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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 봐야 할 “빠름 빠름 빠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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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 봐야 할 “빠름 빠름 빠름~
  • 안계환
  • 승인 2013.02.22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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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

한국사회를 지칭하는 "빨리빨리"라는 용어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이로 인한 병폐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혼율과 자살률이 급증하며 개인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최저수준이다.

이렇게 현대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속도주의와 단기성과주의는 정서적인 면에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경영측면에서의 문제도 있는데 올바른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말콤 글래드웰의 명저 <블링크(Blink)>에서 2초 이내에 결정되는 첫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때로 사람들은 첫인상의 선입견에 의해 잘못된 결정을 수시로 한다는 점이다. 또 창의적인 결과물들, 예를 들면 뉴턴의 사과나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처럼 번쩍 하는 아이디어가 순식간에 나오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에디슨이 발명한 것은 전구가 아니고 오랜 시간이 걸린 전력시스템이었다는 것과 제임스 다이슨이 진공청소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5126번의 실패와 14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간과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책 <속도의 배신>의 가장 큰 유용성은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늦춤(delay)의 가치를 분석하는 것이다. 속도에 굶주린 현대사회의 민낯을 과학적인 데이터로 드러내 보이면서 직관에 의한 빠른 판단이 어떻게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블링크>에서 말하는 것처럼 순간적 직관에 몸을 맡겼을 때 갖게 되는 편견에 속지 말라고 말한다. 내맡기는 대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최대한 기다리라고 주장한다.

지금껏 의사결정에 관한 수많은 대중 저서들이 ‘어떤 결정을 어떤 식으로 내릴지’에 초점을 맞춘 데 반해 ‘언제 결정을 내릴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선택의 타이밍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럼 어떤 늦춤(delay)이 필요할까? 첫인상이 좌우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편견에 둘러싸여 선입견을 가지고 판단할지 모르니 한 번 더 검토해 보자. 유능한 코미디언은 웃음을 유발할 때 한번 멈추는 시간을 잘 활용한다. 무대에 서서 강연한 기회가 있다면 준비된 멘트 사이사이에 침묵의 시간을 넣어보자. 청중들로 하여금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생각보다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랑받고 싶다면 잘못을 사과할 때도 조금은 더디게 해 보자. 너무 성급하게 하면 화를 자초하기 쉽기 때문이다. 혁신의 결과물을 얻고 싶다면 조금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왜 구글처럼 회사 인테리어를 만들어줬는데 결과가 안 나오느냐고 임직원들을 닦달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탁월한 발명품인 포스트잇(post-it)은 개발자인 스펜서 실버가 접착 구를 발명하고 12년이 지나 골프장에서 만난 아서 프라이를 통해 책갈피 아이디어가 되고, 이후 7년이 걸려 접착책갈피가 된 후 몇 년이 지나서야 상품이 되었다. 과연 우리 조직은 이런 느림(delay)을 받아줄 수 있는가?

인류가 속도를 숭배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공자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을 말했고,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비롯한 로마의 현인들은 ‘천천히 서두르라’는 격언을 사랑했다. 그러다가 산업혁명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미루는 습관은 경멸의 대상이 되었고, 속도의 자극은 점점 역치를 높여 오늘에 이르렀다. 그 진화의 역사가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다. 필립 짐바르도와 존 보이드에 따르면 어느새 우리는 "메가헤르츠의 시대에 사는 헤르츠의 기계가 되었다."

지구촌 경제가 빠른 성장의 시대에서 안정적 변화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빠름=좋음’이라는 공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지금껏 경멸했던 우리의 게으름, 미루는 습관, 우유부단을 긍정적으로 조절해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빠름빠름빠름'이라는 광고멘트를 매일같이 듣는 시대에 살지만 그것만이 높은 성과와 삶의 행복을 제공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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