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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록밴드의 변신을 바라보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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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록밴드의 변신을 바라보는 시각
  • 성현기(팝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8.26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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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 시나위

결성 27년, 7년만의 새 음반 ‘미러뷰’ 발표
8대 보컬 윤지현 영입, 랩 등 상상 이상 파격
변화 이유, 대중성보다는 내부에서 찾아야

KT 스마트폰 전용 디지털 음악 콘텐츠 어플리케이션 ‘지니(Genie)’가 개최한 오디션에서 시나위의 제8대 보컬로 윤지현이 최종 선발됐다. KT 제공
KT 스마트폰 전용 디지털 음악 콘텐츠 어플리케이션 ‘지니(Genie)’가 개최한 오디션에서 시나위의 제8대 보컬로 윤지현이 최종 선발됐다. KT 제공

최근 7년만의 새 음반 <미러뷰(Mirrorview)>를 발표한 록밴드 시나위는 정통 록에서 벗어나 그들의 말대로 비빔밥 같은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1세대 헤비 록밴드란 명성답게 시나위는 초대 보컬리스트 임재범이 부른 ‘크게 라디오를 켜고’가 록 팬들에게 전설로 남아있다. 대한민국 록 뮤직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들국화 전인권
들국화 전인권

2006년 앨범 <리즌 오브 데드 벅스(Reason of Dead Bugs)>를 발표한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미러뷰>는 시나위의 정통 록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당혹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8대 보컬 윤지현의 랩은 파격을 넘어 상상 이상의 변화였고, 우쿨렐레 연주와 기계합성음을 내는 보컬도 그간 시나위의 음악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선뜻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임재범, 김바다에 이어 이번 윤지현이 부른 ‘크게 라디오를 켜고’도 무게감이 많이 감량된 느낌이 들었다.

록밴드 시나위의 이런 변신은 모든 일이 그렇듯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퀸(Queen)은 1984년 당시 록밴드들이 금기 시 하던 신디사이저를 사용하여 ‘라디오 가가(Rodio Ga Ga)’를 들고 나와 록 팬들을 화들짝 놀라게 했었다. 록 팬들에게는 지금 시나위의 변신만큼이나 충격이 컸을 것이며 지구촌을 대표하는 월드클래스밴드이었기에 그 파급력 또한 메가톤 급이었다. 정통 록에 신디사이저를 과감하게 접목한 퀸의 ‘라디오 가가’는 일부 록 팬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지구촌의 음악 팬들을 열광케 했다. 미국의 비주얼 팝스타 레이디 가가(Lady Ga Ga)가 자신의 예명을 퀸(Queen)의 ‘라디오 가가’에서 착안했다고 할 만큼 퀸의 변신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렇다면 퀸이 그랬던 것처럼 시나위의 변신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필자는 정통 록밴드 시나위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추구하며 변신을 시도하는 데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시나위의 변신이 음악적 다양성 추구 보다는 록 음악의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으로, 혹은 변하지 않으면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강박관념에서 다소 억지스럽게 이루어졌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시나위가 결성된 지도 어느덧 27년이 흘렀다. 1986년 데뷔한 시나위는 임재범, 김종서, 손성훈, 김바다, 서태지 등 좋은 뮤지션들을 다수 배출하며 우리 대중음악시장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최고의 밴드는 아니었다. 항상 어딘가 2% 부족한 느낌을 갖게 했는데 이런 것들이 시나위가 대중들에게 폭넓게 인기를 얻는데 걸림돌이 되곤 했었다. 필자는 그 원인을 완숙하지 못한 보컬과 부조화를 이루었던 악기 구성에서 찾고 싶은데, 시나위는 대중성이 높지 않은 록 음악에서 찾으려는 것 같다.

시나위에 노래를 잘하는 보컬리스트들이 무수히 거쳐 갔고 이들은 팀을 떠난 후 완숙한 보컬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시나위에서 활동할 당시에는 완숙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기만성형의 임재범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김종서, 서태지, 손성훈이 그랬던 것처럼 풋내기 보컬리스트로 바통을 이어가는 팀 구성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록 밴드에서 대중들에게 보컬이 차지하는 비중을 조금만 염두에 뒀다면 진작 시나위는 더 많은 대중과 함께하는 밴드가 되었을 것이다.

그룹 부활 보컬리스트 출신 이승철
그룹 부활 보컬리스트 출신 이승철

부활이 이승철의 탈퇴로 지금까지 옛 영화를 재현치 못하는 것과 들국화의 전인권이 여전히 건재한 것을 타산지석(他山之石)까진 아니어도 참고 이상의 그 뭔가가 시나위에게 요구된다. 또 한 가지 아주 중요한 사실은 밴드의 제 1 생명력은 구성력에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연주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팀이 구성력을 잃고 특정악기가 강하다 못해 불협화음(不協和音)을 낸다면 그 팀에서 좋은 음악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금세기를 대표했던 기타리스트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가 딥퍼플(Deep Purple)에서 성공을 거두고 레인보우(Rainbow)에서는 실패한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면 좋을 듯하다. 리치 블랙모어는 딥퍼플에서 이안 길런(Ian Gillan·보컬), 존 로드(Jon Lord·키보드) 등과 협력과 경쟁을 하며 조화를 이루었지만 자신을 중심으로 결성된 레인보우에서는 이안 길런보다 더 매력적인 보컬리스트로 평가 받은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선과 오만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실제 딥퍼플과 레인보우의 음악은 완성도 면에서 별 차이도 없다. 팀워크가 불안한 밴드는 구성력을 상실하게 되고 음악적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팬들도 외면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소모적인 음악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에서 정통 록 밴드를 유지한다는 것이 고행 길을 떠나는 수도승 같을 것이란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너무 혹독하게 시나위를 몰아세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치 않지만 한 꺼풀 더 깨고 나오는 시나위이기를 기대하고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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