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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괴물을 처단한 영웅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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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괴물을 처단한 영웅③
  • 송길룡
  • 승인 2012.07.30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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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우스

▲ 클림트의 다나에(1908) 자료=위키백과
세리포스 섬의 왕 폴리덱테스는 동생 딕티스의 해변가 집을 몰래 찾아가 멀리서 다나에 공주를 엿보고 돌아온 이후 온통 신경이 그녀에게로 쏠린다. 섬 한 가운데 높이 솟은 언덕에 세워진 왕궁, 다시 그 한가운데 황금으로 치장한 커다란 옥좌에 앉아 때없이 시름에 젖는 폴리텍테스. 그의 곁에는 인근 섬들을 수시로 침범해 노략질을 하면서 제법 반반하게 생겼다 하면 볼모로 빼앗아온 고향 잃은 시녀들이 늘어서 있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내 것으로 삼을 수 있겠는가?" 욕심 많은 임금 곁에는 그 욕심을 더욱 부추겨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신하들이 있는 법. 너나 없이 앞다투어 온갖 방법들을 내놓는다.

다른 섬에서 끌려온 시녀들처럼 그저 강제로 데려오자는 의견, 그러다 오히려 도망칠 수 있으니 값진 보물을 선물로 주어 데려오자는 의견, 소박하게 사는 그녀가 보물을 원하겠느냐며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청혼을 하자는 의견, 이미 아이까지 있는 그녀가 쉽게 청혼에 응하겠느냐며 아이를 볼모로 삼고 적당히 덫을 놓아 시녀로 삼자는 의견 등등이 이어진다.

딕티스가 먼바다로 낚시를 떠난 어느날,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해 답답해 하던 폴리덱테스는 마법사에게 부탁해 얼굴을 바꾸고 초라한 행인의 행색으로 몰래 딕티스 집에 찾아가 문에 노크를 한다.

거짓 변장한 음흉한 행인은 겉으로 믿음직한 표정을 한 채 말을 걸기 시작한다. 경계심을 푼 다나에 공주의 얼굴을 훔쳐보며 마음속 말을 빙빙 돌려 묻는다. "왕이 당신을 어떻게든 데려가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영화로운 삶이 보장되는데 먼저 그리로 갈 마음은 없습니까?"

그런 소문에 대해서는 이미 마음속에 다짐한 것이 있는 것마냥 다나에 공주는 그 뜻을 알듯 모를 듯 차분한 어조로 대답한다. "바다와 구름이 저를 여기에 데려왔으니, 저의 운명은 바다와 구름이 정해줄 거랍니다." 다나에 공주로부터 그간의 경위를 전해들은 얼굴 숨긴 폴리덱테스는 자신의 가면 속에서 낙담한다. 자신이 과연 제우스에 대항하여 그의 여인과 아들을 가로챌 수 있는지 자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갖 섬을 돌아다니며 위엄을 떨치고 악명을 드높인 왕이 의외로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자로 인해 일순간 갈팡질팡 갈피를 못잡게 되더니 예전의 패기와 호령을 잊고 사는 날이 많아진다.

싸움 좋아하는 왕이 왕궁 구석에만 처박혀 있으니 섬나라는 도리어 평화롭다. 문제는 이런 평화를 조금도 못 견디는 측근들. 왕의 약점이 무엇인지 잘 아는 마법사가 의기소침한 채 옥좌에 기울여 앉은 폴리덱테스의 귀에 속삭인다. "페르세우스가 다 자라 자기 길을 찾아나설 때가 바로 신으로부터 받은 족쇄를 벗을 때입니다."

세월은 너무나 무료한 권태를 뿌리며 멀리 흘러간다. 무슨 일인지 모를 성대한 잔치가 세리포스 섬나라를 들썩인다. 폴리덱테스 왕은 이제껏 손꼽아 기다려왔던 음흉한 계책을 꺼내든다. 페르세우스가 늠름한 청년이 되어 잔치가 벌어지는 마당 한가운데로 들어선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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