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과 인류 보편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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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과 인류 보편적 가치
  • 이계홍
  • 승인 2020.10.1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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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일본이 반성하면 용서의 선물이 기다린다는 점 알아야
'NO JAPAN' 촛불을 들고있는 세종호수공원의 소녀상. 과거사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와 반성이 없다면, 진실의 촛불은 꺼지지 않은 채 활활 타오를 것이다. 
'NO JAPAN' 촛불을 들고있는 세종호수공원의 소녀상. 과거사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와 반성이 없다면, 진실의 촛불은 꺼지지 않은 채 활활 타오를 것이다.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독일 베를린 미테구청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되지 않고 한시름을 놓이게 되었다. 이 소녀상은 일본 정부의 강력한 철거 요청을 받고 미테구청이 철거 계획을 밝혀 한때 존립이 위태로웠었다. 

미테구청은 지난 14일 "논쟁 중인 '평화의 소녀상'은 행정법원의 평가가 내려질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겠다"라는 입장으로 선회했고, 소녀상은 당분간 설치 현장을 지키게 되었다. 

2차대전 전후 처리에 있어서 흔히 독일과 일본이 비교된다.

독일은 철저하게 전쟁범죄에 대해 반성해왔다. 사과 메시지로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피해국을 찾아 위로하고 배상하고, 나아가 지금도 나치 전범을 추적해 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은 스스로 피해자로 자처한다.

물론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미국의 핵폭탄이 투하되어 수십만의 국민이 죽었다. 단순히 그 점만 콕 찝어 말하면 피해를 당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한 응징이란 사실을 외면한다. 그로인해 일본은 항복했다.

일본은 식민주의 팽창 과정과 태평양전쟁 당시 중국에서, 동남아시아에서, 남양군도에서 전쟁 만행을 저질렀다.   

그중 우리나라가 가장 큰 피해국이었다.

위안소 앞에서 줄지어 서있는 일본군 (제공=여성가족부)

군대로, 징용으로, 학도병으로, 쇠붙이까지 공출당했고, 무엇보다 어린 소녀들이 성욕 왕성한 젊은 일본군 먹잇감으로 막사에 던져졌다. 흔히 말하는 종군 위안부들이다. 순진한 소녀를 잡아 성욕에 굶주린 일본군에게 던져준 것이 인류사상 어느 하늘에 있었던가. 평화의 소녀상은 바로 그들이다.

생존자가 엄연히 있고, 그들의 문건은 물론, 일본의 군인들과 문필가들에 의해 리얼하게 그려지고, 특히 일본군에 투입된 병사들이 증언하고, 피해자들이 나와서 졀규하는데도 일본은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단순히 돈벌이 매춘부라고 사실을 왜곡하고 조작한다. 

물론 문명사회에서 이런 야만과 광기의 패악질이 창피했을 것이다. 천부의 인권을, 그것도 연약한 여성을 성노예로 내던진 광기를 그들 스스로 생각해도 낯부끄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감추고 싶다고 해서 가려지는가. 

일본 사람들은 현대사에 대해 거의 무지하다.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현대사를 교육과정에 빼버렸기 때문이다. 넣더라도 그들의 피해상만 그리고, 저지른 만행은 감춘다. 이것이 일본의 부도덕성이고 비양심이다. 

특히 일본의 보수세력과 극우세력이 그런 짓을 한다. 일응 보수는 민족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자기들 나라의 수치를 지우기 위해 하는 짓이라고 어느 일면 수긍할 수는 있다. 그러나 보수의 가치는 양심과 포용이다.

그런데 우리의 보수 세력은 이런 민족주의와 거리가 멀다.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침묵하거나 외면하고, 더러는 덮고 가자는 사람들이다. 물론 그들이 정치 경제 학계를 주물러온 기득권을 강고하게 쌓아온 영향일 것이다. 

앞서 지적한대로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베를린 시민단체 중 하나인 코리아협의회(대표 한정화)가 주도했다. 

이에 일본이 강력 반발하고, 스가 정부가 철거하라고 공식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소녀상이 설치되자마자 일본 정부는 독일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고, 독일 지방정부는 처음 사안을 잘 알지 못하고 철거 명령을 내렸다. 

끌려가는 위안부 피해자들 (제공=여성가족부)

그러나 베를린 시민과 양심적인 학자, 정치인이 철거 명령이 부당하다며 가처분신청을 내자 독일 당국은 일단 이를 유보했다. 물론 철거냐 존치냐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를 계기로 독일의 양심을 일깨우고, 일본의 전범국가로서의 부도덕성이 베를린 하늘에 퍼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반일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는 운동으로서 받아들이라는 데, 베를린 시민사회 단체는 물론 청치권·언론·학계가 동의하고 있다.  

결국 일본이 항의한 것이 그들의 전쟁 만행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기폭제가 되었다.

생각해보자. 어떻게 일본군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피지배 아시아 소녀들을 강제로 끌고 가 병영에 집어넣어줄 수 있는가. 인류사는 곧 전쟁사라고 하지만 이렇게 천인공노할 짓을 조직적으로, 대규모적으로 병영에 집어넣어줄 수 있었던가.  

일본 측은 소녀상을 반일 캠페인으로 몰아가지만, 전쟁범죄와 만행을 고발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가해자로서 반성하지 않으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다. 통절하게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배상하고, 앞으로 평화를 위해 함께 가겠다는 정신을 갖는다면 용서할 수 있다. 

반성이 없는 용서는 비굴이다. 반면에 반성하는 자에게는 아량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 같은 전범국가인 독일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반성하는 국가와 범죄를 숨기고 반성하지 않는 국가를 확연히 구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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