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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언어극 '안네 프랑크', 한국영상대 학생들 무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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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언어극 '안네 프랑크', 한국영상대 학생들 무대 오른다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12.2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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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7일까지 서울 정동 세실극장 공연, 산학협력 공동 프로젝트 모범 사례
세종시 한국영상대 연기과 재학생들이 극단 제자백가 배우들과 <안네 프랑크> 작품을 공연한다. 사진은 참여 배우들의 단체컷.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열세 살 유태인 소녀 안네의 시선이 무대 위 비언어극으로 재탄생됐다. 세종시 한국영상대학교 연기과 학생들이 극단 ‘제자백가’ 배우들과 함께 표정과 몸짓만으로 침묵의 시대를 표현해낸다.

비언어극 <안네 프랑크> 공연이 내년 1월 7일까지 서울 정동 세실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한국영상대 정인숙 교수(연기과)가 예술감독을 맡았고, 재학생 10여 명이 배우, 스태프로 참여한다.

이번 공연은 한국영상대학교와 극단 제자백가가 참여한 사회맞춤형 산합협력선도전문대학 LINC+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현장이 살아야 학교가 산다’는 슬로건 아래 교수와 산업체, 재학생들이 협력해 이뤄낸 뜻 깊은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영상대 류재원 총장은 “학생들에게는 현상 실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산학이 함께 문화예술 사업을 선도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며 “첫 술에 배부르진 못하겠지만, 이 프로젝트 속에서 학생들이 자아를 실현하고 꿈을 키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혹한 시대, 공간·시대 제약 담은 ‘비언어극’

연극 <안네 프랑크> 포스터.

이번 작품은 유대계 독일인으로 태어난 안나가 나치 정권 하에 쓴 글을 묶은 <안네의 일기>를 토대로 각색됐다. 때는 1942년. 나치가 네덜란드를 점령하고 유대인을 색출해 수용소로 끌고 가던 참혹한 시기다.

작품 속 ‘은신처’라는 공간은 낮이든 밤이든 숨죽여 움직여야 하는 살얼음판 같은 침묵의 공간으로 대변된다.

정인숙 교수(예술감독)은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자 유일한 저항의 수단인 침묵을 몸의 움직임만으로 표현해냈다”며 “공연에 나오는 대사는 이름밖에 없지만, 오히려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이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네는 생일 선물로 받은 자신의 일기장에 시대의 장면을 기록해나간다. 무대는 이를 침묵으로 표현해내는데, 기존 연극의 형식을 과감히 탈피해 신체극에 가까울 만큼 언어 사용을 배제했다.

주혜자 연출가는 “비언어극은 대본이 없고, 있더라도 배우 스스로 채워나가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더 힘든 과정”이라며 “다행이 12명의 배우들이 잘 적응해 무대를 채웠다. 말과 글, 소음 등에 지쳐있거나 TV나 SNS를 습관적으로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관람을 꼭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내년 7일까지 이어진다. 평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후 8시,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은 오후 3시에 막이 오른다. 좌석은 인터파크티켓, 예스24에서 구매 가능하다.

“세종시 소재 대학 유일 연기과, 시민들과 소통 원해”

비언어극 <안네 프랑크> 예술감독을 맡은 한국영상대 연기과 정인숙 교수.

이번 공연은 산학 협력으로 이뤄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세종시 소재 한국영상대학교 연기과 학생들에게는 프로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기회이기도 하다.

정인숙 교수(예술감독)는 “배우들과 함께 함께 하는 작업이라 초반엔 걱정도 됐지만, 배우뿐만 아니라 조명, 음향 등의 분야에 투입돼 자기 몫 이상을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이 크다”며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매 회 공연을 마무리하면서 지속적으로 보완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올해 10년 째 연기과 학생들을 지도해온 정 교수 역시 제작과 기획이 산학 공동으로 추진되는 프로젝트는 처음 경험했다. 청주 등 인근 지역 극단과 교류 활동은 지속해왔지만, 공동 프로젝트형 협력은 새로운 방식이다.

정 교수는 “영상대 내 연기과에는 연기, 연출, 조명, 디자인 등 분야가 다양하다”며 “학교가 학생이 취업하길 기다리는 것이 아닌 직접 현장의 문을 두드리고 공동 작업에 나서면 학생들에게도 또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영상대는 방송영상화 특성화대학으로 손꼽힌다. 일찍이 문화예술 콘텐츠 관련 전공과를 육성하면서 전문 직업인 양성을 목표로 했다. 특히 연기과는 매년 세종과 서울에서 졸업 작품을 올리고, 거창국제연극제 등 수상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 교수는 “세종시 대학 중 연기과는 유일한만큼 이제는 학생들의 작품을 시민들과도 함께 나누고,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며 “세종시를 대표할 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도 시작했는데, 내년쯤에는 선보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 세종시에 중극장 규모의 연극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연극 공연은 조명이나 기술적인 시설이 뒷받침 돼야 하지만, 현재 신도시 안에 중극장 정도의 무대 자체가 없는 실정”이라며 “서울 삼성아트센터처럼 관객이 믿고 언제든 관람을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언젠가 세종시에도 생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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