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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를 신 한류 중심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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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를 신 한류 중심지로…
  • 최민호(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
  • 승인 2013.08.26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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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재발견 | 한(韓) 문화 마을

겨울 따뜻하고 여름 시원한 한옥의 지혜 실감
신도시 한복판에 한글·전통 배우는 공간 만들어야
명품도시 만들려면 한국적 고유성 살려야


세종시 연동면 노송리에 있는 전통 한옥 집에 살면서 새삼 놀라운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옛 어른들이 집을 지으면서 소위 풍수를 보지 않을 리 만무라, 아침에 일어나면 대문에 직선으로 꽂혀 들어오는 햇살하며 낮이 되어 남향으로 나 있는 창과 맞창 뚫린 북쪽의 대청마루 문으로 상통하는 시원한 바람. 북서쪽으로는 담장을 둘러쳐 저녁나절 뜨거운 햇빛을 막아 집 가운데 마루는 늘 선선하기만 하다.

집은 남향으로 넓은 앞마당을 두되, 큰 나무가 없고 봉숭아, 맨드라미 등 꽃나무로만 정원을 만들었는가 하면, 북쪽 후미진 뒤편은 집과 담사이가 좁아 늘 그늘지고 습기가 차는가 하면 담 주변에 감나무, 대추나무, 밤나무 등을 심어 그늘을 더욱 짙게 만든다. 그래서 한 여름 뜨거운 삼복더위에도 뒤편 툇마루에 앉아 있으면 시원한 그늘 덕분에 더위를 잊는다.

최민호 전 행복도시건설청장의 세종시 연동면 노송리 한옥
최민호 전 행복도시건설청장의 세종시 연동면 노송리 한옥

그 뿐이 아니다. 앞마당이 넓어 뜨거운 햇빛으로 달구어져 온도가 올라가면, 집 뒤편의 그늘지고 온도가 낮은 찬 공기는 자연히 대청마루 밑을 통해 앞마당 쪽으로 불어가는 대류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니 나무로 만든 대청 마룻바닥은 자연 에어컨이다. 불어오는 바람으로 등을 대고 누워있으면 온몸이 서늘해지며 살포시 낮잠이 든다.

에어컨도 히터도 없는 옛날에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집을 짓기 위해서는 단열효과가 큰 흙과 나무로 재료를 삼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름과 겨울철의 생활공간을 분리하여 여름에는 마루로 만든 대청에서, 겨울에는 구들장을 깐 온돌방에서 한철을 보내도록 설계를 하였던 것 같다. 온돌방에는 창이 작고, 대청마루는 사방이 창문인 까닭이 바로 그것이었다. 덕분에 올여름같이 사상 초유의 폭염아래에도 한옥에서는 열대야 없는 한여름을 지낼 수 있었다. 놀라운 우리 조상들의 건축기술이다.

지난 4월말 가와카츠 헤이타 일본 시즈오카현 지사가 최 전 청장의 한옥을 방문, 부인방 창문을 통해 주변 경치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4월말 가와카츠 헤이타 일본 시즈오카현 지사가 최 전 청장의 한옥을 방문, 부인방 창문을 통해 주변 경치를 살펴보고 있다.



풍수(風水)란 무엇이겠는가.

양택이든 음택이든 바람과 물의 조화를 이용하는 학문이라면 맞지 않겠는가. 바람과 기온, 수맥을 다스리는 지혜를 모아 우리나라의 풍토에 맞는 집을 고안해 낸 것이 한옥이었다.

비단 집뿐이겠는가. 음식, 옷, 글, 음악 등 우리 전통의 것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다 보면 그곳에 최적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새로운 지혜를 발견하게 될 것이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다 보면 우리의 것이 바로 세계적인 것이요, 우리의 고유성이 세계의 보편성이 되는 것이리라 믿었다.

그래서 세종시에 ‘한(韓) 문화’마을을 조성하고 싶었다.

최첨단의 신도시 한복판에 ‘한(韓) 문화’마을을 만들어 한글을 가르치고, 한옥을 체험하고, 한식을 먹어보고, 한복을 입어보고, 국악에 흥을 배우는 전통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도시의 명품성은 바로 이런 고품격의 문화 공간, 나아가 어느 나라에도 가질 수 없는 유닉크한 고유성에서 창조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한(韓) 문화’ 마을은 구체적 콘셉트나, 콘텐츠에 있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용인의 민속촌이나, 전주의 한옥마을, 인근 공주시에 있는 한옥마을 등과도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세종시는 한글을 모티브로 하는 ‘한(韓) 문화’마을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지혜는 지혜를 부르는 법.

다행히 행복도시건설청장 당시 나의 이러한 ‘한(韓) 문화’ 마을 구상이 문화체육부에서 받아들여져 기본구상을 수립하게 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이었다.

앞으로 예산 문제 등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건설하는 우리의 명품 세종시가 명실공이 세계의 명품도시가 되려면 이러한 한국적 고유성이 반드시 살려져야 한다는 바람에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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