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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땅땅'의 의미, 세종시민이 선출직 공직자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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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땅땅'의 의미, 세종시민이 선출직 공직자에게 묻다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1.04.06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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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세종시 출범 전·후 당연시되어온 일반 및 선출직 공직자들의 '땅 매매'
조치원 서북부개발지구부터 연서면 스마트 산단, 장군면 공공시설단지 등 개발 호재지 타깃
세종~서울 고속도로, 연기면 이전 비행장, KTX 세종역 인근, 내판역, 북대전IC 연결도로 등까지 광범위
'사전 정보와 무관', '직계 존·비속 재산 비공개'로 선긋는 공직사회... 시민들이 되묻고 요구하는 건 뭐?
'투기와 투자'.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지 쉽게 구별해낼 수 없는 혼돈의 시점. '투기 접수'를 받는다는 현수막(우)과 '투자'를 홍보하는 현수막(좌)이 세종시 1생활권 한 켠에 걸려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정은진 기자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땅'에 대한 욕심. 이는 시대를 떠나 늘 우리 사회를 관통해온 끝 없는 욕망으로 통했다. 

현 시대 개발 호재가 있는 수도권 신도시와 세종시를 넘어 전국 어디서나 엿볼 수 있는 씁쓸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최근 공직자 재산정보 공개 현황을 봐도, 재산 목록의 맨 윗칸은 ‘땅’이 차지할 정도다. 그 다음 순위가 건물과 자동차, 예금, 증권, 채무 등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땅’의 미래 가치가 다른 어떤 자산보다 클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땅’은 오랜기간 ‘투자=자산=부=권력’의 수단으로 굳어졌다. 

강이나 바다와 같이 물이 있는 곳을 제외한 지구의 겉면이란 ‘땅’의 사전적 정의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역사상 인간의 활동 대부분이 땅에서 시작되고 그 위에 도시의 토대가 구축되면서, 자연스레 가치가 커졌다. 국가간 전쟁의 서막도 속칭 ‘땅따먹기(영토 분쟁)’에서 시작됐다. 

세종시 현장을 다니다보면 곳곳에서 만날수 있는 '현 위치 분양' 표지판. 이러한 표지판은 깎여진 산등성이와 전봇대, 다리밑까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땅들 조차 모두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재다. ©정은진 기자

그래서 퇴직 이후를 고민해야 하는 공직자부터 정치 자금(총알)이 필요한 정치인까지 너도나도 ‘땅 사기’에 열을 올려왔고, 우리 사회는 이를 묵인해줬다. 

지금 그 결과물로 인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정보 접근에 유리한 공직자 신분을 활용해 땅 투기에 나선 이들’, ‘앞에선 청렴한 정치인으로 포장하면서, 뒤로는 직계 존‧비속 재산 비공개를 통해 자산 증식을 해온 이들’, ‘농지 취득자격의 허점을 활용, 주말농장이나  농사일을 표면적 이유로 내걸며 땅을 사들인 이들’, ‘이미 공개된 정보라며 개발지 인근에 땅을 임기 중 매수한 이들’의 민낯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주택 서민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업에 치이고 코로나19에 절망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사이 일부 공직자와 정치인들은 ‘자산 증식’에 골몰했다. 그래서 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 속에 2021년 상반기를 보내고 있다. 

물론 이들은 여전히 항변한다. 

‘공직자가 땅을 사면 투기, 민간인이 땅을 사면 투자’란 말로 현상을 왜곡하려 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 법으로 보장된 사유재산 획득 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독립 생계 상태인 가족이 (세종시에) 땅을 산 것을 정치인이란 이유로 책임져야 하나’란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자신에게 향하는 손가락질이 불쾌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시민들은 되묻고 있다. “이미 정보가 공개된 땅이라 하더라도 누가 그 땅을 차지하는데 유리하겠느냐고”.

2027년을 목표로 조성 중인 연서면 스마트 국가 산단에 투기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가건물 앞에 '땅 사고 팝니다'는 문구가 걸려있다. 이러한 문구들은 세종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정은진 기자

조치원 서북부 개발지구와 장군면 공공시설복합단지, 연서면 스마트 국가 산업단지 예정지, 금남면 KTX 세종역 검토지구, 연기면 항공부대 이전 입지, 세종~서울 고속도로, 연동면 내판역, 부강역~북대전IC 연결도로 등 개발호재에 놓인 땅 모두 시 홈페이지와 언론 보도를 통해 수년전 공개된 정보는 맞다. 

차이는 여기서 벌어진다. 

공직자와 시의원, 단체장, 정치권 핵심 인사들은 최소한 일반 시민들보다 개발사업 전반을 보다 세세하고 빠르게 훓어볼 수 있다. 이 같은 정보가 가장 먼저 전파되는 ‘업무 보고와 회의, 시의회 임시회 및 정례회, 언론 브리핑’ 등은 그네들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은 도로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우선 순위와 예산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더불어 각종 위원회 참여와 민원인 접촉, 읍면동 행사장 방문 등을 통해 구축한 분야별 인적 네트워크 통한 풍부하다. 부동산 개발업자와 중개인 등의 투자 유혹에도 가장 가까이 있다는게 일반적 인식이다. 

이 과정에서 일명 티나지 않는 쪽지 예산이나 사심이 들어갈 수 있단 뜻이다.  

연서면의 한 농가에 붙어있는 스마트 국가 산업단지 결사반대 현수막 ©정은진 기자

그래서 시민들은 이렇게 요구한다. 

‘더이상 고위 공직자로서 민원인에게, 후배 공직자들에 손가락질을 하지 말라고’, ‘민의의 전당이란 미명 아래 더 이상 공직 및 시민사회 위에 군림하지 말고 지적질도 그만하라고’. ‘임기 중 땅과 상가, 아파트 투자에 눈돌리지 말고 주어진 역할과 임무에만 충실하라고’, ‘그렇게 자유롭게 싶다면, 그 직을 내려놓고 움직이라고’, ‘땅의 본질적 가치가 실현되고, 더 이상 기획 부동산이 활개를 칠 수 없도록 제도개선에 힘쓰라고’, ‘시류(투자와 투기) 팔로어(follower, 아무 생각없이 따라가는 자) 대신 가치(세종시 미래) 리더(leader, 이끄는 자)가 되라고’. 

이 글을 쓰는 기자 역시 지역의 많은 이들과 만남 속에서 '땅'이란 대화 소재를 비켜가지 않았음을 스스로 되돌아본다. 

'투기와 투자'의 경계조차 희미해진 현 시점에서 ‘세종시 땅’이 가진 정체성을 모두 함께 되찾아가는 2021년이 되길 희망해본다. 

벌건 흙이 드러난 5생활권. 이 땅 위에 신도시가 세워질 5생활권 현재 모습.
벌건 흙이 드러난채 공사가 한창인 5생활권 예정지. 투기 염증이 불거지고 있는 세종시가 건강한 목적성을 유지하며 제대로 도시 완성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이 도시 스스로 자체 검열 잣대를 긋고 자정 노력을 기울어야 할 때다. ©정은진 기자

아래 사진들은 세종시에서 '땅'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곳곳의 현장들이다. 그동안 취재를 다니며 모아둔 단상을 사진으로 함께 표현해본다. 

폐쇄된 조치원 비행장이 유휴지화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연기면 보통리 보상 대책'에 관한 현수막이 폐쇄된 비행장 앞에 붙어있다. 기능을 잃고 방치된 땅과 앞으로 행복도시 예정지로 일부 편입될 땅을 놓고, 원주민들의 요구가 표현되어 있다. ©정은진 기자
세종시 장군면 공공시설복합단지 전경 ⓒ정은진 기자
세종시 장군면 공공시설복합단지 전경. 이곳 예정지 앞쪽 부지들도 투자와 투기의 경계선상에서 일부 공직자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은진 기자
현재 투기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는 근원지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와 그 주변지역, 조치원읍 서북부 개발지구, 별도 농지 등의 현장 ⓒ정은진 기자
현재 투기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는 근원지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와 그 주변지역, 조치원읍 서북부 개발지구, 별도 농지 등의 현장. 전임 행복청장부터 현직 시의원까지 다수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곳들이다. ⓒ정은진 기자
장군면 송문리 마을 전경 ⓒ정은진 기자
장군면 송문리 마을 전경. 신도시를 지역구로 둔 시의원이 임기 중 마련한 전원주택이 있다. 이 주변으로는 2024년 세종~서울 고속도로가 개통한다. ⓒ정은진 기자
지역 곳곳에 부동산 투기 공익제보를 받는다는 정의당의 현수막 ©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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