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근 칠예술展 - 대전시립미술관 2.28~3.31
▲ 최영근,창세기,옻칠,자개,색편, 120X120X3.5cm,2000 |
‘최영근-현묘지예 전(展)’이 28일부터 대전시립미술관 3~4 전시실에 마련됐다. 3월말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창세기’ 외 104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 분야의 다양하고 현란한 기법들과는 거리가 멀다. 옻칠위에 한 점 한 점 박힌 자개와 난각(卵殼), 금박, 은박 그리고 색편(色片)들은 기나긴 시간의 축적이며 고뇌의 흔적이다. 그가 선택한 재료들은 우주를 품은 검은 현(玄)을 기조로 어우러져 하나의 심포니를 연주한다. 이 울림들은 빛과 시간의 교향곡이고, 천지창조와 탄생의 교향곡이다. 그것은 현(玄) 위에 피어난 빛의 꽃이다.
최영근의 작품세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현묘(玄妙)의 예술’이다. 현묘는 이치나 기예의 경지가 헤아릴 수 없이 그윽하고 미묘함을 뜻한다. 그의 작품을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그의 작품 하나하나가 많은 시간과 노동의 힘든 과정을 거쳐 만든 결과로 기예와 품위가 넘치기 때문이다.
최영근 작품세계의 기조를 이루는 검은색은 단순한 검은 빛깔이 아니다. ‘흑(黑, 까만)’이나 ‘암(暗, 어둠)’과는 다르다. 이 색조는 작가가 의도하는 검은 빛, 즉 현(玄)이며 창조적 생성의 모태가 되는 빛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우주와 창조에 대한 주제가 많다. 이 우주의 창조적 신비는 현묘함을 바탕에 깔고 있다.
현묘 사상은 오묘한 진리의 길이 있음을 <삼국사기(三國史記)>를 통해 전하고 있는데, 이는 신(神)과 선(仙), 그리고 무(巫)가 합쳐진 풍류적인 맥락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우주적 신비이자 도리를 나타내는 질서이며 명상인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유들까지 포용하는 흑칠의 명상적 바탕은 그래서 현묘하며, 천지인(天地人)에 관한 철학적 단상을 가능하게 한다.
▲ 최영근,창세기,옻칠,자개,색편, 120X120X3.5cm,2000 |
이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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