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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울림, 그리고 몸을 깨우는 시 낭독의 힘[세종포스트 이화독서클럽] <5>애송시 낭독회
박윤경 회원이 소프라노의 음색으로 박경리 작가의 '여행'을 낭독하고 있다.

세종포스트이화독서모임 11월 정기모임은 ‘애송시 낭독’을 주제로 13일 오후 6시 30분 세종에비뉴힐 6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독서모임 주제는 지난 10월 정기모임 ‘시와 힘’에 이어 시 낭독회를 한 번 가졌으면 좋겠다는 회원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됐다.

이에 따라 이날 독서모임은 회원 각자가 애송하는 시를 사전에 선정해 낭독하는 시간으로 이뤄졌다.

[…]
이내 손안에 녹아

눈물 한 방울 맺힐
첫눈 내리면

속으로만
그리울
눈사람을 만들겠습니다.

시인이기도 한 정일화 회원이 자작시 ‘눈사람’을 낭송하는 것으로 이날 모임이 시작됐다.

이름 없는 작은 들풀이 있었다.
어느 누구도 돌보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관심 두지 않는다.
그래서 이름조차 없다.

박두희 회원은 “최근 고교 동창들 100여 명을 40년 만에 초대해 시를 낭송하며 회포를 푼 일이 있는데 너무들 좋아했다”며 당시 낭송했던 시를 소개했다. ‘작은 풀들’이란 작가 미상의 시였다.

사진 왼쪽부터 박두희 회원, 정일화 회원, 문지은 가무국장, 박수연 회원.

당신이 이 시를 읽을 때
시인의 눈물은 잊어도 좋습니다
당신의 손가락에 보석이 빛날 때
그 물체로 사금을 거르던 여자의

찢어진 옷 사이로 내비치던 검은 살과
진흙더미 속에 깨진 손톱은 제발 잊어도 좋습니다
당신의 손가락에 보석이 빛날 때 […]

박수연 회원은 문정희 시인의 ‘당신의 손가락에 보석이 빛날 때’를 담담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낭독했다.

박수연 회원은 “시를 낭송해보니 마치 삭막한 사막에서 잠시나마 오아시스를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며 “이런 멋진 낭독회를 정기적으로 가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는 거의 여행을 하지 않았다
피치 못할 일로 외출해야 할 때도
그 전날부터 어수선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나다니기를 싫어한 나를
구멍지기라 하며 어머니는 꾸중했다
바깥세상이 두려웠는지
낯설어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

다수의 오페라에서 주연을 맡았던 박윤경 회원은 박경리 작가의 시 ‘여행’을 멋지게 낭독했다. 소프라노의 음색이 그대로 물에 투영되듯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 낭독의 백미를 보여줬다.

박수연 회원이 문정희 시인의 ‘당신의 손가락에 보석이 빛날 때’를 낭독하고 있다.

이날 낭독회를 진행한 독서모임 문지은 사무국장은 “돈과 기술이 사람이 갖춰야 할 자산의 전부가 아니라는 데 모두 쉽게 동의할 것”이라며 “돈과 기술은 사라질 수 있고, 돈은 사람을 따라 돌고 돈다고 하니 영원히 내 자본이 될 수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지만, 기술 역시 환경이 달라지면 잘 나가는 기술도 사장되기 마련”이라며 “생각하는 힘, 인문학의 힘이야 말로 나와 평생을 함께하는 영원한 자산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분위기가 고조되자 몇 수의 시들을 더 낭송했으며, 이 때문에 예정됐던 시간을 30분이나 넘겨 모임이 마무리됐다.

시를 눈으로만 읽는 것과 소리 내어 읽는 것의 차이는 낭독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가슴에 울림이 있을 뿐만 아니라 몸을 일깨우는 환희의 감정을 얻을 수 있다. 낭독이 우리의 신체감각을 바꿔주는 행위여서다. 그것이 바로 낭독의 힘이다.

문지은 사무국장은 “분기별로 한 번쯤은 시를 낭독하고 시인을 초청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며 “운영진과 상의해서 여운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도록 꾸며 보겠다”고 말했다.


유태희  naturec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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