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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아파트 청약, 서민 실수요자에겐 '하늘의 별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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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아파트 청약, 서민 실수요자에겐 '하늘의 별따기'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7.12.11 17: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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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서민층 내 집 마련 확대 헛구호… 전체 분양금액 60% 현금 쥐고 있어야 청약 가능한 구조
지난 7일 개정한 세종시리더스포레 견본주택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하지만 계약금 20%에 중도금 40%에 대한 후불 이자, 잔금 등 전체 분양금액의 60% 이상을 동원할 자금력이 없는 서민 실수요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투기를 막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계획과 달리 부유층에게만 기회를 열어줬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앞으로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는 서민층의 아파트 청약이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가 소유보다 세입자 비율이 높은 세종시의 주거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11일 금융업계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의 8.2부동산대책 이후 서민들에게 아파트 청약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입주계획과 자금출처 등을 의무화한 데다 대출조건까지 강화되면서 자금력 없이는 청약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계약금이 전체 분양금액의 10%에서 20%로 상향됐고, 대출조건도 중도금 60% 무이자에서 40% 이자 후불제로 바뀌었다. 이날 입주자 모집공고를 한 나성동 ‘세종리더스포레’부터 이 같은 조건이 제시됐다.

오는 14일 일반공급 1순위 청약을 앞두고 서민 실 수요층이 깊은 고민에 빠진 배경이다. 이에 앞서 이날 이뤄진 특별공급에서 이전기관 종사자들은 경제적 조건을 따져가며 청약에 나서는 모습이 역력했다. 현재 특별공급 대상자는 4000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14일 일반공급 물량은 전체 1188세대의 26.3%인 312세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156세대를 놓고 1순위 세종시민 4만여 명, 나머지 156세대를 놓고 1순위 당해지역 탈락자와 기타지역 1순위자들이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벌써부터 자금 능력이 안 되는 1순위자들이 청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A씨는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중도금 대출이 전체 분양금액의 40%에 불과한데다 이마저도 이자 후불제이다 보니 청약은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됐다”고 청약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세종시. 세종시 아파트 청약 조건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중도금 60% 무이자에서 중도금 40% 이자 후불제가 가장 큰 변화다. 사진은 리더스포레 청약 조건.

A씨는 나성동(2-4생활권) P4구역 HC3블록에 공급한 세종리더스포레 84㎡ A타입 11층 기준 분양가 (3억 5110만원)를 기준으로 자금계획을 세웠다가 아예 청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청약에 당첨되면 당장 내년 1월 3일까지 1차 계약금 3000만원, 5월 3일까지 2차 계약금 4022만원을 준비해야한다. 앞으로 6개월까지 목돈 7022만원이 필요한 것. 8.2 부동산 대책 전이라면, 분양가의 10%인 3511만원이면 가능했었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 공사비와 시스템에어컨(전체) 계약금 각각 260만원과 150만원을 포함하면 당장 확보해야 할 자금이 7500만원에 달한다.

중도금 대출도 이전보다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8.2 대책 전엔 60% 무이자 대출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40%로 축소됐고 이자도 입주시점에 후불제로 내야 한다. 후불 이자는 2021년 2월 입주 시점 기준으로 약 921만 원으로 추산된다. 큰 면적으로 갈수록 이자가 불어나 최대 2000만원이 넘는 평형도 있다.

계약금과 후불 이자를 해결했다고 하더라도 잔금에 대해서는 대출이 안 된다는 게 문제다. 입주시점에 잔금 1억 4044만원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발코니 확장 및 시스템에어컨 설치공사 잔금도 1588만원이나 남아있다.

A씨는 “계약금을 어떻게든 해결한다고 해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까지 축소돼 아무리 생각해도 잔금을 납부할 대책이 없다”며 청약 포기를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잔금까지 자금투입을 마쳐도 중도금 40%는 고스란히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된다. 서민층은 LTV 50%를 적용받는다.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 원 이하(생애 최초 8000만 원), 주택 가격 6억 원 이하, 무주택 세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A씨는 “계약금과 잔금 60%, 발코니확장비, 후불이자를 감당할 서민이 이 나라에 얼마나 있겠느냐”며 “투기를 막겠다는 정부 대책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결국 돈 있는 자들을 위한 청약이 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1년 2월 입주 시점에서 매도를 한다고 해도 양도소득세 50%를 납부해야 한다. 면제를 받으려면 2년 거주를 해야 하는데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투기를 막고 서민 실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겠다는 게 정부의 대책이지만 실상은 현금동원력이 가장 중요해졌다”며 “결국 정부가 역선택을 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투자로 생각해 사금융의 유혹에 빠졌다가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자금대책을 철저히 세워 청약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지난 7일 개장한 세종리더스포레 견본주택에서 관람객들이 단치 배치를 살펴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자금대책을 철저히 세우지 않고 청약에 나섰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향후 부동산정책의 변화가 서민층에 대한 대출조건 완화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자금력 있는 사람만 청약이 가능한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시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선 이번 (세종리더스포레) 청약 경쟁률이 정책 실효를 검증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12월 청약 결과가 내년 부동산 정책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서민들의 청약을 가로막는 각종 금융규제에도 불구하고 세종리더스포레의 모집 경쟁률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3개월 동안 (세종시) 부동산 청약 시장이 문을 닫았던 만큼 관심이 뜨거운 데다 입지가 중심상업지구이다 보니 청약 경쟁률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청약 광풍이 몰아치더라도, 자금력을 고려치 않은 ‘묻지마 청약자’들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첨 후 자격 미달 또는 청약 포기자도 일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세종시 당해지역의 청약 1순위 대상자는 4만여 명이다. 1순위는 ▲세대주 ▲무주택자 또는 1주택 소유자 ▲5년 이내 다른 주택에 당첨된 사실이 없는 자 ▲청약통장 가입 후 2년 이상 경과, 예치금액 이상인 자를 말한다.

이들 중 서민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 높은 가점 보유자들은 당장 소유 자산이나 현금 동원능력이 없다면 청약에 뛰어들 수 없다. 가점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가, 부양가족 수 등 3개 항목의 합산으로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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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2017-12-19 07:34:10
내년에 청약해보려했는데 막막합니다 희망이사라지려해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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