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옛날 놀이' 소환장, 응답하라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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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옛날 놀이' 소환장, 응답하라 1990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0.09.19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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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대신 낚시와 구슬치기, 딱지치기 하는 아이들
아이들과 여가 시간을 늘린 아빠들, 경로당 대신 다리 밑 찾는 어르신들
과거 야외 여가 문화 즐기는 시민들 부쩍 늘어, 언택트 시대 복고 트랜드 회귀
2020년 초가을. 제천에서 낚시하는 초등학생 (사진=정은진)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코로나19가 과거의 여가∙놀이 문화를 소환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엔 주말마다 키즈카페와 놀이동산, 쇼핑을 포함한 실내 시설을 찾던 시민들.

이제는 집 근처에서 가볍게 여가를 보내는 풍속 향유와 생활패턴으로 변화하며, 과거의 놀이문화까지 소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격일 등교를 비롯 학원을 가지않게된 아이들이 새로운 놀이문화를 찾거나 한가롭게 보내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낚시대를 제천변에서 드리우고 물고기를 잡는 모습과 20년 전에나 볼 수 있었던 구슬치기를 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올초 1차 확산때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며 온라인 중독 우려를 가져왔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것에 지쳐 비대면을 통한 다양한 야외 놀이를 구상하던 사람들에게서 나온 아이디어로 해석된다.

이러한 사람들의 수요 흐름에 발맞추듯 실제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구슬과 곤충채집, 플라스틱 딱지와 어린이 낚시대 등이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다. 

 맨홀뚜껑에 난 홈에따라 구슬치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 (사진=정은진)
아이들 가방엔 문제집 대신 소담스럽게 접힌 종이딱지와 플라스틱 딱지들이 담겨있다. (사진=정은진)

1생활권의 한 아파트. 한 아이의 가방에선 문제집 대신 정성스럽게 접은 딱지들이 우루루 쏟아지고, 곧이어 "딱! 딱!" 하는 딱지치기 소리가 아파트 사이로 울려펴진다. 

구슬치기를 하는 아이들에게 "옛날 놀이가 재밌나? 이거 내가 어릴때 하던 놀이다"란 질문을 던지니, "재밌다. 코로나 이전에는 구슬치기가 뭔지 몰랐다. 학교랑 학원을 안가고 시간이 많으니 다양한 놀잇감을 찾아 놀게 됐다"며 이내 천진난만한 놀이에 빠져 든다. 

과거 흙에서 놀던 구슬치기와는 달리 자칫 위험할 순 있으나, 맨홀 뚜껑에 난 홈에 따라 구슬치기를 즐기는 모습은 아이들의 응용력이 변화된 환경에 맞춰 향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학원 안가고 밖에 나와서 놀이하니 좋은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니, "좋다. 노는게 제일 좋다"며 활짝 웃는다. 

마스크 너머로 번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과거 딱지치기와 구슬치기를 하던 우리 시절과 오버랩된다. 유심히 지켜보니 그때와 달라진 것은 소담스럽던 색색의 지붕이 아닌 높은 아파트 배경 뿐이다. 

다리 밑에서 돗자리를 깔고 여가를 보내는 시민들 (사진=정은진)
다리 밑에서 돗자리를 깔고 여가를 보내는 시민들 (사진=정은진)

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내던 어르신들은 다리밑으로 나와 돗자리를 깔고 여유를 즐긴다.

"다리밑에 있으니 옛날 생각 나요. 우리 에어컨도 없는 시절에는 더울땐 늘 다리 밑이었지. 마스크때문에 답답한데 그래도 뭔가 더 여유로워진것 같아." 제천의 다리밑에서 만난 한 시민의 소회.

"코로나 때문에 바깥을 더 나오게 됐다고, 천변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고 역설한다. 

제천변에서 곤충채집을 즐기고있는 한 가족 (사진=정은진)

가족과 함께 여가문화를 보내는 아빠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에 지쳐 가족과 함께하기 힘들었던 평일 낮, 코로나로 가족돌봄 휴직을 기꺼이 낸 아빠들은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곤충채집 망을 휘두르며 웃음을 선사한다.

곤충채집 또한 20년전에는 활발하게 했던 놀이로 최근 코로나로 인해 곤충채집망의 수요가 부쩍 늘었다고. 

잡았던 곤충을 채집판에 수집하던 과거와는 달리 잠자리를 잡은 뒤에는 아이들에게 보여준 후 다시 날려보내주는건 과거와는 달라진 단면이다. 

학나래교 아래 그늘에서 차량에서 쉬고있는 사람들 (사진=정은진)
학나래교 아래 그늘에서 차량에서 쉬고있는 사람들 (사진=정은진)
숲놀이터에서 놀이하는 아이들 (사진=정은진)

사람들 없는 곳을 찾거나 알려지지 않은 명소를 직접 발굴해가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때 북적거렸지만 사람들 발길이 뜸해진 한솔동 백제고분역사공원에 한 가족도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방치되던 무궁화테마공원을 비롯한 각종 공원들과 대교 아래에서 돗자리를 펴고 시간을 보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여가'를 즐기려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변화 지점을 제시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학원대신 구슬치기, 직장에서 시달리는 대신 아이들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기, 게임대신 낚시대를 드리우고 물고기와 1대1사투 벌이기...

이렇게 자연스레 흘러간 흐름들이 현대인이 추구해야할 놀이문화의 방향이라고 단언한다면 과잉 해석일까. 

20년 전의 여가문화가 곳곳으로 회귀한 2020년. 코로나라는 팬데믹이 과거의 향수를 소환하며 여가문화 흐름마저 바꾸고 있는 이 양상은 한번쯤 환기해볼만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학원으로 향할 시간,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피구를 즐기는 아이들 (사진=정은진)
숲놀이터에서 놀이하는 아이들 (사진=정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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