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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갚으러 온 세종시 금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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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갚으러 온 세종시 금개구리
  • 유병로(한밭대 건설환경조형대 학장)
  • 승인 2013.05.13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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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정서 농사중단, 사람 접근 차단 개체 수 급증

맹꽁이, 뜸부기, 호사도요, 고라니 등 생물다양성 존재
개발과 보존가치 두 마리 토끼 잡는 지혜 절실

지난 7일 세종시 장남평야에서 촬영한 금개구리 모습. 김재중 기자

세종시 장남평야에 멸종위기종 2급 왕눈이 금개구리가 나타나 화제다. 금개구리는 참개구리와 비슷하나 등 옆선을 이루는 두 줄의 융기가 금색으로 돌출되어 있어 등줄이 세 개인 참개구리와 구별된다. 한국 고유종이며 육식성으로 보통개구리보다 2개월 늦은 5월에 동면에서 깨어난다. 황소개구리와 농약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최근 금개구리 서식처를 두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파헤쳤다 덮었다하며 지역시민단체의 뭇매를 맞고 있다. 시민단체는 생태도시 명소화를 꿈꾸는 세종시에서 멸종위기종 야생동물을 고사시키다니 이게 웬일이냐고 연일 항의하고 LH는 당초 계획대로 공사를 못해 쩔쩔 매는 모습이다. 혹자는 또 제2의 두꺼비 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입장에 따라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 잘 짚어봐야 한다.

문제의 발단은 물 없이 못사는 금개구리의 물길을 끊은 것이다. 갈등은 2012년 6월 세종시 금강과 첫마을 주거지역 중간에 위치한 장남평야 일대의 논과 농수로 도랑에 수천마리의 금개구리가 발견되어 현재의 상태대로 보전해 달라는 시민단체와 이 일대 장남평야 200만㎡를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계획에 따라 2016년부터 국립수목원과 저밀도 주거지역, 생태습지공원을 조성하려는 LH공사의 입장 차이에서 시작되었다.

더 큰 문제는 2011년 금개구리의 서식처가 발견되면서 시민단체의 요구에 따라 공사가 잠정중단 되었고 금개구리 보호를 위한 입간판도 설치하였으나 최근 공사 강행흔적이 발견되었다는 데 있다. 금개구리는 일반 개구리보다 서식환경에 물이 더 많이 있어야 함에도 올 초 물 공급을 중단하여 논은 물론 농수로에 물이 사라지면서 산란이 어렵게 되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오랫동안 한국고유종으로서 세계적인 희귀종인 금개구리의 고사를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해 왔다. 또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하고 있는 금개구리 집단 서식지인 이곳에 지역주민을 위한 대규모 생태텃밭을 조성해 사실상 서식환경이 훼손될 위기여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세종시는 장남평야 일대의 논과 밭 4만 6000㎡에 생태텃밭을 조성해 첫마을 주민 1000가구 주민들에게 무상임대로 분양할 계획이었다.

더 큰 문제는 무엇인가? 경직된 행정 편의적 사고다. 당초 행정중심도시 건설계획에는 장남평야 일대를 세계적인 생태 명소화 구역으로 개발하기 위해 기존의 농경지를 파내어 인공호수도 만들고, 2016년까지 주변에 대규모 습지와 수목원을 조성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행복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영농을 중단하고 농약을 뿌리지 않았으며, 인공시설물 없이 사람의 접근이 차단되었기에 금개구리의 서식환경이 매우 좋아졌다. 개체수가 급증했고 더구나 맹꽁이, 천연기념물 뜸부기, 호사도요, 흰목물떼새, 고라니 등 다양한 생물들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 이 상황에서 계획에 있다고 모두 밀어붙이고 인공적으로 생태습지를 조성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볼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뭘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미 생태서식 기능이 잘 갖춰지고 있다면 최대한 자연 상태를 유지하면서 습지공원을 만들어야 한다. 목표가 생태계 보전을 위한 습지공원 조성이라는 의미에서 개발과 보전의 가치차이가 발생했던 천성산 도롱뇽 사태와는 다르다.

전국 20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금개구리는 수난을 격고 있다. 얼마전 오송역 일대의 논과 농수로에서 금개구리 최대 서식처가 발견되어 금맥이 터졌다고 주목하였으나 지역주민들은 이 일대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될까 우려하여 환경단체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하였다. 충남 태안이나, 경기 시흥 등에서도 금개구리가 발견되었으나 대부분 사유지여서 주민과 시민단체가 갈등이 발생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세종시 장남평야는 국유지인데다가 생태습지를 만들 계획이므로 참으로 다행스럽다.

멍텅구리 금개구리에게 은혜 갚을 기회를 주자. 충청도에서 멍텅구리라 불리는 금개구리는 모든 것이 어설프고 느려서 참 안타깝다. 암수 모두 울음주머니가 없으며, 목으로 작은 소리를 내어 유혹해 6-7월 짝짓기를 하는데 다른 양서류 알이 성체가 되어있을 무렵 겨우 알을 산란해 포식자의 먹이가 되기 쉽다. 움직임이 느리고 점프도 잘 못한다. 하루 종일 5m 이내에서 행동하는 여유 아닌 여유가 있다. 신라 진평왕 때 통도사의 자장율사가 우물속의 금개구리를 몇 차례 먼 곳에 버리고 왔으나 계속 다시 찾아와 하는 수 없이 우물에 살게 하였고 바위 구멍에 보호하며 영원히 살도록 기도했기 때문에 자장스님의 은혜를 갚으러 지금까지도 길일에 금개구리가 나타난다고 한다. 국가 행정의 중심 세종시에도 늘 나타나 국운을 융성하게 해주길 기대한다.

이번기회에 기존의 계획을 전면 수정하여 장남평야 생태습지 공원이 훌륭한 생태 서식처로 자리 잡아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강원대 모교수가 ‘금개구리는 길게 보면 금보다 더한 빛을 낼 수 있는 소중한 환경,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한 것처럼 희귀동식물 보호에 대해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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