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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청년창업 3년, 좌절해도 낯선 도시 발붙인 이유[인터뷰] 세종청년네트워크 강기훈 대표
세종청년네트워크 강기훈 대표.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2011년 세종시 출범 전 이곳에 정착해 미디어 사업체 대표로 3년, 세종시 청년단체 활동으로 2년을 보낸 울산 청년이 있다. 라쿤미디어웍스 대표이자 세종청년네트워크 대표 강기훈(27) 씨다.

올해 2년 차를 맞이한 세종청년네트워크(이하 세청넷)는 청년 구심점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지역 문화를 만들고, 청년 예술가들을 지원하며 청소년 프로그램 기획까지 활동 범위를 넓힌 것.

오는 9월에는 청년 대상 취업 콘서트, 10월에는 야외 청년 작가 전시가 예정돼있다. 곧 선보일 청년 러닝프로젝트는 올해 처음 시도하는 기획이다. 

고려대학교,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 청년 창업자로 구성된 소모임 ‘청춘창창’이 세종청년네트워크로, 협동조합 간판을 단 청년희망팩토리로 확대되기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방인 청년들이 낯선 도시에 정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흔적들을 돌아본다.

2011년 그리고 2018년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세청넷 주관 지역 청년 작가 전시회 '울림' (사진=세청넷)

경영학을 전공한 강기훈 대표는 2011년 고려대 세종캠퍼스에 입학, 군 복무를 마친 후 2016년 라쿤미디어웍스를 창립했다. 같은 해 홍익대 학생이었던 현 (협)청년희망팩토리 홍영훈 이사장을 만나 ‘청춘창창’ 세종시 청년 창업자 소모임을 꾸렸다.

이듬해 이들 중 일부가 모여 세종청년네트워크(이하 세청넷)를 조직했다. 창업, 전시, 봉사, 독서, 음악 등 분야를 세분화해 지역 청년들을 끌어모았다. 이렇게 시작한 세청넷이 올해 3기 회원들을 맞이했다.

비영리단체로 조직을 운영하다보니 경제성, 물리적 공간 필요성 등 한계가 있었다. 문화, 예술, 교육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청년들을 모은 것이 세청넷이라면 협동조합 청년희망팩토리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창립됐다. 올해 세종시 마을기업으로도 선정됐는데, 이달이 딱 설립 1주년이다.

강 대표는 “소소한 취미활동으로 모였지만, 창업을 꿈꾸거나 예술·교육 활동 등으로 범위를 넓히는 회원들이 늘어났다”며 “각자 사정으로 어려움도 많았지만 세청넷을 거쳐 간 회원이 벌써 80여 명에 이른다. 청년도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최근 세청넷은 지역 청년 예술인 합동 전시, 청소년 대상 영화제 행사를 개최했다. 특히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전시는 지역 청년 작가 12명이 참여해 호평을 얻었다. 조치원 대학생들이 중심이었던 초반과 비교하면 인적 구성에 변화도 생겼다.

강 대표는 “홍대 졸업생, 외국 유학을 마치고 최근 신도시로 이주한 프로 작가, 신진 작가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며 “이 전시가 계기가 돼 작은 문화쌀롱도 만들어졌다. 10월에는 조치원 중심가로나 왕성길 등지에서 야외 전시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내달 초에는 세종시, 대전·세종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와 협력해 세종시 청년 대상 취업 콘서트도 기획하고 있다. 공공일자리, 민간일자리, 창업 부문 등 5~6명의 20대 패널을 섭외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그는 “올해 세종시 조직개편을 통해 청년정책담당관이 신설돼 더 발전된 청년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며 “최근에서야 다양한 청년 일자리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민·관이 터놓고 소통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떠나는 청년, 붙잡는 지자체

강기훈 대표.

세종시 청년 정책의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강 대표다. 매번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점차 커지는 관심도 느끼고 있다는 것.

최근 시는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인근 대학들과 손잡고 청년 일자리·창업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세종 SB 플라자는 내달 문을 열고, 조치원 옛 세종시의회 앞 창업키움센터는 올해 말 개소한다. 행정안전부 공모 사업인 청년 챌린지랩, 특화 취창업지원사업 등도 탄력을 받았다.

강 대표는 “초기에는 타 지자체와 비교해 불만도 많았고, 세종시 내에서 청년들의 목소리가 작아 아쉬움도 컸다”며 “전국 지자체들이 청년 정책을 쏟아내는 시기에 세종시도 이제 발맞춰 가고 있다. 이 기회를 통해 청년들도 내실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부탁이자 바람이다. 한시적 지원보다는 청년들이 스스로 기반을 닦고,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최근 시가 추진하고 있는 특화 취창업지원사업은 전문적 직무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단순히 경험만 제공해주는데 그친다면 수혜자인 청년들이 일자리가 풍부한 다른 곳으로 쉽게 빠져나가기 쉽다. 정책에 따른 후속 대책, 연계 정책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강 대표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지자체는 대구다. 대구시 청년 정책 관련 부서는 대구청년센터와 한 건물에 위치해 있는데, 활발한 소통으로 청년 주도형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청년들을 키우겠다는 대구시의 의지는 이들이 입주한 건물에서 엿보인다. 청년센터는 대구 내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만남의 광장 앞 알짜 건물에 위치한다.+

강 대표는 “민관이 힘을 모은 모범 사례도 있지만, 청년을 기획자가 아닌 소비자로만 본 청년센터는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실제 협의회를 가보면 참석자 명단부터 전문가, 관계 공무원, 학계 교수, 지역 청년 식으로 나열되는데 어떤 분야에서는 오히려 청년이 전문가일 수도 있다. 청년이 단순히 청년에 한정되고 있는 문제는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근 대전세종연구원이 발표한 '세종시 인구 이동 특성과 정책방향 연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세종시 전출인구 중 21~23%가 20~30대 젊은층으로 집계됐다. 청소년과 학부모 세대가 전입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사회 초년생들의 지역 이탈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는 “능력이 있어도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나 길을 찾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청년들은 좋은 환경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작은 기회를 갖길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은, 미흡하다

최근 열린 세종시 청소년 대상 영화 상영회 현장. (사진=세청넷)

많은 청년 자영업자들이 고대, 홍대 캠퍼스 대학가를 중심으로 몰려있다. 작은 와플집부터 카페, 음식점까지. 졸업생들이 경제활동의 주체로 활동하고 있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는 게 강 대표의 말이다.

그는 “어떤 가게는 대학 특정 학과 졸업생들이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형태로 이어져 운영되기도 하고, 올해 세청넷 회원도 대학가에 작은 카페를 오픈할 예정”이라며 “다만 학기 중 말고는 장사가 어렵다보니 임대료만 근근이 내다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최근 그 역시 곤란한 일을 겪었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미디어 회사가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된 것. 지난 2014년 문을 연 세종 ICT 지원센터가 올해 6월 문을 닫았는데, 내달 개소하는 세종 SB 플라자와의 연계가 물거품이 돼버렸다. 함께 입주해 일했던 스타트업 기업들도 뿔뿔이 흩어진 상태.

강 대표는 “SB 플라자 연계를 믿고 입주했던 기업들이 R&D 연구개발 기업만 받겠다는 모집공고를 보고 판교나 인근 대전으로 빠져나갔다”며 “가장 어려운 점이 공간 문제인데, 정책 운영 과정상 기준이나 일관성이 미흡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해 초 무산된 세종전통시장 내 청년몰 조성도 아쉬운 대목이다. 중소기업청 공모에 선정돼 국비 7억 5000만 원을 확보하고도 세종전통시장상인회 측과의 협의가 번복되면서 최종 좌초된 사례다.

특히 이들은 당시 세종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소통없는 청년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세종시의회는 추진 과정상 나타난 시 관계자들의 대처를 임시회 본회의를 통해 질타한 바 있다.

강 대표는 “세대 분류로 보면 청년들은 청소년과 장년층을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장년층으로부터는 많이 배우고, 또 청소년들에게는 많은 경험을 줄 수 있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세청넷의 또다른 임무”라고 밝혔다.

최근 이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청소년 미디어 기획자, 문화기획자 양성 등도 같은 취지다. 자유학기제 확대 실시 등 교육 방향과 맞물려 지역 내 청소년들과 관계·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 그는 올해로 세종교육청 3년차 마을교사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 현재의 청소년들이 대학생이 되고, 청년이 되는 것”이라며 “이곳에서 성장하고 학업을 마친 학생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야 세종시가 건강한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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