸을 때 멀미(땅 멀미)를 경험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멀미와 관계되는 감각기관들 중에서도 특히 귀가 중요하다. 귀는 소리를 듣는 역할 뿐만 아니라 신체 균형을 인지하는 세반고리관, 타원낭, 소낭과 전정신경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를 통틀어 ‘전정기관’이라 한다. 차의 발진이나 정지 등과 같은 격한 움직임으로 전정기관이 강하게 자극을 받으면 어지러움이 심해지면서 속이 더 메스꺼워진다.

멀미를 전정기관의 이상으로 인해 생긴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오히려 양측 전정기관에 고장이 나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 멀미를 하지 않는다. 전정기관이 유난히 과민한 사람은 몸에 익혀 익숙해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이처럼 멀미는 병이 있거나 몸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도 전정기관의 기능에 따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병 아닌 병이다.

멀미 예방을 위해서는 흔들림이 적으면서 창문을 통해 차의 흔들림을 예측할 수 있는 자리에 앉는 게 좋다. 예를 들면 버스나 자동차는 앞좌석, 비행기는 주날개 위쪽 좌석, 배는 가운데가 좋다. 복도 쪽이나 폐쇄된 공간보다는 창문 주변이 좋으며, 벨트나 단추 등 신체에 압박을 주는 것은 느슨하게 풀어주고 심호흡을 하면서 주위의 경치를 바라보면 도움이 된다.

또 차의 진행방향과 반대로 등을 보인 채 앉는 것보다 앞을 향해 앉는 것이 좋다. 차를 타기 전에는 과식과 술을 삼가야 하며, 차안에서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하는 등 시선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잠을 자면 멀미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면을 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멀미약은 전정기관의 기능을 둔화시켜 멀미를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스코폴라민제제인 붙이는 멀미약이 가장 많이 쓰이는데, 최소한 출발 4시간 전엔 붙여야 한다. 그러나 이 약은 부작용으로 입이 마르고, 졸리고, 시야가 흐리고,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의식이 흐려질 위험이 있으므로 어린이나 노약자가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 하며, 약을 만진 후에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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