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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녀와 반려동물의 행복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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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녀와 반려동물의 행복한 동거
  • 장주원
  • 승인 2021.07.05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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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건강칼럼]장주원 세종시 고운동물병원 원장
아이와 함께 반려동물 현명하게 키우기

진료실에 접종을 한창 열심히 챙겨야 할 3개월령의 작은 강아지와 초등학교 1학년 남짓으로 보이는 귀여운 여자아이, 그리고 어머님이 함께 오셨다.

진료 내내 아이는 작은 강아지가 못내 너무나 귀여운지 눈을 못 떼고 안아주고 뽀뽀를 해준다. 심지어 부모님보다도 더 똑 부러지게 접종 차수와 종류, 날짜를 챙기며 잘 맞춰 달라 부탁까지 하는 모습이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도 정말 예뻐 보인다.

강아지를 검진해보려 할 때 어머님은 ‘선생님 보시게 옆으로 가 있어.’라고 하시지만, 나는 일부러 청진을 할 때 아이에게 강아지를 살짝 잡아달라고 보정을 요청해 본다. ‘덕분에 검진 잘 마쳤네, 잘 잡아주어 고맙다.’고 이야기해주며 설명해주니 아이는 큰일이라도 해낸 듯 뿌듯한 표정으로 웃어 보인다. 참으로 기특하고 따뜻한 동행이 아닐 수 없다. 


 반려인 1500만 시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도 많이 증가하여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초중등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한 번쯤 ‘반려동물을 키워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규정이 강화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지는 추세이다.

하지만 반려동물도 사람과 같은 생명이고 한 가족이기 때문에 쉽게 선뜻 데려다 키우기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반려동물이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 함께 살아갈 가족이 된다는 측면에서 분양이나 입양 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반려동물이 가족으로 함께 지내게 될 때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무엇이 있을까.

반려동물과 함께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타인이나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 ‘친 사회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자연과 삶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도 기를 수 있어 개인적인 내면의 성장도 촉진해 주는 역할을 한다.  반려동물을 돌보면서 생명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배우게 되고 이렇게 배운 생명의 소중함은 인격 형성과 인간관계에도 도움을 주게 된다.

또한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언어 및 인지능력의 발달’ 효과가 있다. 반려동물과 아동은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아동은 평소보다 더 많이 표현하고 마음을 전달해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 전달을 모색해보게 되고, 반려동물은 부모와 달리 참을성 있게 소리나 표현을 받아들여서 ‘언어자극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반려동물이 사회적 지원의 새로운 원천으로서 정서적, 실제적 지원에서 매우 중요한 매개가 되는 것이다. 이는 강아지, 고양이 외에도 토끼나 햄스터 같은 다른 반려동물 역시 같은 맥락의 매개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약한 아이일 경우 반려동물을 키우면 이들과 모든 것을 털어놓고 대화를 하면서 자부심을 기를 수 있다. 반려동물은 아이를 판단하지 않는 동시에 사랑과 지원을 주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 역시 믿음을 주고받은 반려동물 앞에서 공포심이나 좌절감을 느끼지 않는다. 

신체적인 측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에도 이익이 되는데, 같이 뛰어놀거나 산책하면서 운동 능력 및 조절능력이 발달되어 전반적인 신체활동을 개선해 준다. 특히 아이가 동적이고 역동적인 성향을 가졌다면 더욱 도움이 된다. 산책을 놀이처럼 함께 하며 다른 생명체와 걸음을 맞출 때, 자신의 충동을 조절하고 제어하는 능력도 키우게 될 것이다.

또한 미국 소아과 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는 개와 고양이와 어렸을 적부터 접촉하며 함께 지낸 어린이들은 호흡기 감염이나 귀 감염을 더 적게 앓아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건강하다고 밝혔다.

많은 장점들을 알고서라도 육아와 반려동물 키우기를 병행하려고 하니 여러 가지 걱정이 들기 마련이다.

반려동물과 어린이

 그럼 아이와 반려동물 모두 행복한 동거를 위해서는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


위생과 관련된 측면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반려동물의 예방접종은 꼭 완료하고 주기적인 내.외부기생충 구충 시기를 잘 체크한다. 집 안 청소를 자주 하여 털이 날리거나 배설물이 오래 방치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아이에게도 동물과 사람 사이의 위생관리 교육을 잘 시켜줘야 한다.

아이와 반려동물의 생활공간의 분리는 적절히 이루어져야 한다.

아기방에는 안전문을 설치하여 안전사고에 대비하도록 한다. 반려동물이 생활하는 공간과 아이의 생활공간을 분리시켜주고, 특히 식사시간에 반려동물을 괴롭히지 않도록 교육한다.  반려동물도 감정을 지녔기 때문에, 아이에게 질투를 많이 느낀다. 반려견에게는 아이의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도록 가르치고, 아이와 놀 때는 반려견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반려견은 본능적으로 약자라고 여겨지는 대상에 대해 다소 공격적인 성향을 띄게 될 수도 있다. 아이를 반려견의 케어와 산책활동에 참여시킴으로서 서열상의 주인임을 인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반려견은 자신이 세운 서열상의 순위가 잘 정리되어 있어야 그 안에서 안정감을 더 느낀다.

어린이 사고 현황의 주요 요인에는 포함되지도 않을 만큼 반려동물로 인한 어린이 안전사고는 2% 미만으로 매우 적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하고 자리를 비워도 되는 것은 아니다. 사이좋게 잘 지내다가도 아이가 꼬리를 세게 잡는다거나 심한 장난을 걸고 놀라게 한다면 반려동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순식간에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와 아이를 둘만 남겨두지 않는 것이다. 아이가 자기 의지로 걷거나 움직이거나 의사 표명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분별력이 생기는 시기의 아이에게는 반려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정확히 인지시켜야 한다. 사람에게는 위험하지 않은 장난이 강아지에게는 위험 할 수 있고, 반대로 강아지에게는 즐거운 장난이지만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있음을 잘 알려주어야 한다.

하루는 어린 강아지가 머즐(강아지 주둥이부분)의 상악에 고무줄이 묶인 상태로 털이 길어 발견이 늦어져 피부가 괴사된 채 내원한 일이 있다. 한참 여자아이들이 머리 묶어주는 인형 놀이를 즐기는 시기에 좋은 맘으로 자신의 강아지에게도 고무줄을 묶어놓았는데 보호자분의 발견이 늦어 생긴 사고였다. 다행히 오래 묶여있던 고무줄을 제거하고 봉합술을 받아 잘 회복하였지만, 보호자에게도 자녀에게도 매우 죄책감과 놀람을 주었던 일이었으리라. 

아이에게도 반려동물과 스킨십하는 법, 소통하는 법 등 행동 교육이 필요하다. 아이가 반려동물의 털을 잡아당기거나 세게 누르는 등의 행위를 한다면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큰 사고가 날 수 있음으로 주의 시킨다.

아이에게 반려동물도 소중한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교육을 해주며 대할 때는 부드럽게 만지고 소중히 다뤄야 함을 인지시켜준다. 반려동물에게는 무는 행동(입질)에 대해 교육을 하여야 하고, 평상시에도 공격적인 놀이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 키우기, 아이들 정서에 좋을까


자녀가 있으신 분들은 “아이들의 정서에 동물을 같이 키우면 좋다고 하던데 키우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하신다.

내 대답은 "다 좋지도 않지만 안 좋지도 않다"이다. 우리가 둘째 아이를 낳을 때 큰 애가 있는 게 좋을까, 안 좋을까를 묻지 않는 것처럼 반려동물과의 삶은 좋고 나쁨에 따라서 번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다름'을 이해하며 때로는 불편을 감수하는 게 당연한 가족으로서 바라봐야 한다.

아이 키우는 데 대해서는 공부와 노력을 아끼지 않으면서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함께 산다는 것은 곧 상대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키우고자 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생리학적 특징과 성격, 올바른 사육 방법에 대해 자녀와 공부해 보고 이야기 나눠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가족 사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돈독함을 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사실 반려동물과 아이를 함께 키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다른 생명과 살을 맞대고 교감을 나누는 즐거움과 함께, 하루가 다르게 행복하게 커가는 아이와 반려동물의 모습은 힘든 것을 잊게 해주는 처방전이 될 것이다.

장주원 고운동물병원장
장주원 고운동물병원장

여섯 살배기 내 아이가 강아지 밥을 신경써주고 목줄을 잡고 함께 산책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가 부쩍 자란 것을 실감한다. 그런 아이의 책임감 있는 모습이 앞으로의 사회생활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라 믿으며,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따뜻한 사람으로 커나갈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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