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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삶 실천한 지식인의 희망 어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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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삶 실천한 지식인의 희망 어젠다
  • 안계환(독서경영연구원장)
  • 승인 2013.04.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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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지식과 경험에 인문학적 사고를 더하라”
▲ ‘통섭적 인생의 권유’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펴냄 | 1만3000원

"DNA(디옥시리보핵산)의 구조를 보이고자 한다. 이 구조는 새로운 특징들을 갖고 있는데, 생물학적으로 의미심장하다."1953년 4월 25일 영국의 과학 잡지 <네이처>에 실린 1천 단어에 못 미치는 짧은 논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제목은 <핵산의 분자구조: 디옥시리보핵산의 구조>. 이 짧은 논문은 분자생물학의 기본적인 신비를 밝혀냈고, 인간 유전체 계획 등 향후 생명과학 혁명의 단초를 마련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는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었다. 이 논문으로 두 사람은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정작 이 논문의 내용을 제대로 대중에게 알린 건 제임스 왓슨이 쓴 <이중나선>이란 대중서적이었다. DNA를 연구하게 된 계기, 프랜시스 크릭과 함께 한 연구 과정, 동료 과학자들 간의 갈등과 협력, 과학 연구 이면의 뒷이야기, 개인적 생각 등을 소설 형식을 빌려 서술한 책이다.

어느 방송 강연에서 최재천 교수는 우리가 아는 DNA서열구조를 밝힌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하면서 과학자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자신의 연구가 잘 알려지기를 바라지만 실제로 대중들에게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는다고.

이 책의 저자 최재천은 그런 면에서 대중들과 호흡하는 독특한 과학자다. 개미분야를 연구하면서 이화여대에서 에코과학부라는 전혀 새로운 학부를 창설해 운영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통섭’의 개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통섭’이란 에드워드 윌슨의 책 <Consilience>를 번역하면서 국내에도 많이 알려졌다. 통섭의 의미는 자기의 전공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학문도 함께 공부하여 연결고리를 통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통합적으로 연구하고 사람들에게 성과물을 알림으로 인해서 지원도 받고 연구가 더 활성화 되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저자는 통섭에서 더 나아가 통섭적 인생을 말한다. 통섭적 인생이란 자연의 일부가 되어 더불어 사는 삶, 사물을 달리 볼 줄 아는 능력, 깨어 있는 마음으로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적극적인 태도다. 이러한 이유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삶의 방식임을 주장한다. 이 책은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마감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지난 15년 동안 그가 발언해 온 어젠다 중에서 공감의 기록으로 남길 만한 것들을 골라 정리한 것이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오랜 관찰과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적 사고를 바탕으로 이뤄진 그의 발언을 12개의 어젠다로 분류해 제시한다. 생물 다양성, 그린 비즈니스, 의생학, 미래형 인재, 기획 독서, 여성 시대, 경계를 허무는 삶 등 최재천만의 독특한 시각이 담겼다.

그렇다면 통섭적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첫 번째는 자연의 법칙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사람도 결국엔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인간이 동물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서양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한다는 노장 사상과 닮아 있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삶이라고 최재천 교수는 말한다.

두 번째 의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피카소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다. 피카소는 엄청난 다작을 통해 천재성을 개발시켰다. 그림을 그려놓고 사주기를 바라는 소심한 화가에서 벗어나 그림에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그림을 알렸다. 최재천 교수 또한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시도했던 피카소의 삶을 실천해 왔다.

인문학을 배운 사람은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과 통섭이 필요하고 자연과학자는 인문학과 통섭을 해야 한다. 어쩌면 서양 학문의 창시자라고 일컬어지는 아리스토텔레스처럼 학문구분 없는 연구와 행동방식이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해 왔던 전문지식과 경험에 인문학적 사고방식을 더했을 때 통섭이 이루어지고 인생의 혜안이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21세기는 융합형 인재, 즉 통섭형 인재를 원한다. 그러한 인재가 되길 원한다면 먼저 통섭적 인생을 살기 위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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