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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주인을 버린 날개 달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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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주인을 버린 날개 달린 말
  • 송길룡
  • 승인 2012.09.28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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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이야기] 페가수스

페르세우스가 잠들어 있는 메두사의 목을 자르자 뿜어져나오는 핏줄기 사이로 날개 달린 말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포세이돈이 메두사와 사랑에 빠져 잉태한 아이가 비명횡사한 어미의 목을 통해 빠져나온 것이었다. 이 말의 이름은 페가수스.

눈처럼 하얀 털을 가진 아름다운 신마(神馬) 페가수스는 아테나 여신에게 이끌려 올림포스 산에서 살게 됐다. 그의 어미 메두사의 저주 어린 죽음에 비하면 그는 비록 말로 태어났지만 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천국 같은 나날을 보낸 것이다.

이때 벨레로폰이라는 청년이 아테나 여신을 향해 괴물 키마이라를 처치할 수 있도록 간곡히 도움을 청한다. 키마이라는 머리가 사자를 닮았고 몸통이 산양의 형태를 가진 괴물로 입으로 화염을 내뱉는다. 그의 용기를 가상히 여긴 아테나는 어느 날 밤 그의 꿈속에 나타난다. "이 황금고삐를 가지고 찾아가 페가수스를 너의 말로 삼아라."

▲ 벨레로폰이 페가수스를 타고 키마이라를 무찌르는 모습

페가수스를 얻고 가볍게 하늘로 날아오른 벨레로폰은 신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키마이라를 죽일 수 있게 된다. 이후 그는 승승장구하며 모든 전투에서 승리를 하고 어느 왕의 후계자가 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의 두려움 없는 오만이 스스로를 신에 버금가는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벨레로폰은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페가수스를 타고 저위 하늘로 오른다면 과연 어느 만큼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까. 신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그들과 함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그는 페가수스를 내달려 끝없이 높은 올림포스 산 정상 너머를 향한다.

이 광경을 지긋이 내려다보던 제우스는 하찮은 인간이 신들의 선물을 받고서 기고만장하는 모습에 불쾌해진다. 제우스는 손톱 끝을 튀겨 말파리들을 만들고 페가수스를 향해 날아가게 한다. 말파리들은 요란하게 붕붕대는 소리를 내며 페가수스의 몸 여기저기에 달라붙어 쏘기 시작한다. 허공에 높이 솟아 올라 날개를 퍼덕이던 페가수스가 깜짝깜짝 놀라며 몸을 흔든다. 이윽고 온몸에서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몸을 세게 비틀어 그만 등에 타고 있던 벨레로폰을 천길 아래로 추락시키고 만다.

별자리 그림은 말파리에 쏘여 통증을 달래보려고 페가수스가 은하수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날개 때문에 하늘로 오를 수 있었던 능력없는 오만한 주인을 떨쳐내고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모습이 페가수스의 인상깊은 모습으로 남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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