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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꼬집기 어려운 첫마을 악취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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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꼬집기 어려운 첫마을 악취 원인
  • 이충건
  • 승인 2015.09.17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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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에 질린 주민들 거칠게 항의, 관련 민원 봇물

클린에너지센터 소각으로 악취 발생점 가능성 가장 높아
생활쓰레기 고형연료로 만드는 폐기물연료화시설도 의심

수질보건센터
수질복원센터

"냄새가 심해 세탁실 하수구에 ‘아이트랩’을 설치했어요. 이젠 됐구나 싶었죠. 그런데 웬걸요. 창밖에서 냄새가 들어오더라고요. 기온이 낮은 이른 아침이나 심야 시간대에 냄새가 심해요. 어떤 방은 참을 수 없을 정도여서 아예 창문을 열지도 못합니다."

"요즘 새벽 기온이 24~25℃ 정도 되는데 분뇨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장마철에는 더 심했어요. 얼마 전 시간당 30㎜강수량을 보인 날에는 몇 시간동안 냄새가 너무 지독해 견디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근처에 분뇨처리장이 있나요?"

최근 세종시 첫마을에 악취 민원이 봇물처럼 터졌다.

수질보건센터
수질복원센터

세종시 녹색환경과에 따르면, 요즘 제기된 악취 민원이 100여 건에 이른다. 주로 첫마을 2단계 6·7단지 주민들이다. 금강과 접한 7단지에서는 분뇨냄새를, 각종 환경시설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6단지에서는 플라스틱 태우는 냄새를 하소연하고 있다. 5단지 일부 세대도 가세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5일 일부 입주민들이 불같이 화를 냈다. 악취가 워낙 심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은 세종시와 세종경찰서가 냄새를 추적해 도달한 곳은 산 너머 장군면 산학리 소재 ‘동원유지.’ 이곳은 사료의 원료로 쓰이는 동물성 유지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전날 저장고에 보관된 동물의 부산물이 부패해 악취가 첫마을까지 확산됐던 것. 세종시는 즉시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다. 회사 측은 현재 악취방지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그런데 악취는 멈추지 않았다. 입주민들의 의심은 인근 환경시설과 금강 건너 축산농가로 향했다. 첫마을 근처에는 대형유통시설 부지를 사이에 두고 ▲세종열병합발전소 ▲수질복원센터 및 클린에너지센터 ▲폐기물연료화시설 등의 환경시설이 있다.

주민들의 민원제기가 하루도 거르지 않자 세종시 환경보호 공무원들은 첫마을에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다. 6·7단지 입주자대표, 행복도시주부모니터단은 물론 입주민 개인도 환경 시설을 직접 방문해 악취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세종포스트도 지난 19~20일 이틀간 악취 발생지점으로 의심되는 곳들을 다녀봤다. 세종시 조사내용과 세종포스트 취재, 주민들의 증언 등을 종합해보면 냄새의 원인은 복합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가장 크게 주목되는 시설은 행복도시건설청이 시공사에 수탁해 운영 중인 수질복원센터 및 클린에너지센터다. 수질복원센터는 첫마을에서 발생하는 오수(생활하수)를 미생물 처리방식으로 정화해 금강에 방류한다. 클린에너지센터는 음식물폐기물과 하수슬러지를 혼합해 바이오가스(메탄가스)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여기서 생산된 바이오 가스는 향후 한국지역난방공사에 공급될 예정이다.

문제는 클린에너지센터. 바이오가스를 만들고 연료화하지 못한 잉여가스를 소각로를 통해 연소하는 데 이 때 역한 냄새가 발생한 것. 시 관계자는 "지난 20일 현장을 찾았으나 6개월 단위의 활성탄 교체 작업이 이날 이뤄졌고, 바람도 금강 쪽으로 불어 악취를 포집하지는 못했다"면서도 "완전연소에 가깝긴 한데 후각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악취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뒤 시정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도 했다. 사실상 클린에너지센터를 악취 발생점으로 지목한 셈이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김태훈 현장소장은 "8개월째 운영 중인 시설이지만 최근에야 민원제기가 발생했다"며 "주민들에게 시설을 떳떳하게 공개했지만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세종포스트 취재진 탐방 시 악취가 가장 심했던 곳은 폐기물연료화시설이다. 이곳은 생활쓰레기를 고형연료(SRF, Solid Refuse Fuel)로 만드는 시설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고형연료 역시 지역난방공사의 보조연료로 공급 예정이다. 쓰레기를 운반한 차량이 정문 너머로 보였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시설 측은 취재진의 방문을 거부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차량이 진출입하는 곳에 에어커튼이 설치돼 있다"며 "쓰레기 하차 시 차량에 묻어 냄새가 날 수 있다고 보고 세차설비를 갖출 것을 LH에 권고했다"고 말했다.

세종열병합발전소에서도 축사에서 나는 것과 유사한 냄새가 감지됐다.

발전소 측은 "시설 왼편의 절개지가 유실되지 않도록 녹생토와 식물씨앗을 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세종시에서 첫마을 아파트에 광범위하게 냄새가 확산될 정도는 아니지만 최소화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녹생토와 탈취제를 사용하라는 권고가 있었다"면서 "이런 내용을 LH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금남면 송덕리 축산농가도 주민들의 의심을 사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원주민 A씨는 "냄새도 나지 않을 뿐더러 설사 냄새가 나더라도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겠다는 심산이냐"고 역정을 냈다.

금남면사무소에 따르면 송덕리에는 13곳의 축산농가에서 474두의 한우와 육우를 사육하고 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마을을 구석구석 살펴본 결과, 악취 발생점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면사무소 관계자도 "도암리에 상대적으로 냄새가 심한 돈사가 있지만 아무리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첫마을에 영향을 줄 수 없다"며 "송덕리에는 우사만 있고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고 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일단 클린에너지센터의 소각로가 악취 발생점으로 추정된다"며 "정밀 조사 후 사후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세종시는 올 정기국회에서 세종시특별법이 개정되고 예산·인력 문제가 해결되면 내년부터 수질복원센터 및 클린에너지센터, 폐기물연료화시설을 각각 이관 받을 예정이다.

이충건 기자 yibidoW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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