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시낭송인회', 갈산서원에 모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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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시낭송인회', 갈산서원에 모인 까닭
  • 이계홍
  • 승인 2019.11.1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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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25명의 회원들 매주 토요일 만남, 전문 낭송인으로 성장

 

파도야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유치환의 시 ‘그리움’

¶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이선경 강사가 회원들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낭송 강사인 이선경 씨가 유치환의 시 ‘그리움’을 낭송하자 회원들이 숙연해졌다. 어떤 이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고, 어떤 이는 허공을 바라보며 시를 음미한다. 가슴으로 낭송하되 강약과 고저를 살린 운율이 또 한편의 시로 승화된 느낌이다.

세종시 시낭송인회가 있다. 시낭송 강사인 이선경 씨가 회장을 맡고, 25명의 회원이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한 자리에 모여 시를 감상하며 낭송한다. 모이는 장소는 세종시 도움1로 40(어진동 517번지)에 위치한 초려역사공원 경내 갈산서원. 개인 사정으로 출석하지 못한 회원을 제외하면 매주 15명 안팎이 모인다. 

회원들은 단순히 시를 낭송하는 것이 아니라 시에 대한 이해와 함께 발성법, 호흡법, 강약과 고저, 몰입도 등을 중점적으로 습득한다. 전문 시낭송인으로 가는 과정에 있거나 이미 경지에 올라있는 사람들이다. 

초려역사공원 주변은 정부세종청사를 지원하는 부속 건물을 짓거나 상업시설이 들어설 빌딩을 짓느라 망치소리, 기중기 소리, 불도저 소리로 요란스럽다.

그런 가운데서도 초려공원 내의 갈산서원은 도심 속에 자리잡은 작지만 여유를 맛볼 수 있는 분위기를 풍긴다. 중후한 한옥의 갈산서원은 시공을 초월한 듯 고요한 침묵 속에 잠겨있다. 

초려공원은 조선 중기의 유학자이자 경세가인 초려 이유태(1607-1684)의 학문과 개혁정신을 기리기 위해 초려선생유적공원추진위원회와 행복청이 그의 묘소 일원에 조성한 일종의 ‘쌈지공원’이다. 아파트 단지와 상업지구 빌딩이 임립(林立)한 신도심 가운데 위치하고 있으나 고즈녁한 분위기와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어서 세종시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 충청도 출신 시인과 유명 시인의 시를 노래한다

한 회원이 시를 낭송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3시. 기자는 다른 문학행사에서 만난 세종시 시낭송인회 회원 박경숙 씨(다도 강사) 소개로 갈산서원을 찾았다. 오후 3시 못 미쳐 시낭송인회 고이석 사무국장과 함윤분(행복충전 재가복지센터 센터장) 회원이 미리 서원에 와 A4 용지 두장 만한 면적의 앙증맞은 1인용 교자상을 ㄷ자 형으로 10여개 배치해놓고 회원들을 기다렸다.   

3시가 되자 회원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어느새 12명의 회원이 들어와 자유롭게 각자의 교자상 앞에 앉았다. 박경숙 씨는 집에서 수확한 듯 깨끗하게 씻은 가을 청무 한 덩어리씩을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나눠주었다. 다른 회원은 휴식시간에 먹을 과자류와 과일(시낭송회장은 ‘새참’이라고 표현)을 준비해왔다. 이렇게 각자 가지고 온 것을 함께 나누며 시 정신에 천착한다. 다분히 가족적인 분위기다.

이날은 충남의 향토시인 전민호 시인의 시 ‘그리고 놀뫼’ 낭송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낭송강사이자 회장인 이선경 씨가 시를 해설했다. 

“놀뫼는 논산의 옛 이름이자 순수 우리말 이름입니다. 노을이 아름다운 곳, 논쟁이 아름다운 곳으로 불려진 이름이죠. 공주 아래 드넓은 평야를 갖고 있어 곡창지대였으나 일제 때 주 수탈대상 지역이 되었죠. 이 평야의 중심인 강경이 상업지역으로 번창했지만 한이 서린 고장이었습니다.”

이런 배경 설명과 함께 시낭송이 시작되었다.

회원들이 시 낭송을 릴레이로 진행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있다. 

 

그리고 놀뫼
전민호

백두산 천지물이 한라산 백록담까지 
직진으로 흐르고 동해 호미곶에서
곧장 서해 외연도에 닿으면 만나는터
여기가 한반도에 단점 놀뫼이더라
(중략)
탑정호에 철새는 날아가고
계백을 따라와 뚝뚝 능소화로 져버린
황산벌엔 별이 떠서 새벽안개 흐르는 산성마다
고운 빛 스러지는 언덕이더라
(하략)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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