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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예술운동’의 산물
  • 세종포스트
  • 승인 2013.09.02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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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여행 | 20세기 클래식 음악①

시끄럽고 무섭고 장난스럽고 짜증나는 음악
두 차례의 세계대전 등 흔들리는 가치관 투영
큐비즘·다다이즘 등 급진적 미술사조 영향
뭉크 ‘절규’ 보면 예술가의 세계관 이해할 수 있어


20세기 클래식 음악,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인다. 콘서트홀이나 대중 매체를 통해 듣고 있는 클래식 음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주 듣는 클래식 음악은 대부분 20세기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20세기 클래식 음악 문화는 두 흐름, 즉 고전(Classical Music)으로서 클래식 음악과 현대음악(modern classical Music)으로서의 클래식 음악이 공존한다. 고전 음악은 소위 바로크·고전·낭만주의 시대의 음악 작품을 일컫는다. 대체로 클래식 연주회의 단골 작품들로서 바흐, 헨델, 비발디, 하이든, 베토벤, 쇼팽, 브람스, 리스트, 멘델스존 등과 같은 대중적인 클래식 작곡가의 작품들이다.

반면에 20세기 현대음악은 난해한 음악, 대체로 시끄럽다, 무섭다, 장난스럽다, 기괴하다, 짜증난다, 신기하다, 기발하다 등등 아름다운 선율과 경쾌한 리듬, 그리고 조화로운 음향과는 거리가 먼 음악으로 여긴다. 아마도 아무것도 모르고 현대음악 작품 발표회나 음악회에 갔다가 충격적이거나 불쾌한 감정을 느낀 독자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20세기 클래식 음악 문화는 감상용 음악과 창작 음악으로 분리되는 두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20세기 음악 양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문화적 배경을 알면 다소 도움이 된다. 가령, 클래식 음악에는 왜 기독교 음악이 있는지 그리고 오페라의 주제에 그리스·로마 신화가 많은지는 기독교 문화와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를 기반으로 클래식 음악이 발전했다는 문화사적 배경을 알면 이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20세기 현대음악 양식이 출현할 당시 20세기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시기 유럽은 두 번의 세계대전, 내전, 그리고 1920년대 후반 미국의 경제 공황으로 인해 요즘 표현으로 ‘멘붕’ 상태였다. 다시 말해, 합리적 사고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과학의 발전은 결국 인류를 위협하는 도구가 되었고, 합리적 이성을 소유한 인간이 피부색이나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죽이는 반인류적 사건들은 기존의 가치관에 회의적 시각을 갖게 하였다.

이러한 시대정신은 정치적 운동과 결합한 반 예술 운동, 즉 반전 운동과 전통적인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예술 운동으로 급속히 확산했다. 특히 미술에서 발생한 인상주의, 표현주의, 미래주의, 큐비즘, 다다이즘과 같은 급진적인 사조는 예술 분야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음악도 예외 없이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따라서 20세기 클래식 음악 양식으로 인상주의 음악, 무조음악, 테이프 음악, 전자음악, 우연성 음악, 소음 음악 등이 출현한다.

대체로 20세기 음악은 실험적인 음악들이 많았다. 가령, 음악의 3요소인 리듬, 화음, 선율이 없는 음악, 불협화음만으로 작곡된 음악, 장난감이나 생필품을 악기로 사용해서 만든 음악, 소음일지라도 세상의 모든 소리를 소재로 만든 음악, 작곡가 외에는 알 수 없는 그림 악보로 작곡된 음악, 전자 음향의 음악, 사람이 연주 불가능한 음악, 연주자가 내키는 대로 연주할 수 있는 음악, 테이프로 녹음해서 스튜디오에서 편집한 음악, 악기 연주자가 연주 중 이상한 소리나 몸짓을 표기한 음악 등.

20세기 클래식 음악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음악이다. 이러한 현대음악의 특징은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서 기형적인 음악으로 비칠 수 있다. 특히, 기괴한 소리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이질적인 음악에 폭 빠져 카타르시스(감정의 정화)를 느끼는 청자가 몇 명이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이쯤 되면 현대음악이 난해하다기보다는 기괴한 음악으로 인식할 것이다.

이런 현대음악(Modernism Classical Music)을 독자에게 들어보라고 권하기도 난감하다. 난해한 곡을 끝까지 들을 수 있을 지도 걱정스럽다. 20세기 현대음악이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서 사생아로 불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세기에 직면한 총체적 난국을 벗어나려는 반 예술 운동의 산물로서 현대음악은 당대의 문화를 담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예컨대, 뭉크의 ‘절규’(The Scream, 1893)를 보고, 지로(A. Giraud)의 시를 읽고, 그리고 그 시에 음악을 붙인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삐에로>(Pierott lunaire, Op. 21, 1912)를 들어보면, 예술가들이 그 시대를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 다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절규' 에드바르트 뭉크, 마분지에 유채물감·템페라·파스텔, 91×73.5㎝, 1893년,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미술관
'절규' 에드바르트 뭉크, 마분지에 유채물감·템페라·파스텔, 91×73.5㎝, 1893년,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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