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를 보듬고 울진으로 내려가는 화첩기행 길에 불영계곡을 품고 있는 암봉들 사이 소광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금강송을 만났습니다.
소나무야 우리 땅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지만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금강송은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갑옷과 같은 붉은 옷을 입고 하늘높이 치솟아있는 위용은 지나는 발걸음마저 멈추게 하고 우러러 보게 만듭니다.
구불구불 잔가지를 많이 갖고 바위틈에 자라는 소나무는 키를 낮추어 바람을 이기고 느린 걸음으로 산을 오르듯 자랍니다. 금강송은 서로서로 무리지어 산비탈을 달리듯 하늘높이 곧게 자랍니다.
마디 하나 없이 곧게 자라나는 비결을 물으니 놀랍게도 스스로 곁가지를 잘라내는 고난을 감수하고 위로 자라기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스스로 가지치기를 하다니 비장한 각오가 느껴집니다. 숙연해 지기까지 합니다.
스스로의 노력이 황장목이라는 이름으로 궁궐의 대들보가 되고 숭례문 아픔의 치유목이 되어 천년세월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금강송 발아래 떨어진 잔가지를 붓 삼아 먹물을 찍어 거칠게 일획으로 소나무의 둥치를 그리고 화제를 답니다.
‘금강소나무는 스스로 곁가지를 자르고 산보다 높게 자란다.’
나도 그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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