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산 3종 커피 믹스한 ‘메모리 블렌딩’ 매력
치아바타-파스타-후식-커피 세트메뉴 2시간 전 예약 필수
충청남도 산림박물관 옆 시골길로 구불구불 얼마간을 들어가면 전원주택단지가 나오는데 그곳에 작은 간판이 달려있다. ‘메모리 로스트’. 잃어버린 기억이라는 뜻의 이 한적한 카페는 맛집보다는 멋집이라고 해야 어울릴 법한 집이다. 잊어버리고 싶어도 잊을 수 없어 가지고 있는 기억과 잔상들을 잊은 채 여유와 한가로움을 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토마토파스타 |
들어서니 "커피가 참 어렵고도 예쁘다"는 중년의 바리스타 주인장이 인사를 건넨다. 이희민씨. 그가 매일 볶는 커피 향과 매일 굽는 쿠키며 브라우니 내음이 카페 안에 가득하다. 세계 각국에서 온 커피들과 장식품, 그리고 주인장 부부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그림이며 가구며 책들을 만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넘쳐나는 세상에 집같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끝내주는 커피 맛을 볼 수 있는 개인 커피숍을 만날 수 있는 건 드문 일이다. 거기에서 금강을 바라보며 2시간 전에 예약을 해야만 먹을 수 있는 주인장표 정성 가득한 음식과 음악, 그리고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얼마나 여유로운가!
크림파스타 |
인도네시아 산 3종 커피를 믹스한 이 집만의 커피 브랜드 ‘메모리 블렌딩 커피’. 진해 보이지만 쓰지 않고 쓰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최고의 커피다.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수제 쿠키는 맛있다고 소문난 비싼 제과점 쿠키보다 맛있었고 계란에 거품을 덜 내어 만들어 양갱 같은 식감이 나는 브라우니 맛 또한 특별했다. 직접 팔로 휘저어 만든 우유크림을 넣은 카페라테도 유명하다. 식사는 식전 빵인 치아바타와 파스타(토마토와 크림), 후식(쿠키와 브라우니, 과일), 그리고 커피가 제공되는 세트메뉴가 다다. 1인분에 점심은 1만5000원, 저녁은 2만원이다. 그것도 2시간 전 예약 필수이며 네 테이블만 받는다.
카페라떼 |
종업원을 고용, 더 다양한 메뉴로 손님을 더 많이 받은 적도 있었지만, 손님으로 꽉 찬 공간에서 여유와 한가로움을 느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다. 50대 중후반의 부부 둘이 꾸려가기에는 만만치 않은 일이라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
치와바타(전식) |
이희민씨는 15년 이상 인도네시아에서 살다 귀국했다. 해외생활을 정리하고 아내와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서 은퇴 후 자신의 집을 작고 아늑한 카페로 꾸민 곳들을 둘러보며 막연한 희망을 품었다. 예전에 사두었던 공주의 땅을 기반으로 그런 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오랜 해외생활로 심신이 지쳐있던 부부에게 일은 곧 치유였다.
아이스까페라떼 |
‘메모리 로스트’는 상담카페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중고교 역사교사로 재직했던 부인 조은미씨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자카르타 국제한국학교(JIKS)에서 국어와 역사를 가르쳤다. 또 다문화 가정, 주재원 가족 등 가족의 해체 상황을 보면서 상담에 대한 필요성을 느켰고, 상담공부를 시작했다. 생명의 전화로 시작해 상담을 하면서 한계에 부딪혔고 그것을 극복해보고자 미술심리상담사, 다문화 상담사 등 자격증을 따다보니 결국 석사학위까지 받게 됐다. 이렇게 해서 남편의 커피와 아내의 상담이 접목한 상담카페 ‘메모리 로스트’가 탄생했다.
메모리 와로스트 |
‘메모리 로스트’에서는 이희민씨의 커피스쿨과 조은미씨의 상담센터가 함께 운영되고 있다.
잠시의 힐링을 원한다면 첫마을에서 5분 거리 ‘메모리 로스트’를 추천한다.
박숙연기자 sypark@sjpost.co.kr
세종시 금남면 도남 1길 139-51(충청남도 산림박물관 인근)
예약문의 044)856-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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