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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김성장, 25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인터뷰] 김성장 시인
김성장 시인.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화가를 꿈꿨던 공고 학생, 직업 군인, 용접공, 국어 교사, 서예가. 그가 걸은 생의 발자국에는 늘 펜과 붓이 동행했다.

김성장 시인이 최근 두 번째 시집 <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을 출간했다. 1994년 <서로 다른 두 자리>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 그동안 김 시인은 교직을 은퇴하고 붓글씨를 쓰며 지냈다.

이번 시집에는 총 4부, 56작품이 실렸다. 교직에 몸담으면서 썼던 오래전의 시, 은퇴 후에 쓴 최근작까지 함께 수록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국어 교사, 사회 변화를 위해 애썼던 운동가, 고 신영복 선생의 글씨를 쓰는 서예가, 인간 김성장까지. 그가 걸어온 여러 삶은 곧 다채로운 시 세계로 연결된다.

김성장 시인은 “이번 시집은 교직에 있을 때부터 틈틈이 써온 작품을 수록했는데, 퇴직 후 쓴 작품들이 조금 더 많다”며 “좋게 말하면 다양하고, 나쁘게 말하면 잡다한 시들이다. 일관된 테마가 있기보다는 이렇게 저렇게 써놓은 시들을 묶었다”고 했다.

#. 분단시대 동인 활동, 투쟁과 성찰

김성장 시인이 첫 시집 출간 후 25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시집 <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 표지.

김성장 시인은 1988년 분단시대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분단시대는 1984년 대구 지역 젊은 시인들이 만든 동인지다. 분단 극복과 통일 의지가 담긴 작품으로 동인지 1집이 판매 금지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당시 창립 멤버 중 한 명이 바로 도종환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그는 도 장관의 소개로 동인이 됐다.

교사가 된 이후 김 시인은 교육 운동에 헌신해왔다. 전교조 충북지부에서 활동하면서 억압적인 교육 문화를 바꾸기 위해 싸워왔다. 당시 한 명의 교사로서 느낀 좌절과 투쟁 의지는 작품 ‘숲’, ‘대화’ 등에 잘 나타나 있다.

시 ‘숲’에서 그는 어렵게 받아낸 단체협상과 앞으로도 지켜지기 어려울 것 같은 약속들에 대해 말한다. ‘이기려고 하지 말고 그냥 피어 있는 것으로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하다가도 이내 ‘내려오면서 다시 이기고 싶어졌습니다’고 의지를 되살리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 쓰여진 시 ‘혹시’, ‘독수리 학교’, ‘투投’ 등의 작품은 교사의 시선으로 담은 무너진 교육 현장의 모습이 나타난다. 동시에 교육자로서 느끼는 참회의 감정도 묻어난다.

시 ‘혹시’에서 학교의 아이들은 일찌감치 무소유를 깨달은 부처님, 아무거나 공용으로 쓰고 버리는 공용주의자, 자고 싶으면 자고 가고 싶으면 가는 아나키스트, 그래도 끈질기게 학교에 와서 저항하는 혁명가로 표현된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 작품으로는 ‘살구’를 꼽았다. 지난 2016년 동북역사기행을 다녀와 쓴 시 ‘나팔꽃-목숨의 길에 서서’도 역사 인식을 담은 장문의 작품 중 하나다. 

김 시인은 “시를 쓰는 것은 산문보다 훨씬 적나라하게 자기를 드러내는 일”이라며 “여러 겹의 비유와 상징으로 덮혀 있긴 하지만 자기 밑바닥을 헤집어야 하는 내밀한 장르다. 연못이 있다면 연못 바닥의 진흙과 모래, 자갈을 막 파헤쳐 끄집어내는 일과 같다”고 했다.

#. 부족함, 시작(詩作)의 동력

김 시인은 국어 교사 생활을 하면서 약 30여 년간 글씨를 써왔다. 특히 신영복체를 완벽에 가깝게 구사하는 서예가로 알려졌다. 그는 원광대 대학원 재학 당시 ‘신영복 한글 서예의 사회성 연구’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신영복 선생의 서체로 쓰인 특정 소주 브랜드(처음처럼)에서 착안한 시도 있다. 그는 젊은 시절 살아온 투쟁의 날을 소주 대신 휘발유가 채워진 술병으로 비유한다.

소주 속 액체가 더이상 휘발유가 아니더라는, 시간이 흐른 뒤 느낀 부끄러운 감정은 ‘처음처럼 살지 못하는 나무들’로 압축된다. 

그는 줄곧 쓰는 사람으로 불렸다. 다만, 시와 붓글씨 중 시를 더 먼저 썼다. 금오공고 재학 시절 그는 글을 꽤 쓴다는 선배들의 영향을 받았다.

김 시인은 “시를 잘 쓰는 선배들을 동력 삼아 끙끙대면서도 시를 계속 쓸 수 있었다”며 “지금도 가끔 그때 선배들을 만나는데, 지금 계속 시를 쓰는 분들은 없어 묘한 책임감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시집을 낸 출판사 ‘걷는사람’의 김성규 대표는 김성장 시인과 동향이다. 김성장 시인이 옥천에서 교사 생활을 할 때 글을 잘 써 국어 교사들 사이에 유명했던 학생으로 기억하고 있다. 또 해설을 쓴 김용락 시인은 같은 분단시대 동인이다. 분단시대 창립 멤버 중 한 명이다. 

김용락 시인은 시 해설에서 “인간을 포용하는 원융과 사무사, 역사에 대한 투쟁의지, 참회와 같은 자기성찰, 섬세하고 아름다운 회화적 언어 기예, 실존에 대한 깊은 연민을 읽을 수 있는 시들이 가득하다”며 “한 폭의 잘 짜인 다채로운 사색과 사유의 꽃밭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이 독자로서의 복”이라고 설명다.

김성장 시인은 현재 신영복 글씨 쓰기 관련 책을 집필 중이다. 세종시 어진동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매주 2회 글씨 강의를 하고, 서울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신영복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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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 임종헌 2019-06-10 14:33:51

    쓰는 사람 김성장 선생을 여기서 만나게 되는군요. 여전히 치열하게 끌어가는 삶을 존경합니다.   삭제

    • 2019-03-18 15:35:58

      살아온 인생 자체가 시이자 글씨인 것같습니다.
      다음 결과물도 기대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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