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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아이들 5명 중 4명, 생존수영 교육 못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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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아이들 5명 중 4명, 생존수영 교육 못받는다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7.11.30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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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등 관계기관 지원 부족, 1년 내내 대기해도 어려워… 열악한 수영장 인프라만 탓할 건가
세종시의 한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생존수영 교육을 받고 있다.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생존수영’이란 말 자체가 무색한 비극적 사건이었지만, 이후 그 중요성이 커진 것만은 사실이다.

지난 2015년부터 전국 학교 현장에서 ‘생존수영 교육’이 강화된 배경이다. 성장기 초등학생이 우선 대상이 됐다.

세종시는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수상안전 교육을 100% 이수한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에 불과해서다.

부족한 수영장만 탓하기엔 아쉬움이 크다. 현재 여건에서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는 지적이지만 관계기관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다보니 적절한 안전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생존수영 교육 왜 필요한가?

세월호 참사 이후 아이들의 생존수영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자료사진.

생존수영 교육은 유사 시 생명을 지키기 위한 호흡법과 생존시간 확대를 위한 몸짓, 물에 대한 두려움 극복, 안전한 곳으로 수영하는 방법을 체득하는 과정이다. 최근에는 실제 상황에 대비해 자기 생명 보호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본적인 목표는 ‘10m 이상 헤엄쳐 가기’에 맞춰져 있다. 통상 수영장 1레인의 길이는 25m다. 그 거리의 2/5 이상을 흔들림 없이 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학교별 총 12차시에 걸쳐 전문 구조 강사들에 의해 짜임새 있는 교육을 받는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필수불가결한 교육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100% 교육 이수 학생들은 ‘초등 3학년’에 불과

하지만 세종시내 학생 2만 2000여 명 중 생존수영 교육 이수자는 3872명뿐이다. 약 17.5% 수준에 불과하다.

교육현장 관계자들도 안타까워하는 대목이다. 내년에 4학년, 2019년에 5학년으로 순차 확대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한솔수영장과 세종국민체육센터(조치원읍), 아름스포츠센터, 보람수영장 등 모두 4곳에서 이 같은 교육이 분담‧운영되고 있다 보니 학생 수용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1, 2학년 7900여명은 수심을 고려해 교육을 못하고 있고, 각 수영장별 동시 수용 정원도 1일 최대 180명에 불과하다. 읍면지역(초등학생 4200여명)보다 동지역(1만 7822명) 여건이 훨씬 열악하다.

발 동동 구르는 학부모들, 현행 회원 운영제도에 ‘분통’

현재 가장 많은 초등학생 대기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한솔수영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 수혜를 못 받고 있는 학부모들 입장에선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한솔수영장(시교육청 직영)의 경우 초등학생 교육 대기자만 200여명이 넘는다. 아름수영장(민간업체 위탁 운영)과 보람수영장(시설관리공단 직영)도 100명 안팎에서 다음 차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대기자들이 수영장 안에 진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데 있다.

초‧중‧상급 교육을 다 받고도, 수영이 좋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은 학생들의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재등록을 계속 하는 한 초급반에 들어가기조차 쉽지 않다.

한 학부모는 “250명에 달하던 대기자 중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은 4명에 불과하다”며 “지난봄부터 지속적으로 한솔수영장의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공공재원인데 일부 학생들이 독점하는 구조가 되풀이되고 있다. 평생회원제와 뭐가 다르냐”고도 했다.

매월 잠재 수요자 및 대기자들을 대상으로 선착순 방식을 적용 중인 아름수영장 역시 한솔수영장만큼은 아니지만 진입 장벽이 높은 건 마찬가지다.

중·상급 교육을 다 받았으니 이제는 처음 배워야할 아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권유하기도 어렵다는 게 딜레마다. 제2의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애로사항이다.

학부모들 입장에서 사설 수영장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행복도시 내 사설 수영장은 한솔동과 아름동, 금남면 각 1곳에 있다. 강사 1명이 아이들 5명을 맨투맨으로 가르치면서 교육적 효과는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의 깊이도 맞춤형으로 적용됐다.

가계 부담이 만만찮다는 게 고민. 월 4회 12만 원, 월 8회 22만 원, 월 12회 32만 원 수준이다. 월 2~3회 주말 자유수영 등이 가능한 조건인 공공수영장이 월 2만~5만 원임을 감안하면 체감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열악한 수영장 여건만 탓할 것인가?

수영시설이 한정된 가운데 문제 해결을 위한 뾰족한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제도 개선 여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일부 학부모들은 매월 기존 교육생과 최초 신청자 모두를 대상으로 추첨제를 적용해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보람수영장의 예를 들고 있다.

시설관리공단은 최근 성남시에서 벤치마킹한 ‘(생존수영) 졸업제’ 운영을 검토 중이다. 성남시는 생존수영 또는 능숙한 수영 실력에 접근한 학생들을 교육과정에서 졸업시킴으로써 교육수혜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완전한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크다. 현재로선 앞으로 추가 건립될 수영장이 빨리 들어서기만을 학수고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향후 ▲한솔동 제2복컴 수영장(2019년, 최대 8레인) ▲조치원 복컴 수영장(2020년, 최대 6레인) ▲어진동 복합체육시설(2021년, 최대 10레인) ▲4생활권 장애인형 복지센터 수영장(2021년, 최대 4레인) 등 모두 4곳이 순차 개장할 예정이다.

정원 확대와 시간 조정, 주말반 운영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뾰족한 해법 찾지 못하는 관계 기관

세종시교육청도 한솔수영장의 운영 개선 필요성에는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지만 예산 마련이 관건이다.

올해 한솔수영장 운영비는 2억 6000만 원 수준이다. 세종국민체육센터 적자 2억 1000만 원을 포함하면 최대 4억 7000만 원을 매년 쏟아 붓는 구조다. 주5일 운영 기준이다. 토요일 8시간 추가 개방 시에는 적자규모가 1억 2000만 원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내년 초부터 금요일 하루 반(원 데이)과 겨울방학 1개월(주 4회) 특강 개설로 200여명이 넘는 대기자 수요를 해소할 계획이다. 졸업반 운영 등도 검토 가능한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솔수영장의 최초 건립 목적에 따라 세종시의 추가적 지원이 뒤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2019년 한솔동 제2복컴 수영장이 운영을 시작할 때까지 한정해서다.
 
7500명 안팎으로 최대 초등생 수요를 갖고 있는 아름동에 수영장을 추가로 건립하자는 제안도 나왔으나, 시가 이미 난색을 표한 상태다.

세종시와 시교육청이 향후 1년 이상 현재의 난맥상을 물끄러미 지켜볼 것인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인지를 놓고 어떤 정책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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