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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호 중증장애인 운영 카페, ‘갑질 경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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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호 중증장애인 운영 카페, ‘갑질 경영’ 논란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7.09.14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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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개발원, 자체 브랜드 활성화 박차 가하자 수탁자 세종시 장애인복지관 강력 반발
I got everything 카페의 내부 모습.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고품질 브랜드화, 장애인 복지 강화, 무엇이 우선인가.”

보건복지부 소속 한국장애인개발원(이하 개발원)과 세종시 장애인복지관(이하 복지관)이 카페 운영 방식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동에 개설한 전국 제1호 중증장애인 브랜드매장 ‘I got everything' 카페를 두고서다. 개발원은 국비를 투입해 사업자를 공모·지원하는 위탁기관이고, 복지관은 이를 수탁한 단체다.

개발원은 고급화 전략으로 중증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고, 시중 브랜드와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미래 비전을 강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질마저 담보하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카페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복지관은 브랜드화란 미명 아래 펼쳐지는 강압과 통제에 반발하고 있다. 개발원이 시중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품목들을 하나하나 지정하면서 카페 운영의 탄력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동에 자리잡고 있는 I got everything 전경. 정부청사관리본부가 해당 공간을 무상 임대하고 있다.

중증장애인 카페 브랜드 'I got everything'… 정부세종청사에 전국 1호점 '새 바람'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지난 2012년부터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편견 개선을 위해 ‘카페 사업’에 착수했다.

초창기 브랜드 네임은 ‘꿈앤카페’. 세종시에선 보람동 시청 1층(세종시 장애인연합회 운영)과 반곡동 국책연구단지 KDI 건물(복지관 운영)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개발원은 카페 공간을 공공기관 또는 지자체로부터 무상 또는 부분 임대로 지원받고, 1개소당 5000만 원의 초기 운영비를 국비로 지원해왔다. 대신 공간을 제공한 공공기관 또는 지자체는 커피 판매가 등의 협의에서 주도권을 쥔다.

꿈앤카페는 세종시 지역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공기관 직원과 민원인, 시민들간 소통과 만남의 장소가 되고 있는 것. 저렴한 가격에 비교적 괜찮은 질을 확보, 장애인 복지와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한 몫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51개소가 문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개발원은 지난해부터 미래 지속 가능한 카페 운영을 위한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가격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시중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카페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예산 지원규모도 1개소당 5000만원에서 7000만원까지 확대했다.

'꿈앤카페'가 'I got everything'이란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배경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할 때, 우리는 함께 할 수 있다’의 뜻을 담고 있다.

1호점은 지난해 10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동 1층 로비에 오픈했다. 브랜드부터 인테리어, 제품 디자인, 복장 등 모든 게 바뀌었다. 세종시를 필두로 현재는 전국 14곳까지 확대됐고, 조만간 정부대전청사점이 문을 연다.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시도도 이뤄졌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을 브랜드화한 장진우 씨의 컨설팅을 받은 것. 그는 '작은 백종원'으로 불린다. 재능기부 방식으로 커피머신부터 작은 컵 하나하나까지 세부적인 자문을 얻었다.

개발원 관계자는 “시장 전문가인 장진우 씨를 초빙, 표준화 작업을 하고 있다. 맛이나 품질을 고급화하고 통일함으로써 중증장애인카페의 온전한 자리매김을 시도하고 있다”며 “매년 전국적으로 9000여명 쏟아지는 장애인 바리스타 학생들이 보다 빠른 시간 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커피 공정도 단순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 got everything 브랜드 네임이 표기된 컵 모습. 장애인복지관이 현재 사용 중인데, 장애인개발원은 지정되지 않은 이 같은 품목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양 기관이 갈등을 겪고 있는 이유다.

취지 무색한 일방향 고압적 태도… 불필요한 예산 낭비, 장애인 복지 증진 퇴색

복지관도 개발원의 고급 브랜드화 전략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공감한 부분이 있었고 KDI에서 운영 중인 꿈앤카페 경험의 자신감도 있었기에 공모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개발원의 지시와 개입, 압박은 상식 이하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게 복지관의 주장이다. 원두와 컵, 커피 레시피, 냅킨, 앞치마까지 일일이 다 지정한 제품으로만 사용하라는 건 지나친 월권이라는 것.

더욱이 지정한 원재료와 보조도구들 가격이 시중 제품과 커다란 질적 차이 없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불구하고 무조건적으로 개발원 지침을 수용하라는 건 '갑질의 전형'이란 게 복지관 측 항변이다. 지역 업체 제품 우선 구매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취지에도 반한다는 불만도 터트리고 있다.

장진우 씨가 운영 중인 컨설팅회사를 내세운 리모델링 작업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명세가 곧 카페의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 복지관 관계자는 "공정거래를 위한 비교 견적도 없이 독점적‧일방적‧강압적 요구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관은 개발원과 대립각을 세운 채, 플라스틱 컵 등 일부 품목에선 다른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복지관 관계자는 “개발원 요구에 응하면 재료값 인상으로 인한 원활한 운영에 타격이 예상된다”며 “브랜드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그 과정에서 원활한 타협이 필요하다. (개발원이) 공공기관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했다.

복지관은 앞서 국민권익위에 이어 지난 12일 감사원에 시정 요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보람동 세종시청 1층 로비에서 무상 임대로 자리잡고 있는 꿈앤카페. 현재 세종시 장애인연합회가 수탁을 받아 운영 중이다.

'꿈앤카페' VS 'I got everything', 과도기 변화… 어떤 선택이 필요한가?

꿈앤카페 51개소와 I got everything 14개소. 무게중심은 국가(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에 따라 I got everything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세종시로만 놓고 보면, 2개 카페 유형 모두 성공 모델이다. 공공기관의 무상 공간 임대 지원을 바탕으로 한 수익형 모델이고, 수요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미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인식 개선 차원의 고급 브랜딩화에도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개발원과 복지관간 소통의 단절이다.

복지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재능 기부 명목의 컨설팅 회사 1곳에 의존하는 구조가 사업의 융통성과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역 운영자의 자율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당 공공기관도 음료들의 최대 상한가를 정하고 있어, 복지관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노 1잔은 1500원 또는 2000원 이상을 넘어선 안 된다.

개발원 관계자는 “현재 원두 단가의 최대 80% 선으로 낮추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중증장애인 고용 시설이 내년부터 원두를 전량 공급하게 된다. 현재보다 (카페) 운영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고 있는 사업도 아니라는 해명도 덧붙였다.

한편, I got everything은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각 2000원 ▲카페라떼와 카푸치노, 초코‧그린티라떼 각 2500원 ▲카페모카와 카라멜마키아또, 돌체라떼, 더치커피, 허브‧자몽‧레몬티 각 3000원 등의 가격표를 적용하고 있다.

꿈앤카페의 주요 제품 가격은 ▲아메리카노와 원조 다방커피, 홍차, 허브차 각 1500원 ▲에스프레소와 카페라떼, 카푸치노, 바닐라라떼, 헤이즐넛라떼, 핫초코, 아이스티 등 각 2000원 등으로 조금 더 저렴하다.

교육부 동에 위치한 I got everything의 메뉴판.
세종시청 내 꿈앤카페 품목별 가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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