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세종시에 가면 제비마을이 있다
상태바
세종시에 가면 제비마을이 있다
  • 지영철
  • 승인 2012.07.25 2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썅류리 마을에 제비 가족들이 둥지를 틀었다. 5년 전부터 이 마을에 날아들기 시작한 제비들은 어느덧 마을 주민들과 함께 동고동락 하는 이웃이 됐다.

이 마을에 사는 김씨 할아버지 댁 처마에도, 박씨 할머니 댁 처마에도, 그리고 마을회관 처마에도 제비 둥지들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에게는 흥부전 때문에 ‘제비는 복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반갑고 친근한 새’가 된지 오래다. 춘삼월이 오기 전 부터 혹시나 우리 집 지붕 처마 밑에 둥지를 틀러 제비가 찾아오지는 않을까? 기다림으로 빈 둥지를 바라보았던 시절이 있었다.

유달리 제비에게 극진한 대접을 한 것은 먹고 살기 힘든 보릿고개가 있던 그 시절 누구나 한번쯤 부러진 제비다리 고쳐주며 부자가 된 소설 속 흥부를 꿈꾸었기 때문일 것이다.

썅류리 마을에서 45년을 살아온 유덕근(73)씨 집 처마 밑에도 올봄 둥지를 틀고 새끼를 부화한 제비부부 한 쌍이 쉴 새 없이 먹이를 물어 나르고, 새끼제비들은 주둥이를 쩍쩍 벌리며 어미를 보채고 있었다. 유덕근 할아버지는 이 광경이 일상이 된 듯 카메라로 연신 셔터 소리를 내고 있는 기자가 더 신경이 쓰였던지 말없이 둥지에서 떨어진 새똥을 치우시기 시작했다.

둥지 아래에 미리 받쳐 놓은 종이에는 제비새끼들이 실례해 놓은 새똥들이 쌓여 있었지만 할아버지는 마치 손자손녀 귀저기 갈 듯 가벼운 손놀림으로 시른 기색 하나 없이 마무리를 하셨다. "할아버지 귀찮지 않으세요?" 라는 기자의 질문에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지 새끼를 위해서 더위에 고생하는 게 신통하잔여~" 이곳 썅류리 마을의 주민과 제비는 이미 한 가족이었다.

봄을 물고 온 제비는 둥지를 짓고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해 여름을 난 후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이 오면 따뜻한 동남아시아로 돌아간다. 근대화 산업화의 이름아래 진행된 거대한 경제개발의 물결로 점점 서식지를 빼앗기는 제비들이 내년에도 다시 이곳 썅류리 마을에서 주민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길 기대한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