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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스토리자원 보유한 우리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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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스토리자원 보유한 우리도시
  • 김교년(행복도시건설청 학예연구관)
  • 승인 2013.09.30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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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문화자산이야기 | 이야기, 도시문화의 뿌리

전월산 평촌마을 노인이야기 세종호수공원 예언한 듯
행복도시건설, 정도전·무학대사의 한양천도 못지않아
정치·경제·문화 등 이해관계 드러난 우리 현대사 자체

전월산 평촌마을의 노인 이야기는 오늘날 세종호수공원을 예언한 듯 이야기구조에서 강인한 뿌리의 힘이 전해진다.  행복도시건설청
전월산 평촌마을의 노인 이야기는 오늘날 세종호수공원을 예언한 듯 이야기구조에서 강인한 뿌리의 힘이 전해진다. 행복도시건설청

TV를 켜고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 이전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물에 관한 거라면 동물의 습성이 어떻고, 서식지가 어디이며 어떤 먹이를 먹으며 사냥기술은 무엇인지로 채워져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프로그램 내용이 동물들의 생태 위주에서 사람들의 생활을 보는 것 같은 동물가족 얘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시청자들의 관심이 변화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스토리가 있을 게다. 장사도 마찬가지다. 물론 맛과 가격이 중요하지만 유명세가 있는 곳일수록 많은 이야기가 딸려 있다. 음식에 관해서 혹은 주인에 관해서 아니면 건물에 관해서 말이다. 음식을 먹고 스토리도 먹는 시대가 된 것이다.

도시도 이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스토리가 없는 도시는 심지어 문화가 없는 도시로 폄하되기에 도시마다 스토리텔링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우리도시는 어떨까. 처음부터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고는 하지만 우리도시도 과거(?)가 있다. 낮은 구릉과 너른 평야, 유유히 흐르는 하천이 있어 예로부터 사람살기에 좋은 곳이었다.

구릉사이사이에는 부락이 실핏줄같이 퍼져 있었고, 수백 년을 이어온 이야기는 항아리속의 된장처럼 곰삭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행복도시가 건설되기 직전 2년간의 인류민속조사를 통해 이들 이야기기는 기록으로나마 전해져 오고 있다. 그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한 노인에 관한 얘기를 소개하면 이렇다.

전월산 자락 평촌마을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항상 긴 대나무로 만든 낚싯대를 짊어지고 매일 원수산 자락인 성재봉을 올랐다. 무심한 얼굴에 눈만은 형형한 빛을 띠고 있어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봉우리에 오르면 장남평야가 한 눈에 펼쳐지는 바위에 걸터앉아 가져간 대나무 낚싯대를 허공에다가 길게 드리웠다. 그 모습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미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며 비웃었지만 노인은 무심히 낚싯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나무 낚싯대를 공중에 드리우자 조금씩 길어지더니 마침내 장남평야에 닿았다. 때마침 금강이 넘쳐 장남평야로 강물이 밀려들어오자 나성리 한 야산이 거대한 물고기로 변하더니 천천히 물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노인은 묵직한 느낌이 전해지자 노인의 팔뚝에 선명한 힘줄이 돋을 정도로 힘껏 낚싯대를 들어올렸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잉어가 공중에서 꼬리를 휘돌리며 뛰어올랐고, 노인은 가져간 대바구니에 잉어를 담고는 산을 내려갔다.

이 얘기는 작지 않다. 그 속에는 많은 은유가 포함되어 있고, 다양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중국 주나라시대의 유명한 강태공같이 때를 기다리는 선인의 모습에서부터 오늘날 세종호수공원을 예견한 듯 이야기구조에서 강인한 뿌리의 힘이 전해진다. 우리도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자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도시계획부터 현재에 이르는 도시건설이야기는 정도전과 무학대사로 유명한 한양천도 못지않게 드라마틱한 우리도시의 역동적인 스토리자원이다.

처음 신행정도시 건설 제안, 헌법재판소의 판결, 행복도시건설계획, 수정안논란 및 원안유지 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당시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각 분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으로서 극명한 우리 현대사이기도 한 것이다. 각종 도시계획이 어떻게 변경되고 추진되었는지, 건축물은 어떤 콘셉트에서 시작하였는지, 이주한 공무원과 주민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하나하나가 도시를 평면적이 아닌 입체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그런 갖가지 이야기가 우리들 손으로 기록되고 축적되면서 도시는 점차 문화적 깊이를 더해갈 것이다. 역사가 짧은 행복도시지만 타 도시 못지않은 훌륭한 이야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문화도시는 우리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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