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세종시 두루중 앞 매일같이 고개 숙이는 남자
상태바
세종시 두루중 앞 매일같이 고개 숙이는 남자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8.08.01 17:32
  • 댓글 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세종한소망교회 김현희 목사
세종한소망교회 김현희 목사가 1일 오전 두루중학교 앞 회전교차로에서 아침 인사를 하고 있다.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세종시 고운동 두루중학교 앞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아침 출근 인사를 하는 남자가 있다.

등교하는 학생, 출근하는 시민 모두를 궁금케 했던 이 남자의 정체는 바로 대한예수교 장로회 세종한소망교회 김현희(48) 담임 목사. 새벽 기도를 마친 뒤 시작한 아침 인사는 이달 1일 딱 1년이 됐다. 

세종한소망교회는 고운동에 생긴 1호 교회다. 주일학교 학생들까지 약 60여 명의 신도들이 있는 작은 교회. 지난 2015년 2월 이주한 김 목사는 같은해 10월 신도들을 맞았다. 

1일 오전 8시 30분, 섭씨 30도에 가까운 날씨에 두루중 회전교차로에서 그를 만났다. 넥타이를 맨 멀끔한 정장차림으로 매일 이곳에서 허리를 숙이는 이유, 도대체 뭘까.

세종시민을 위한 아침 기도

세종한소망교회 김현희 목사.

이곳을 지나는 많은 시민 대부분은 그를 오해했다. 기껏해야 지방선거를 앞둔 시의원 출마자이겠거니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더러는 직접 그에게 출마 여부를 묻는 경우도 있었다. 그의 한결같음을 엿본 누군가는 ‘당신을 찍겠노라’ 응원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김 목사는 “1년쯤 되니 안면이 익어 서로 인사하는 분들이 늘었고, 길에서 아는 척 해주시는 분들도 있다”며 “요즘처럼 더울 때는 냉커피를 건네거나 겨울에는 따뜻한 차를 주시는 분들도 있어 오히려 행복을 얻어간다”고 말했다.

아침 인사를 시작한 이유는 시민들을 위한 기도 차원이다. 세종에 이주해 메마름과 팍팍함을 느낀 그가 시민들이 이른 아침 작은 행복을 느끼도록 인사로 섬기겠다는 취지다.

그는 “말그대로 행복도시에 살면서 행복을 못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우리야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긴 하지만, 모든 사람이 한평생 즐겁고 행복하게 살다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누군지 묻는 분들에게 명함을 건네는데, 일반 시민들이 갖고 있는 교회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에도 혹시 도움이 될까 한다”고 말했다.

매일 오전 5시 30분 시작하는 새벽기도 후 그는 자전거를 타고 회전교차로로 향한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오전 8시부터 9시 20분까지 한 곳에 서 있기가 특히 쉽지 않다. 대전 교회 목사일 때는 주 2회 인사를 나갔지만, 세종으로 온 뒤에는 매일이 됐다. 덕분에 그는 세종시 버스 기사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나름 유명인사다. 

김 목사는 “지방선거 기간에는 후보자들이 아침마다 회전교차로에 몰리는 바람에 선거날을 앞두고 어쩔 수 없이 3일간 인사를 쉬었다”며 “대전에서 만났던 버스 기사님을 이곳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함께 세종으로 터전을 옮겨 이 노선을 지나게 된 기사님과의 인연도 돌아보니 참 특별하다”고 말했다.

모태신앙까지 바꾼 목회자의 삶

김현희 목사.

개척 교회를 시작한 지는 대전에서 4년, 세종에서 3년째다. 그는 불교 신자인 부모님 영향으로 뒤늦은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6남 2녀 중 막내아들인 김 목사가 목회자의 삶을 택했을 때, 그 여파가 얼마나 컸을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그는 “불교신자셨던 어머니는 제 전도에 힘입어 신앙생활을 하시다 소천하셨다”며 “가장 어려웠던 둘째 형님은 최근 두 딸의 주례를 목사인 내게 맡겼다. 뒤늦게 시작한 목회자의 삶이 인정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직장생활을 하다 서른 한 살, 늦은 나이에 신학에 입문했다. 학부를 마친 후 마흔 한 살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후 부교육자(부목사) 생활을 하다 담임 목사가 됐다.

김 목사는 “개척을 시작하면서 한 영혼이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아이 셋을 두고 있는데, 주일학교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크다. 학교 앞에 가 직접 풍선 인형을 만들어 주면서 전도도 하면서 주일학생 신도 숫자도 매년 늘었다”고 했다.

아쉬운 점은 두드려도 잘 열리지 않는 시민들의 마음이다. 젊은 층의 경우 육아 때문에, 또는 이주 후 신앙생활을 중단하거나 접는 사례가 많은데 다시 이끌기 쉽지 않다는 것.

그는 “전도를 하다 보면 세종시에 이주한 뒤 신앙생활을 쉬고 있다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며 “정확히 원인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마음을 터놓고 대하기가 어렵다는 느낌을 받는다. 도시 특성이기도 하지만, 이 부분은 결국 세종시를 위해 많은 기도를 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운영부터 아버지·부부학교까지

세종한소망교회에서 운영하는 드림오케스트라 운영 안내문.

세종한소망교회에서 조직한 드림오케스트라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예술 프로그램이다. 저렴한 수강료로 바이올린, 클라리넷, 첼로, 플루트 등 주당 1회 악기 강습을 받을 수 있다. 단원은 총 20여 명으로 자체적인 연주회는 총 3회 개최했다.

김 목사는 “지금까지는 아마추어에 가까워 자체 공연만 했는데 앞으로는 요양시설 등 봉사 공연도 생각하고 있다”며 “초등생부터 성인까지 연령대가 다양하고, 가장 연세가 가장 많으신 분은 60대 후반 클라리넷 연주자다. 매년 나아진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두란노 아버지학교 3기를 졸업한 후 스텝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신앙 유무와 상관없이 참여 가능한 강의로 세종지부는 2015년 1기를 시작으로 7기째를 맞이하고 있다.

김 목사는 “아버지학교는 고정관념과 가부장적 마인드를 버리고, 자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아버지상을 목표로하는 수업”이라며 “교회 내 부부학교 개설을 준비했었는데, 참가자가 적어 불발됐다. 젊은 부부가 많은 세종시에 유익할 수 있는 수업인데 안타까운 점”이라고 말했다.

주변 예비 부부들에게 그가 하는 조언이 있다. 최소 결혼과 관련된 책 5권 이상씩은 읽어보고 식장에 들어가라는 것. 이는 결국 행복한 성도, 행복한 가정, 행복한 교회라는 그의 모토와도 직결된다.

그는 “내가 행복하면 가정이 행복하고, 가정에 문제가 있으면 나 자신도 행복할 수 없다”며 “우리 세대만 해도 결혼예비학교 같은 것이 없었다. 결혼생활과 관련된 정제되지 않은 정보들이 많은데 이를 바로 잡아 행복한 부부를 만드는 수업이 세종시에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일도, 모레도 시민을 섬기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침 인사를 하겠다는 김현희 목사. 그의 다짐은 ‘하나님 앞에 온전히 쓰임 받는 목회자’다. 지금 가진 영혼에의 사랑과 열정이 변치 않도록 항상 초심으로 임하겠다는 것.

끝으로 그는 “사랑이 아닌 의무감으로 대하면 신도들도, 스스로도 이것이 느껴진다”며 “사회 속에 지탄받지 않는 교회, 내부 분쟁이 없는 교회, 다 같이 뜻을 모아 평온한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는 교회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7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허세구라박 2018-08-06 21:53:49
고운동을 축복해 목사님 너무 고맙고 고맙고 고맙습니다
세종시가 각박해지면서 주변에 이런 목사님 이 계시다는 건 아직 세종시 가 희망이 있다는 증거인것 같네요
매일 아침 지나가면서 인사하시는 분이 목사님이라니 깜짝 놀랐습니다 하나님의 축복과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목사님 이 되세요 감사합니다

왠 기사인가 했더니 2018-08-05 15:23:52
교회 홍보해주네.
신문 질 떨어진다

이향기름 2018-08-04 15:52:43
목사님이 계시니 세종이 행복합니다. 힘내세요. 한소망교회 화이팅입니다.

대자연 2018-08-02 16:47:31
마음을 열지 않는게 아니라
하나님이란 건 없다는 걸 알기때문입니다.

원래 목사라면 당연한 모습인데,
어쩌다가 보기드문 목사가 되었나요?
이유는 하나님이 없기때문이죠.

조주환 2018-08-02 14:28:01
저도 궁금했는데 아침마다 오고 가는 시민들에게 축복을 해주고 계신거였군요! 고맙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며 덕분에 매일 아침 좋은 아침으로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