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스페셜 화제의 인물 인터뷰
10년 간 이어진 유서, 어쩌면 이 땅 모든 아빠들의 기록[인터뷰] 경향신문 윤희일 경제부 선임기자
책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의 저자 윤희일 기자.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나에게는 여전히 아빠가 필요해”. 지난 10년 간 자살을 준비해온 아빠의 결정을 바꾼 딸의 한 마디. 당신은 여전히 자살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사회부 기자로 일하며 수많은 자살 사건을 다뤄온 경향신문 윤희일 경제부 선임기자(부국장)가 지난 2014년 12월 책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를 출간했다. 이 책은 드물게 중국, 대만에 번역 출간되면서 한국을 포함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마카오 등 7개국에 판매됐다. 

그의 책은 최근 중국 ‘올해의 영향력 있는 책 100권’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책의 주인공처럼 두 딸의 아빠이기도 한 그를 세종에서 만났다. 기자로서 그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OECD 세계 1위 자살국가 불명예, 유서에 남겨진 단어는…

윤희일 기자가 출간한 책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 왼쪽부터 한국판, 중국판, 대만판 도서.

그는 27년차 기자다. 노동·인권 문제를 다룬 기사로 한국기자상, 가톨릭매스컴상, 인권보도상 등을 수상했고, 국제부 도쿄특파원을 거쳐 현재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출입 기자로 일하고 있다.

책 집필은 2010년부터 4년 여 간 이어졌다. 자료 수집을 거쳐 초안이 완성됐고, 도쿄 특파원 시절 최종본을 탈고했다. 사회부 기자로 오래 일하면서 더 이상 삶을 영위할 힘도, 자신감도 잃어버린 채 목숨을 끊는 이들을 목격했던 것이 이 책의 시작이었다.

윤 기자는 “경제적 곤궁, 불확실한 노후 등으로 실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집필을 준비하면서 자살을 생각했거나 자살을 기도했던 사람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책은 이들의 이야기를 한 사람의 이야기로 픽션화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봤던 숱한 유서들은 복수심에 불타는 증오 보다는 ‘사랑, 죄송, 미안함’ 등의 단어가 많았다. 특히 가장 역할을 해온 50대 이상 남성들이 생활고 등을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

그는 “대한민국 사회는 IMF라는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며 “베이비부머 세대인 50대 남성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견디지 못하고 막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책은 딸의 결혼을 앞두고 자살을 결심한 아버지와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딸의 이야기를 다룬다. 결혼식 전날 밤, 딸은 아빠에게 편지를 남기려다 노트북에 담긴 10년 전의 일기를 보게 된다.

그는 “최근에는 노후 문제로 인해 막연히 스스로를 안락사 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이 책은 힘든 현실 속에서도 당신이 살아있길 바라는 이가 반드시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목적이다. 자살 1위 국가 대한민국을 위한 자그마한 처방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대만 번역 출판, 부녀지간 사랑 공감대 얻어

저자 윤희일 기자가 중국, 대만에 번역 출판된 자신의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빠와 딸이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중국, 대만 등에 번역 출간되면서 외국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6년 6월 중국에서는 <爸爸,我们永远不分离: 아빠 우리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아>라는 제목으로, 올해 2월에는 대만 출판사 열지문화를 통해 <給十年後決心自殺的父親: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라는 동명의 제목으로 출간됐다. 저자 역시 생각지 못했던 외국 독자들의 반응에 놀랐던 건 매한가지다.

그는 “책이 가진 정서나 주제, 사회적 환경이 비슷하다는 점이 독자들의 공감대를 얻은 것 같다”며 “과도한 수식을 빼고, 실제 아빠가 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현실적인 문체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이야기에 공감한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봄, 일본 도쿄에서는 저자 토크 콘서트가 개최됐다. 일본 일간지 도쿄신문의 1면 기사로 책이 소개되는 등 일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한국에서는 성우 이종혁과 유경선의 목소리로 오디오북까지 나왔다.

윤 기자는 “한 권의 책으로 자살을 막는 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책 속의 딸과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10~30대 여성 독자들의 반응이 가장 뜨겁다. 아빠와 딸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한 인간의 존재 가치를 다시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장 10년 간 자살을 준비했던 아버지는 결국 어떤 선택을 했을까. 언젠가 생길 자신의 아이의 할아버지가 되어 달라는 딸의 부탁.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근사한 길을 보여주고, 한글을 알려줄… ‘나에게는 아직 아빠가 필요해요’.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저작권자 © 세종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지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