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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경-파리-대전‘고암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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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경-파리-대전‘고암의 여정’
  • 김선미(디트뉴스 주필)
  • 승인 2013.08.26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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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이야기 | ‘이응노, 세상을 넘어 시대를 그리다’展
김동유작가가 그린 고암의 이중얼굴이 걸린 아트샵. 창 너머로 정부대전청사가 보인다.
김동유작가가 그린 고암의 이중얼굴이 걸린 아트샵. 창 너머로 정부대전청사가 보인다.

10월27일까지(10~19시, 목요일 21시까지) • 이응노미술관

한정된 작품, 차별화와 새로운 해석에 대한 고민

고암 이응노.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를 몸으로 겪으며 반세기 이상을 모국이 아닌 이국땅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지난 7월 16일 개막해 10월27일까지 대전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리는 ‘이응노, 세상을 넘어 시대를 그리다’전(展)은 작품 보다 고암의 삶의 여정과 그가 거쳤던 공간에 초점을 맞춘 전시다. 이번 전시는 예술가 고암 이응노의 굴곡진 ‘삶의 여정’에 주목, 그가 거쳐 간 주요 도시, 서울-동경-파리-대전으로의 시간 여행을 테마로 삼았다.
미술관측은 이번 전시에 대해 "그가 걸어간 삶의 여정을 따라 이응노는 왜, 그 시기에, 그 공간으로 이동하였고, 그 공간에서 지역성과 세계화의 화두를 어떻게 예술 작품으로 품어 내었는지 성찰해 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전시장 또한 관람객들이 미술관 안에서 각 지역들의 특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연출했으며 고암이 가장 오랜 시간 활동했던 파리의 작업실을 재현해 보여준다. 전시는 4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4개의 주제로 나눠 전시, 파리 아틀리에 재현도

▲1전시실 – 서울과 동경 / 꿈을 찾아 현실에 서다
일제강점기의 서울과 동경유학시기의 작품 및 미술전 수상작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광복 후 서울의 모습과 시대정신을 반영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스승인 김규진의 ‘대나무’, 마쓰바야시 게이게쓰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외금강의 장엄한 모습을 담은 ‘외금강’을 만날 수 있다.
▲2전시실 – 파리 / 타자의 공간에서 현실을 배우다
한국적이면서 동시대성을 공유하고 있었던 대표작품들을 전시. 꼴라쥬, 구성 등 추상작품과 ‘군상’이 전시되어 있다.
▲3전시실 – 파리 아틀리에 /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보다
파리에서 고암이 작업을 했던 아틀리에를 재현했다. 이 시대의 작품을 비롯 개인전 포스터, 문자추상 문양을 넣은 구두본, 나무장 등이 선보인다.
아틀리에를 재현한 공간, 벽에 걸린 허름한 평상복, 바지와 셔츠는 노동자의 작업복을 연상케 한다. 농부가 묵묵히 밭을 갈듯, 노동자가 뜨거운 땀을 흘리며 노동을 하듯 화가로서의 성실함과 삶의 흔적이 배어나오는 화가의 작업복은 보는 이를 숙연케 한다.
▲4전시실 – 대전 / 시대에 서서 나를 그리다
대전을 소재로 하거나 대전에서 작업하였던 작품들을 전시했다. 밥풀로 만든 조소작품 등이 눈에 띈다.

이응노, 풍경, 133x68cm, 1950년대, 이응노미술관
이응노, 풍경, 133x68cm, 1950년대, 이응노미술관

일반 관람객에조차 낯익은 "그 그림이 그 그림"

이응노미술관, 참 고민스럽겠다. 무슨 말인가 하면 수십만 점의 작품이나 유물을 보유하고 있어 수장품을 모두 전시하려면 수년이 걸리는 대형박물관이나 미술관과는 달리 한 작가의 한정된 작품으로 일 년에 몇 번씩 새로운 전시를 꾸려야 하는 미술관으로서 고충이 적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응노, 세상을 넘어 시대를 그리다’展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2007년 개관 이후 거의 빠지지 않고 전시를 보아온 터라 거의 대부분 눈에 익은 작품들이었다. 고암을 연구하는 미술학자도 아니고 일반 관람객의 시선으로 보자니 솔직히 ‘그 그림이 그 그림’이었다.
더구나 이번 ‘세상을 넘어…’전은 올해 기증 분을 제외한 지난해까지 이응노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500여점 전부를 전시한 상반기의 기증 작품전 직후의 전시다. 그래서 그림들이 더 낯익을 수밖에 없기는 했다.
한정된 작품으로 전시마다 차별화를 모색하며 새로운 해석과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전시, 이응노미술관이 안고 있는 고민이자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로 보인다.
비 오면 벌어지는 ‘이것은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이응노, 외금강, 126x420cm, 1945년,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 외금강, 126x420cm, 1945년, 대전시립미술관

전시를 둘러보며 눈에 띄었던 사족 하나.

파이프를 그려놓고 그림 아래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라는 글귀를 적어 넣은 그 유명한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 패러디(?)를 여기서 볼 줄이야. 세계적인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명품’ 미술관에 ‘쓰레기통이 아닙니다’라는 글귀를 적은 쓰레기통을 위시해 플라스틱 쓰레기통이 여러 개 줄지어 있었다.
이응노미술관의 누수현상. 어제 오늘의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빗물이 새기 시작한 것이 언제인데 아직도 보수가 안 돼 비만 오면 초현실적 풍경을 연출해야 하는지 쓴 웃음이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빗물 떨어지는 데가 작품이 설치되는 전시실이 아닌 통행로인 회랑이라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최근 세계적인 미술관인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새로 전시를 시작한 ‘비 내리는 방’이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됐다. 넓은 전시 공간의 천장으로부터 폭우에 가까울 정도의 많은 비가 쏟아지는데도 전시장 안을 지나가는 관람객은 전혀 물에 젖지 않는다고 한다. 감지기(센서)가 작동해 관람객이 지나가면 비가 떨어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비가 이응노미술관의 누수 지점을 피해서 내리도록 하는 센서는 없을까. 여름 장맛비가 내리던 어느 날 미술관 풍경이다.

이응노, 영차영차, 24.5x44cm, 1950년, 개인소장
이응노, 영차영차, 24.5x44cm, 1950년, 개인소장

이응노, 꼴라쥬, 64x75cm, 1962년, 이응노미술관
이응노, 꼴라쥬, 64x75cm, 1962년, 이응노미술관
이응노, 군상, 268x223cm, 1985년, 이응노미술관 (부분도)
이응노, 군상, 268x223cm, 1985년, 이응노미술관 (부분도)
마쓰바야시 게이게쓰(松林桂月), 秋晴, 121x144cm, 1933년
마쓰바야시 게이게쓰(松林桂月), 秋晴, 121x144cm, 1933년

어린이 체험학습, 직장인을 위한 ‘이응노톡’ 실시

‘이응노, 세상을 넘어 시대를 그리다’전은 10월27일까지 계속된다. 입장료 300~500원.
이밖에 미술관은 전시기간 중에 어린이 체험 학습 프로그램과 매주 목요일 저녁 8시에 직장인을 대상으로 학예사가 해설하는 ‘이응노 톡(Talk)’도 실시한다.
어린이 체험 학습 프로그램일 : 8/24(토), 8/31(토) / 오후 2시 / 참가비는 무료다.
한편 이응노미술관은 이번 전시와 더불어, 미술관 1층 로비에 카페테리아와 아트샵을 새롭게 열었다. 아트샵 인테리어는 ‘이중그림’으로 유명한 대전 출신 작가 김동유가 맡았다. 이응노의 이중이미지 그림이 아트샵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파리의 아틀리에를 재현한 제4전시실. 작가가 생전에 쓰던 화구와 작업복이 걸려 있다.
파리의 아틀리에를 재현한 제4전시실. 작가가 생전에 쓰던 화구와 작업복이 걸려 있다.
이응노미술관의 비 오는 날의 풍경. 부실공사의 흔적이다.
이응노미술관의 비 오는 날의 풍경. 부실공사의 흔적이다.


김선미 기자 edita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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