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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트센터의 적정 객석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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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트센터의 적정 객석 수는?
  • 김선미(디트뉴스 주필)
  • 승인 2017.03.19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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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극장은 도시의 품격

주요 포털에서 ‘극장’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영화관들이 좌르륵 뜬다. 흔히 영화상영관과 혼용해 사용하기는 하지만 ‘극장(劇場. theater. thtre)은 무대예술을 공연하는 장소로서 무대와 관객석을 갖춘 시설을 말한다. 야외극장, 오페라 하우스, 콘서트홀을 포함한다고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로마시대 원형극장의 계단식 좌석을 연상케 하는 층층으로 된 관람석, 화려하면서도 장중한 붉은 빛깔의 장막이 드리워진 높은 무대, 멋진 그림과 샹들리에가 눈부신 넓은 로비. 영화 <대부>나 최근 개봉했던 <안나 카레리나> 등 서양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이며 전통적인 극장의 모습이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건축의 장식성이 사라지고 훨씬 단순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예술의전당, 문예회관, 아트센터 등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공연장의 구성 요소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답고 훌륭한 극장은 여전히 한 도시의 경제적 척도를 넘어 문화적 수준과 품격을 상징한다.

절대왕정이나 권위주의 시대, 지배자에게 거대하고 웅장한 대규모 건축은 절대 권력의 상징이었다. 문화가 도시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데다 지방자치제와 맞물리며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기반시설 건립 역시 단체장의 중요한 치적으로 삼고 있다. 덕분에 각 지자체마다 크고 화려한 문화공간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군소단위의 도시들에서도 호화로운 공연장을 보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시민들의 문화향수라는 측면에서 공연장 등 문화기반시설 확충은 장려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규모나 주변 여건을 고려하지 않았거나 또 빈약한 콘텐츠로 인해 개점휴업인 시설도 드물지 않다. 분에 넘치는 문화기반시설들이 예산낭비의 사례로 꼽히고 있는 이유이다.

많은 지자체에서 문화기반시설 건립을 둘러싸고 ‘적정’ 규모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자체나 대형 시설을 선호하는 주민들은 일단 규모를 키우려고 한다. 반면 예산을 집행하는 중앙정부나 예산 대비 효율성을 우려하는 시민들은 재정에 부담을 주는 대형 호화시설에 대해 견제와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장 가능성이 다른 어느 도시보다 높은 특별한 도시, 세종에서도 공연장 규모를 둘러싸고 이 같은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건설청)은 최근 세종시에 들어설 아트센터 설계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다. 세종아트센터는 총 사업비 555억 원을 들여 2017년 완공될 예정이다. 그런데 당선작이 발표된 후 환영이 아니라 불만 여론이 비등하다.

그동안 건설청은 세종아트센터를 13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 대극장 1500석, 소극장 500석 규모로 건립하겠다는 장밋빛 홍보를 해왔다. 그러나 세종시 공연문화의 중심이 될 아트센터는 4만3493㎡의 부지에 지하 1층·지상 3층, 건물면적 1만4630㎡ 규모로 건립된다. 주요시설로는 700석 규모의 대극장(4340㎡), 300석 규모의 소극장(1450㎡), 전시실(1300㎡), 영상관(1000㎡)을 갖춘다. 당초 계획보다 거의 절반 수준으로 규모가 줄어든 셈이다.

세종시 특별법도 지지부진한데다 각종 도시 기반시설들도 미비한 상황에서 아트센터마저 이처럼 규모가 줄어들었으니 불만이 터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공연장의 객석 규모다. 한마디로 대극장 700석, 소극장 300석은 세종시의 위상이나 국제도시로서의 발전가능성, 향후 도시 성장세에 비춰볼 때 턱없는 규모라는 지적이다.

필자는 평소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시설 투자,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대규모 건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종아트센터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역이기주의에 기댄 과도한 요구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물론 현재 도시의 여건과 역량, 주민 성향, 그리고 무엇보다 재정 문제는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석짜리 소극장은 크게 무리가 없겠으나 대극장 700석은 너무 옹졸하다.

문화관광부와 OECD 등의 문화기반 시설 설정 기준에 따르면 문예회관 등 공연장은 최소한 인구 10만 명당 0.005석(0.5%)을 권고하고 있다. 세종시 인구를 감안하면 500-600석 정도다. 하지만 예산을 쥐고 있는 정부가 간과한 부분은 인구가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타 도시에 비해 세종은 성장하는 ‘미래의 도시’라는 점이다. 인구가 2030년까지 당초 예상인 50만 명을 넘어서는 70만 명 정도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인구 수준에 맞춘 시설 규모는 입막음용으로 당장의 눈앞만 바라본 것이 아닌가 싶다.

공연장에서 객석수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대와 통상적으로 무대 뒤라고 일컫는 부속 시설들이다. 공연장은 빙산처럼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관객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대장비, 세트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무대보다 몇 배나 넓은 뒷마당이 필요하다. 세종아트규모로는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편성의 오케스트라, 대형 오페라, 뮤지컬, 발레 등의 공연이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산은 예산대로 쏟아 붓고도 반쪽짜리 공연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연장 같은 하드웨어는 시설이 미흡하다고 해서 곧바로 다시 짓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대극장에 대해서는 재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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