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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택배전쟁, 얽힌 실타래 언제 풀릴까?<上> 행복도시 택배 배송 시스템 현주소… 행복청, 지하주차장 설계 개선 나서
세종시 새롬동 한 단지 내 택배 차량의 지상 통행을 제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곳 지하주차장 층고는 2.3m로 보통의 택배 탑차 출입이 불가능하다.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택배 차 지상 출입 제한과 입주민 갑질 논란으로 번진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사태. 남의 일이 아닌 이유는 세종시도 출범 이후 끊임없이 갈등이 촉발되고 있어서다.

택배사와 입주민, 건설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대립된다. 경제성과 효율성, 안전성이라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 입주민들 역시 어느 쪽에 설 것인가를 두고 입장이 분분하다.

세종시에도 건전한 택배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까? 세종시 택배 시스템의 현 주소(上)와 최근 대안으로 떠오른 세종시 실버택배 운영 방안(下)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택배기사 두 손 들고 나가는 세종시?

택배 문화는 이미 현대인들의 일상 깊숙이 침투했다. 인구 평균 연령대가 낮고, 임산부들이 많으며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세종시 역시 택배 문화 활성화 요인을 갖췄다.

반면, 새 아파트 입주가 계속되고 있는 행복도시는 택배기사들의 고충이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세종시 택배업계 종사자 A씨는 “두 손 들고 뛰쳐나가는 택배기사가 꽤 될 정도로 세종시는 택배기사 구하기 어려운 곳”이라며 “지상 출입 통제로 인한 불편, 새로 입주하는 단지들과 매번 비슷한 갈등을 반복해야 한다는 점이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A씨가 일하는 대리점 내 배송기사는 모두 40여 명. 이중 2.66m 탑차가 30대, 중간 높이인 2.5m 탑차가 8대, 2.1m 저상 탑차가 2대다. 저상 탑차 운행 기사들은 더 많은 시간 일하고 더 적게 번다. 물품 1개를 배송하면 기사들은 순수하게 700원 가량을 손에 쥔다. 한 번에 많은 짐을 실어 날라야 유류비도, 시간도 적게 드는 구조다.

현재 지어진 세종시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출입구 높이는 대략 2.3m. 단지에 따라 2.1m로 더 낮은 출입구도 있다. 보통의 하이탑차를 운행할 경우 지상 출입이 제한되면 아파트 정문 앞에서부터 손수레를 끌고 배송해야 한다. 택배기사와 갈등이 심한 단지의 경우 경비실에 물품을 한꺼번에 맡기고 가는 경우도 있다.

A씨는 “택배기사들은 개인 차로 움직이는데, 할부로 저상탑차를 구매해 일하는 한 기사는 남들이 7시면 끝날 일을 9시, 10시까지 해야한다”며 “현재 소담동은 지상출입 제한 구역이 몇 곳 되는데 이 기사는 일요일도 배송할 때가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초 새롬동에서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입주 기간이 지난 후 단지에서 지상 출입 통제 방침을 통보하자 담당 택배기사가 일을 그만두게 됐고, 밤늦게 정문 앞에서 입주민들이 모여 택배를 찾는 상황이 연출된 것. 현재 이곳 몇몇 단지는 아이들의 통행이 적은 오후 3시 이내로만 택배 차량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A씨는 “앞으로 입주하는 다정동도 같은 갈등이 지속되리라 본다”며 “최근에는 입주예정자협의회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하는데, 택배사에서도 일방적으로 통보하기 보다는 함께 협의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최근 다산 신도시 사태가 이슈화되면서 이전보단 입주민들의 관심이 많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변화하는 아파트 문화, 최우선 가치 ‘안전’

4년 째 택배사와의 갈등을 겪고 있는 고운동 8단지 이기춘 입주자대표회장. 현재 이곳 단지는 입주민 안전을 위해 지상 차량 통행 제한을 유지하는 대신 직접 택배를 가져가는 수고를 감수하고 있다.

택배 문화가 활성화된 이유는 편리성에 있다. 반면, 최근 공급자와 수용자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일각에서는 입주민들의 수령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종시 가락마을 8단지도 4년째 같은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2015년 8월 이 단지는 대기업 택배회사들이 선언한 초유의 ‘택배 반송 사태’의 중심에 섰었다. 입주민들은 기존 지상 출입 통제를 유지하는 대신 직접 경비실에서 택배를 수령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있다.

하지만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가락마을 8단지 이기춘 입주자대표회장은 “8단지는 지상에 주차장이 아예 없을뿐더러 아파트 지상 통로 구조가 일자형이어서 택배 차량 속도 통제가 되지 않는 특성이 있었다”며 “무엇보다 입주민들이 아이들과 노약자의 안전을 위하자는 의견이 컸다. 택배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일하기 수월해 지금껏 취해온 이득도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입대의는 대기업 택배사 본사에 찾아가 기사들의 탑차 개조비용 지원, 전동카트 지원, 실버택배 도입 등의 대안을 제안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종시의 경우 대부분의 공동주택이 지상은 공원처럼 꾸미고, 차들은 지하주차장을 통해서만 다닐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단지 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환경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 회장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 공동주택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는 추세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다만 현행 건축법의 기준이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 갈등 예방차원에서 설계부터 반영되는 방향으로 가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갈등 원천 봉쇄 나선 행복청

세종시 한 단지 지하주차장 입구. 출입 가능 높이는 2.3m로 택배 배송 탑차 이용이 불가하다.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불편이 택배기사와 입주민에게만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사가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를 홍보 문구를 내걸면서도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모든 차량의 지하주차장 진입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하지만 현행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르면, 지하식 또는 건축물식 노외주차장 높이를 2.3m 이상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해당 시행규칙은 1990년 개정된 이후 30년 가까이 유지됐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법 개정은 달갑지 않다. 지하주차장 높이를 높이려면 그만큼 공사비도 늘어나고, 이를 분양가 산정에 반영할 수 밖에 없기 때문. 

하지만 적어도 세종시에서는 갈등이 확산되지 않을 전망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출입 층고 높이를 내부 지침으로 상향조정키로 했기 때문. 2-4생활권 분양 아파트와 최근 모델하우스를 오픈한 세종시 6-4생활권 마스터힐스에는 층고 높이 2.7m가 적용됐다. 

행복청 관계자는 “실제 현장을 나가보니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이 많았고, 현재도 이와 관련된 민원이 많다”며 “지난해 3월 이후 사업계획 승인이 난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2.7m, 주상복합의 경우 3m로 층고로 설계됐다. 앞으로 5, 6생활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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