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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버리고 ‘살림경제’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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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버리고 ‘살림경제’ 구축해야
  • 강수돌(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3.08.19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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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 평등사회 5개년 계획 절실하다!

인문학 부흥? 돈벌이 중심 사회 탈피하면 저절로 이뤄져
'격차 해소 5개년 계획' 양극화 해소 될 때까지 추진해야
‘일류대학’ 특권 없애고 ‘개성 있는 대학평등화’ 구현도 필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인문·문화계 인사들을 초청해 오찬을 했다는 뉴스가 각 신문에 났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인문학 전반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의지도 밝혔다고 한다.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는 대통령은 "창조경제도 인문학적인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약속까지 할 정도이니, 대한민국이 참 좋아졌다는 인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인문정신문화계 주요인사들을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사진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인문정신문화계 주요인사들을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사진 청와대 제공

하지만, 그러한 인문학 부흥의 의지가 진실 되고 일관된 것이라면, 현재 갈수록 척박해지는 인문학 배척의 풍토, 즉 돈벌이 중심의 출세 욕망이 온 사회를 뒤덮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인문학 부흥이란 그러한 사회경제적 혁신 노력의 자연스런 결과여야 한다. 단순히 유명 인사들을 고급 호텔에 모셔서 ‘인문학 부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서는 ‘용비어천가’를 부르게 하는 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만일, 돈벌이 중심의 경제, 경쟁력 중심의 패러다임이 살림살이 중심의 경제나 삶의 질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바뀌기만 한다면, 굳이 ‘인문학 부흥회’ 같은 모임을 않더라도 사람들은 ‘삶의 결(人文)’을 생각하면서 진지하고도 행복하게 살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크게 세 가지 변화를 강조하고 싶다. 이것은 인문이나 문화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아이들이 꿈을 키우며 살 수 있도록,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진정 행복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첫째, 내용이 애매모호한 ‘창조경제론’을 버리고 ‘살림살이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 여태껏 알려진 창조경제론은 MB 시절의 ‘신성장 동력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표만 바꾸었을 뿐, 내용은 결국 무한한 경제성장을 위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자는 얘기이다. 그러나 하늘 아래 진정 새로운 것이 어디 있으랴? 결국은 사람과 자연을 어떻게 활용해 살림살이를 해결하는가, 하는 점이 근본이다.

그런데 신성장 동력론이나 창조경제론은 모두 무한 성장 내지 무한 돈벌이를 추구하는 것으로, 사람과 자연의 유한성을 인정하지 않고 무한 갈취하려 한다. 그 와중에 지난 50년 간 삼천리금수강산은 오염강산으로 변했고 수천만 국민들은 해피니스보다 스트레스를 온 몸으로 느낀다. 내가 기존 패러다임을 ‘죽임’의 패러다임이라 부르는 이유다.

인문학의 부흥은 돈벌이 중심의 사회를 탈피하고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인문학의 부흥은 돈벌이 중심의 사회를 탈피하고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살림’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며 우리 내면을 살리자는 것이다. 그에 도움 되는 것은 살리되 해로운 것은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인문학이란 것도 바로 이 죽어가는 우리의 내면을 살려내는 일이다. 따라서 살림의 경제가 전 사회적으로 구현되면 인문학은 저절로 살아난다.

둘째, 갈수록 심화하는 사회경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격차 해소 5개년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1차 5개년으로 되지 않으면 다른 대통령이 오더라도 제2차 5개년 계획, 제3차 5개년 계획 식으로 이어가면 된다. 될 때까지 하면 안 되는 게 없다.

최근 <한겨레>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기이사의 평균 보수가 연간 52억원이다. 이는 일반 직원 월급의 평균보다 무려 75배다. 재벌급 회사의 보수 격차는 적어도 20배, 많으면 50배를 넘기 일쑤이다. 나아가 직업 간 격차도 심각하다. 대기업 임원, 금융인, 의사, 판검사나 변호사 등 법률가, 세무사나 회계사, 변리사, 교수 등 전문직과 기술직 사이, 또 기술직과 생산직 사이의 격차, 대기업과 중소영세 기업 사이의 격차는 젊은 청소년이나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꿈을 찾아 가지 못하게 막는 사회적 장애물이다. 차별이 없으면 사람들은 높은 곳을 향하기보다 꿈을 찾는다.

셋째, ‘일류대학’의 특권을 없애고 ‘개성 있는 대학평등화’를 구현해야 한다. 일례로,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약속했던 바, 취업 원서에 출신 대학을 적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특정한 일자리에 필요한 건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지 일류대 졸업장 자체는 아니지 않던가. 이런 식으로 노동시장이 변하면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은 자신의 꿈과 개성에 따라 진로를 선택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인문학은 저절로 활성화한다. 독일이나 프랑스,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인문학이 널리 퍼진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요컨대, 5000만 국민이 진정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리고 청소년부터 어른들 모두 인문학 공부를 생활화하려면, 그냥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할 일이 아니라, 적절한 사회경제적 여건을 바꾸는 것이 올바르다. 대학 차별화와 직업 차별화를 넘어 ‘개성 있는 평등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꾸준히 실시해야 하는 까닭이다. 경제개발도 그렇게 했는데, 평등사회를 못 할 리 있겠는가? 의지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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