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유배됐다 최후 맞은 영국 영토
▲ 나폴레옹이 최후를 맞은 롱우드 하우스 |
세인트헬레나는 1502년 포르투갈 탐험대에 의해 발견됐다. 1633년 네덜란드에 병합됐다가 1659년 절대 권력자인 동인도회사의 차지가 됐다. 1834년 마침내 섬은 동인도회사로부터 임대돼 영국왕실에 양도됐고 그곳에 나폴레옹의 유배지가 만들어졌다.
▲ 덤불국화과 식물인 콤미덴드론은 벼랑끝 극단적 환경에서 생존했다. |
세인트헬레나 식물의 역사는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가장 긴 첫 단계는 전적으로 자연의 힘에 의존하는 시기다. 1502년 포르투갈 사람들이 도착할 때까지다. 두 번째 단계는 그 다음 3세기에 걸쳐 펼쳐진다. 나폴레옹이 섬에 체류하기 직전인 1805~1810년 사이 최초의 식물학 연구가 이뤄졌다. 이 두 번째 단계에 염소를 비롯한 가축 떼가 섬으로 유입됐다. 이로 인해 수많은 풍토성 식물이 과잉방목과 과잉소비라는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지난 두 세기를 포괄하는 세 번째 시기는 식물의 진화에 관련된 관찰 등 우리에게 진지하고 신뢰할만한 연구결과를 남겼다.
▲ 세인트헬레나 올리브 |
1502년 8월18일은 ‘세인트헬레나 데이’다. 포르투갈 인들이 숫처녀의 땅에 처음 발을 내디딘 날이다. 인간과 포식자 가축, 특히 염소의 상륙은 300여년에 걸쳐 수천 년간 지속된 균형을 완전히 흔들어 놨다. 후커는 섬에서의 첫 번째 식물학 연구를 스케치하면서 1805~1810년 이전에 수많은 풍토성 종이 사라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속하게 이뤄진 섬의 벌채는 특히 염소에게 그 책임이 있었다. 다른 많은 섬에서와 마찬가지로 1513년부터 기나긴 해상 여행길에 긴요하게 쓰일 식량 저장고를 구축하고 난파당했을 경우를 대비해 염소 떼가 섬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콤미덴드론 로뷔스툼 |
세 번째 단계는 보다 낙관적인 전망에 다다른다. 비록 대부분의 풍토성 식물이 오늘날 소멸직전까지 다다랐지만 최소한 수십 종을 보호하기 위한 칭찬할만한 노력이 있었다. 이때부터 희귀식물에 대한 추적의 길도 열렸다.
▲ 세인트헬레나의 주도인 제임스타운 |
이 작은 나무는 처음엔 다이아나 봉(Diana’s Peak) 주변 섬의 고지대에서 역시 세인트헬레나의 풍토성 식물인 고사리(Dicksonia arborescens)와 섞여서 자라고 있었다. 1659년 동인도회사가 섬을 차지했을 때 이 나무가 땔감으로 아주 적절하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나무는 곧 베어내지기 시작했다. 1875년 J.M.멜리스는 세인트헬레나에 대한 글에서 섬에는 12~15그루만이 남았다고 기록했다. 그리고 그 후 섬에서는 더 이상 나무가 발견되지 않았다.
▲ 트로케티옵시스를 디자인으로 채택한 우표 |
세인트헬레나 올리브는 드물게 씨앗을 가지고 있지만 열매를 맺지 못한다. 꺾꽂이 한 경우 수십 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될 수 있는 결과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씨앗에서 얻어낸 새싹 두 개를 마침내 모종했지만 그것들은 생명을 보전하지 못했다.
완전히 사라져버린 종의 마지막 개체를 응시하면서 받게 되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기 주위에서 동족이 사라져 가는 걸 보다가 결국엔 홀로 남게 된 한 종의 마지막 개체에 인간 존재를 대치시켜 보라. 어떤 번식수단도 상실한 채 자신의 최후, 인류의 소멸을 기다려야 하는 그런 상태를 상상해 보라. 인류의 종말은 태양계의 한 행성에서 결코 일어난 적이 없는 가장 큰 모험의 끝이 아니겠나!
▲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세인트헬레나의 여러 풍토성 식물을 재발견해 구조한 조지 벤자민 |
결국 엉망진창의 회반죽이 이 나무에 숙명적인 타격을 입힌 것이다. 1980년 재발견 당시 꺾꽂이에 의한 묘목의 보급이 시도됐다. 그리하여 섬에 2000여개의 개체가 식재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하나의 종이 구원된 셈이다. 조지 벤자민인 구원한 세인트헬레나 올리브와 트로케티옵시스는 섬의 우표 디자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붉은색 트로케티옵시스의 꽃은 지름이 5㎝가 넘는다. 처음에는 눈부시게 흰색이었다가 곧 장밋빛으로, 그리고 남쪽에 봄이 만개하는 11월에는 적갈색을 띤다. 과장되게 말하지 않더라도, 모든 식물학자는 이 나무의 꽃을 틀림없이 식물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중의 하나로 여길 것이다.
▲ 대포가 즐비한 세인트헬레나의 해안 |
데이지와 비슷한 생김새의 덤불국화과 식물인 콤미덴드론(Commidendron rugosum)도 거의 사막 같은 조건이나 물보라에 의해 소금기가 생긴 토양 위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이 국화과 식물은 자갈밭에 잎을 떨어뜨리는데, 이는 스스로에게 퇴비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 토로케티옵시스 |
불안정한 식물군, 특히 야생 염소 떼와 인간의 과잉 채집에 의해 위기에 처한 식물군의 목록은 이쯤에서 접고자 한다. 개체가 하나, 둘 세어지는 식물의 분포란 분명 상상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같은 환경조건, 특히 섬의 환경조건은 육지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육지에서는 균형의 단절이 갑작스럽게 나타나지 않으며 식물군의 확장 가능성도 뚜렷하게 크다. 육지에서 식물은 씨앗을 매개로 불쾌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더 나은 자생지로 피신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양의 한 가운데 감금된 상태로 놓인 섬의 식물에게는 어떠한 도피 가능성도 남겨져 있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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