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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아닌 예술', 세종 첫 아트페어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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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아닌 예술', 세종 첫 아트페어를 마치며
  • 이태근
  • 승인 2019.08.2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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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태근 세종미술협회장
지난 15~18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첫 세종시 아트페어 모습.
지난 15~18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첫 세종시 아트페어 모습.

2000년 초반 대전에서 살다가 연기군으로 이사했다. 세종특별자치시가 되기 전 연기군은 1번 국도와 남북으로 종단하는 철도가 지나가는 작은 군이었다. 도시가 발전되기 전이어서 교통의 흐름도 원활했고, 큰 건물도 없어 조용한, 시골티가 확연한 곳이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그런 연기군이 좋았다.

그 당시 연기군에는 예총(사단법인 한국예술인 총연합회)은 있었지만, 미술협회는 존재하지 않았다. 미술인구가 적어 충남 미술협회에만 가입돼 있고, 연기군 지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연기군에 거주하며 작가로 활동하던 몇몇이 모여 연기미술협회를 창립했다. 그때가 2004년이었으니 15년 전 일이다.

지부가 만들어지려면 최소한 20명 정도의 인원이 회원으로 있어야 했다. 대전과 인근 지역에서 회원을 영입해 어렵게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연기지부를 창립했다. 임재일 서양화가가 초대 회장으로 어려운 발걸음을 뗐고, 2대 회장으로 이윤주 금속공예가, 3대 회장은 안의종 조각가, 4대 회장으로 김영석 조각가, 그리고 내가 5, 6대 회장을 맡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하면서 2012년 (사)한국미술협회 연기군지부도 (사)한국미술협회 세종특별자치시지회로 승격했다. 세종미술협회 회원은 2016년 기준 65명에서 2019년 현재 130여 명으로 늘어났다.

2016년, 3대 지회장을 맡아 세종미술협회 살림을 해오면서 우리 미술협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고심해왔다. 다른 지자체 지회에서는 많은 회원 수를 토대로 미술대전이라는 연례적인 큰 행사를 열고 있지만, 세종시에는 순수 미술을 전공한 학생들을 배출하는 대학교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짐 싸들고 주변 대학가에 매일 같이 출근해 호객행위를 해도 모자를, 가당치 않은 사업이다. 

2016년 정부세종청사 홍보동에서 열린 아트페스티벌 참가 회원들의 기념사진.
2016년 정부세종청사 홍보동에서 열린 아트페스티벌 참가 회원들의 기념사진.

아트페스티벌을 하기 위해 2016년 정부세종컨벤션센터 본관 2전시장을 대관했다. 파티션도 없이 시작한 기획이었지만 이젤을 이용하면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300개가 넘는 이젤이 필요했지만, 아는 화방에 전부 전화해 물어보니 몇 십 개가 전부였다.

막연한 고민에 휩싸였을 때, 매 년 실기 대회를 열고 있는 모교 목원대학교를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했다. 당시 미술대학장을 역임하고 계시던 이창수 교수님(선배)께서 흔쾌히 빌려주셔 300여 개 이젤을 빌렸다. 운반하고 설치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전시 일정은 하필 8월 15일. 일 년 중 가장 더운 뙤약볕 아래에서 5톤 트럭으로 이젤을 들어 날랐다. 남성 회원들과 자원봉사자, 일용직 아르바이트 학생들까지 동원해 행사를 치렀다.

마침 세종시에서 전국 규모 나라꽃 무궁화 축제를 열던 때다. 축제를 담당하던 팀에서 전시장소를 양보해 달라 요청해 대관료를 면제받는 조건으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홍보동으로 전시장소를 옮겼다. 자본금과 지원금이 적은 우리 입장에서 대관료 대납은 큰 도움이었다. 거기다 축제와 연계해 홍보도 함께 하기로 했으니 좋은 조건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인연이 됐다.

매해 8월 15일 무궁화 축제가 있는 날, 세종미술협회도 함께 전시를 열었다. 3년이 지난 2019년 봄, 축제 담당자의 제안으로 올해도 컨벤션센터에서 아트페어를 개최했다.

2018년 세종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세종 아트페스티벌 전시장 모습.
2018년 세종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세종 아트페스티벌 전시장 모습.

가끔 정부 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을 대하다 보면 지방작가라고 무시하는 듯한 시선과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전문적인 배움을 통해 작가로 활동하는 분들도 많지만, 취미로 시작해 아직 배움의 길을 걷는 작가들도 많다. 한량들이 심심해서 그리는 것이라 생각하는지 작품을 재능기부니 하면서 그냥 달라는 사람들도 많았다. 작가들은 굶어 죽으라는 말인가. 이 생각은 아트페어 개최를 마음먹게 된 계기가 됐다.

제2회 아트페스티벌은 사비를 털어 파티션을 직접 제작해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전시장소를 구하지 못해 세종시문화예술회관에서 전국지회 초대 교류전 형식으로 열었다. 매번 회원들은 사비를 내 전시에 참여했다.

아트페어(ART FAIR)란 말 그대로 미술 시장을 의미한다. 작품을 내어놓고 판매한다는 뜻이다. 재래시장에 가면 수 많은 물건을 늘어놓고 흥정하고, 판매 하듯이 고가의 예술작품을 커다란 한 장소에 내어놓고 고객들에게 판매한다. 시민들은 한 장소에서 다양한 종류의 작품들을 비교 감상하며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살 수 있어 좋다.

작가는 많은 시민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직접 작품 설명을 하며 매매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술계 동향과 콜렉터들의 취향, 작품 가격의 적정성, 경제 논리 등을 배우는 장이기도 하다. 여기서 작품을 팔아야 작가들도 먹고 산다. 팔아야 새로운 작품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다.

올해 열린 세종시 첫 아트페어에서 관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올해 열린 세종시 첫 아트페어에서 관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이번 2019세종아트페어SAF에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임원진들의 헌신도 컸다. 또 세 명의 젊은 작가들을 추천해 힘을 보태준 김두영 충남지회장, 협회 임원진과 함께 작품을 출품해준 이영우 대전지회장, 개인적인 친분과 소개로 참여하게 된 전 충북지회장인 유승조 서양화가, 보은에서 온 김은숙 작가의 힘도 컸다.

체험부스 운영자들 역시 큰 보탬이 됐다. 무궁화 축제를 진행한 실무자의 제안으로 장소를 대관해 준 산림청의 도움 역시 아트페어를 가능하게 했다.

첫 아트페어에 4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중 세종미술협회 작가들이 34명이다. 충남지회 3명, 대전지회 4명, 충북지역 2명, 공주 지역작가 2명, 갤러리 98.5(세종), 정우경 갤러리(세종), 조희 갤러리(청주) 등 3개의 갤러리도 참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30만 원 이하의 특별 판매전 부스를 운영하고, 6개의 체험 부스, 프리마켓 까지. 갤러리 관계자와 작가들은 벌써부터 내년 아트페어에 참여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 아트페어에서 총 83점이 매매됐다. 누적 판매가격은 총 1억 34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수치상으로 보면 매우 성공적인 아트페어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 다만, 일부 작가에게 편중된 판매, 지인들에게 매매한 경우가 많아 콜렉터의 다변화 또한 필요하리라 본다.

이번 아트페어는 단지 부스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참가비만으로 운영됐다. 당연히 적자 운영일 수 밖에 없다. 적자를 보면서 굳이 왜 하려 하느냐 묻는다면, ‘작가로서 살아가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종시에서 우리 미술인들의 존재감을 느끼며 살고 싶을 뿐이다.

정부세종컨벤션센터 아트페어장에 마련된 청보리 김순자 작가의 캘리크라피 체험부스.
정부세종컨벤션센터 아트페어장에 마련된 청보리 김순자 작가의 캘리크라피 체험부스.

미술협회가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아트페어는 우리 세종미술협회가 유일하다. 관에서 지원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대전지회만 하더라도 연 3억 원의 시 지원금과 부스비를 합쳐 운영해왔다. 광주미술협회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절대 특혜로 볼일이 아니다. 문화와 예술이 활성화되고 다양해지면, 결국 그 혜택은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세종특별자치시가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만큼 우리 예술가들 역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함께 노력하고 협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문화도시는 완성된다.

이태근 세종미협회장.
이태근 세종미협회장.

전문 단체들이 아마추어 단체들과 공모를 통해 경합하고, 서류작성과 SNS 활용도가 높은 사람들이 유리한 지원 사업의 구조 속에서 양적 팽창은 이룰수 있을지 모르지만, 질적인 부분까지 담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원 사업으로 행해지는 많은 행사들이 시민을 위한 사업이다 보니 공연 입장료나 전시 관람료 등 수익 사업을 할 수 없는 구조다. 문화 예술은 공짜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예술은 거저가 아니다. 예술은 결코 공짜도 아니다. 불확실성 속에서 확실성을 얻기 위한 수많은 자기 번뇌와 노동의 결과물로 인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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